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전기차 재구매와 관련한 흥미로운 통계 결과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전기차 구매자의 약 20% 가량이 차량 재 구매시 전기차 대신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차로 다시 전환한다는 결과였다.
연구진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캘리포니아 지역의 전기차 소유자들이 재구매한 차종을 조사해 본 결과, 그 중 18%가 엔진차로 다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기차 사용자들이 다시 엔진차로 재구매를 한 이유에 대해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충전 시 불편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기차 소유자들의 엔진차 회귀도 멀지 않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및 북미 같은 전기차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충전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달리면서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 도로가 그것이다.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인 충전 시간 문제 해결
전기차 관련 기술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무선충전 도로 시스템은 도로와 전기차 간의 상호 협력에 의해 구현된다. 도로 아래에 묻어놓은 구리 송전 코일에 전기가 흐르면 전기차에 장착된 전자기 유도 충전 시스템이 이를 끌어들여 배터리로 연결함으로써 충전이 되는 것이다.
도로에 충전 인프라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전기차가 가진 충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는 별도로 충전을 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전력을 도로에서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훨씬 더 길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요즘의 전기차는 충전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전기차 충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설사 충전소가 있다 하더라도 충전 시간에 최소 30분 정도를 확보해야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도로를 달릴 때 충전이 된다면 충전소에서 낭비해야 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먼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 트럭이나 고속버스 같은 경우는 이런 도로만 등장한다면 즉시 전기트럭이나 전기버스로 변신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행 중에 무선충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배터리 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배터리 용량은 크기 및 무게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기차 중량도 함께 감소하게 되므로 연비를 개선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와 같이 도로를 이용하여 전혀 새로운 전기차 충전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고틀랜드 지역 공공도로에는 1.65km에 달하는 전기자동차를 위한 무선충전 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스웨덴의 시범 테스트 성과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도 확산
스웨덴의 공공도로에 무선충전 도로를 설치한 업체는 이스라엘의 에너지 전문 스타트업인 ‘일렉트리온(Electreon)’이다. 이 업체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지역에 조성된 무선충전 시험장에서 성공적인 테스트를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8.5kW 용량의 전기차가 달리면서 91%의 충전 효율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의 연구진은 전기차가 달리면서 충전할 수 있도록 공공도로 아래에 전극 라인을 매설했다. 전기차 바닥에 위치한 전자기 유도 충전 시스템이 도로 아래에 매설된 전극 라인으로부터 전기를 받아 충전하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진이 무선충전 도로 중 200m 구간에서 주행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전력의 평균 전송속도가 70kW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40톤 전기트럭이 시속 60km로 주행한 테스트에서 나온 결과다.
기능상의 결과만 고무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성 면에서도 무선충전 도로가 장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선충전 도로는 기존 도로에 매설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부설 비용은 1km당 100만 유로로서 원화로 환산하면 약 13억 원 정도다.
이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지하철이나 트램을 도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50분의 1 수준이어서 훨씬 더 경제적이다. 도로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전기자동차를 개조하여 무선충전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무선충전 도로의 앞날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전극을 도로에 부설하는 만큼 비나 눈이 오면 감전과 같은 안전성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발업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자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류는 도로 밑의 지하 5∼6cm 밑에서 흐르고 있으며, 설사 장마로 인해 침수가 되더라도 도로 표면 전압은 1V 정도여서 맨발로 걸어도 감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같은 검증 결과에 따라 현재 일렉트리온은 스웨덴 도로국이 추진하고 있는 30km 규모의 대규모 무선충전 도로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 외에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무선충전 도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거 KAIST가 개발한 자기공진형상화기술(shaped magnetic field in resonance)을 이용하여 전기차가 무선충전을 하며 시범 운행을 했던 사례가 있다. 현재는 시설과 차량이 노후화되어 무선충전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이를 다시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구미시가 예산 확보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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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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