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영도 이하의 온도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열역학의 법칙이 무너지는 것일까?
그동안 그 이하는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절대온도(Absolute Temperature) 영도(0'K) 이하의 온도에, 독일의 과학자들이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신년벽두부터 과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절대온도 영도란 켈빈척도('K)로 표현되는 온도 체계로서, 열역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저 온도(섭씨온도 -273.15도, 화씨온도 -459.67도)에 해당한다. 여기서 절대영도는 입자들이 운동을 완전히 멈추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절대영도보다 더 낮은 온도로 내려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절대영도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냐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독일의 연구팀은 자신들이 발견한 사실이 우리가 아는 절대영도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대영도보다 낮은 온도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음의 온도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온도와는 다른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듯 이번 연구를 주도한 루드비히 막시밀리언대의 울리히 슈나이더(Ulrich Schneider) 박사도 “아직 이 클라우드들은 0켈빈('K)보다 더 차갑지 않고 반대로 그보다 따뜻하다(Yet the gas is not colder than zero kelvin, but hotter....)”고 지적하면서 “밝혀진 연구결과가 절대 영도의 벽을 깨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의 온도 체계를 음의 온도 체계로 바꿔
절대온도 영도가 열역학 법칙에 의해서 이보다 더 낮은 온도는 가능할 수 없고, 절대온도 영도조차 역시 달성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내용은 이미 학창시절 과학 시간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원자에서 아무리 에너지를 빼앗아 낮은 온도를 만들어도 그 원자들에 아주 약간의 에너지는 존재하기 때문에, 열역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절대 온도 영도보다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상태, 즉 약간 더 뜨거운 상태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음의 절대 온도가 가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슈나이더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절대온도의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가기 위하여, 먼저 원자들을 절대온도 영도에 최대한 가까운 온도로 냉각시켜 진공 중에 두었다.
그리고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원자들을 에너지 계곡의 곡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하면서 낮은 에너지 상태에 두어 원자들이 서로 밀쳐내면서도 제자리에 고정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슈나이더 연구팀은 그 후 다음과 같은 2가지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양의 온도 체계를 음의 온도 체계로 바꿨다.
먼저 원자들 간에 인력이 생기도록 하고 레이저를 조정하여 원자들의 에너지 레벨을 변경시켜 대부분 높은 에너지 상태에 들게 함으로써 ‘계곡’을 에너지 ‘언덕’으로 뒤집어 놓았고, 그 결과 에너지 분포가 역전되면서 마이너스 온도가 구현되었다.
볼츠만 분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이 같은 현상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절대온도 영도의 법칙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이런 현상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움직임이 발견되었는데, 입자들이 볼츠만 분포(Boltzmann distribution)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볼츠만 분포는 주어진 거시적 조건 하에 있는 다수 입자로 구성된 계로서, 최대의 출현 확률을 부여하는 입자 분포를 말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입자들은 볼츠만 분포에 따라 낮은 에너지 상태를 선호하며 일부만이 높은 에너지 상태에 분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입자들은 반대의 분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대부분이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으려고 하고 일부만이 낮은 에너지 상태를 선호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면서 절대영도 밑으로 내려간 원자들이 중력을 거슬러 위쪽으로 표류하고 원자 간 충돌을 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
따라서 이 입자들이 실제로는 절대온도 영도보다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지만, 일반적인 입자의 움직임과 분포라는 관점에서는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의 온도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압력은 증가하게 되지만 이 경우에는 오히려 음의 압력을 가지는 등 아주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극저온의 세계에서는 초전도 현상처럼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들이 발견되곤 한다.
슈나이더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음의 온도 실험 시스템이 양의 온도로는 불가능한 상호작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시스템은 양자 시뮬레이션이라는 분야의 새로운 기술적 도구”라며 기대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슈나이더 박사는 “또한 음의 온도가 우주론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가정하면서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 암흑에너지는 음의 압력을 발휘하며, 이것은 암흑에너지가 음의 온도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슈나이더 박사는 이러한 생각을 우주론자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이 연구가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어떤 새로운 차원의 장치를 선사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온도란 것이 실제로 무엇인지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더 심화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3-0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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