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은 지구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성에서 물 흔적이 발견돼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아직까지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목성을 돌고 있는 위성 유로파(Europa), 토성을 돌고 있는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 두 위성은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매우 유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원시 지구처럼 생명체 존재할 수 있어
그중에서도 특히 흡사한 점은 이 두 위성의 표면이 얼음으로 추정되는 물질로 덮여 있다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그 밑에 엄청난 양의 물이 흐르거나 고여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토성의 엔켈라두스에는 열수분출공(hydrothermal vents)이 있어 마그마에 의해 가열된 미네랄워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엔켈라두스 표면에서 수증기가 분출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화성과 달리 훨씬 더 많은 물이 지구처럼 흐르거나 고여 있다는 사실을 예측케 하는 것으로 외계 생명체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7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이런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는 과학자들 중에 토론토 대학의 지구과학자 셔우두 롤러(Sherwood Lollar) 교수가 있다.
그녀는 외계 행성이 아니라 물 전문가였다. 오랜 기간 동안 지구 표면에 남아 있는 오래된 물(ancient water)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목성과 토성은 물론 많은 행성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캐나다의 자연과학‧공학연구위원회(NSERC)는 이런 업적을 인정해 그녀에게 2019년 최고 상인 ‘게르하르트 헤르츠베르크 골드메달(Gerhard Herzberg Canada Gold Medal)’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롤러 교수의 물 연구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당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산되는 약 20억 년 전의 물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오래된 물을 통해 지금처럼 자연환경이 형성되지 않은 과거 척박한 지구 환경 속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었는지 추적해나갈 수 있었다.
연구 결과는 과학계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광합성 작용 없이 물과 암석 간의 반응을 통해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에 의해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는 학계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열수분출공 연구 통해 외계 생명체 추적
지구 심해 밑바닥에 있는 열수분출공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 안에는 황화수소가 많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이 황화수소를 산화시켜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드는 박테리아들이 많이 살고 있는 중이다. 이 황화박테리아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하지 않고서도 화학합성으로 탄수화물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롤러 교수팀의 연구 논문은 이 열수분출공과 관련돼 있다.
연구팀은 캐나다 북부와 중부, 광범위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 순상지(Canadian Shield)와 같은 수온이 낮은 지역에서 탐사를 진행했다. 수온이 낮다는 것은 근처에 열수분출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열수분출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심해 지하에 있는 바위 아래에서 열수분출공에서 발생하는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행성과 위성에 물이 존재한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우주생물학자들, 우주물리학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태양계 행성과 위성을 대상으로 생명체 연구를 해오던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화성 남극 빙원 아래 있는 거대한 호수 속에 생명체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의 생명체 생성 과정을 화성에 적용한 결과였다. 그리고 지금 이 방식을 목성과 토성에 적용해 과학계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롤러 교수는 “태양계는 물론 우주 어디서든지 지구 생명체와 같은 존재가 살아 있다면, 약 20억 년 전 물속에서 지구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과정을 적용해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롤러 교수 연구팀이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목성과 토성의 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극저온 지대다.
교수는 상식적으로 극저온 지역에서 생명체가 살아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롤러 교수는 “어느 곳이든지 온도 차이가 있다면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이 화학작용으로 인해 에너지가 생성되고, 생명이 태동할 수 있다”며, 목성과 토성을 비롯한 우주 전반에 걸친 외계 생명체 연구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열수분출공이 발견된 때는 1977년 2월이다.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에서 심해유인잠수정을 통해 갈라파고스제도 북서쪽으로 약 380km 떨어진 해역에서 분출공을 확인했다.
그리고 빛이 없는 암흑 속에서 많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과학사에 있어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빛이나 생명체가 없어도 또 다른 생명체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발견이 우주 생명체를 연구하는데 실마리가 되고 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과학계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9-05-0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