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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5-02-21

1만 3천 년 전 독일 화산 분출, 유럽의 기후변화 시점 조정하다 동굴의 석순 속 황 성분 분석으로 빙하기 기후변화의 정확한 시간적 흐름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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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구진이 약 1만 3천년 전에 발생한 라허 제 화산 분출이 기존의 학설보다 더 이른 시기에 발생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독일 서부에 위치한 헤르브스트라비린트(Herbstlabyrinth) 동굴에서 채취한 석순 속에 남아 있는 황산이온(SO₄²⁻)을 분석하여 그린란드 빙핵 기록과 중부 유럽의 기후 기록을 정확하게 연계한 최초의 사례다. 이로써 약 1만 3천년 전, 이 지역에 갑작스럽게 덮친 한랭기가 라하르 화산 분화로 인해 촉발되었다는 기존 가설을 배제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진은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던 라허 제 화산 분출 시점과 영거 드라이아스와의 연관성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속도와 시점을 맞추는 기준점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헤르브스트라비린트(Herbstlabyrinth) 동굴에서 채취한 석순에서 기후변화 속도와 시점을 맞추는 새로운 기준이 밝혀졌다. ⓒScience

독일 서부에 위치한 헤르브스트라비린트(Herbstlabyrinth) 동굴에서 채취한 석순에서 기후변화 속도와 시점을 맞추는 새로운 기준이 밝혀졌다. ⓒScience

 

연대측정을 통해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을 찾는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와 마인츠 대학교 지구과학 연구팀은 역사상 전례 없는 기후변화와 북극의 해빙의 원인에 심도 있게 접근하기 위해 연대측정 연구를 진행했다.  

연대측정은 지질학, 고고학, 기후학적 사건의 정확한 연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과거의 환경 변화와 기후변동, 생물의 진화 과정 등을 분석할 수 있으며,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중요한 기준점을 마련할 수 있다. 연대측정 연구는 대기 중 탄소가 포함된 고고학 유물을 활용하는데, 대표적으로 ‘냉동 타임캡슐’이라 부르는 빙하 코어와 암석·광물·지층·화석 등이 대상이다. 

이번 연구는 독일 헤세 주의 헤르브스트라비린트 동굴에서 채취한 석순과 그린란드 빙핵 데이터를 동기화한 연구를 통해 중부 유럽에서 발생한 급격한 기후변화의 연대를 측정했다. 초점은 약 12,900년 전 대서양-유럽 지역에 발생한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 한랭기가 얼마나 빠르게 유럽으로 확산했는지, 또 북극의 용해수 유출로 시작됐다는 기존의 가설 타당성 검증이다.

 

라허 제 화산 분화 흔적이 남은 동굴의 ‘석순’ 

라허 제 화산의 마지막 분출은 지난 200만 년 동안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독일 서부 아이펠(Eifel) 지역에 위치한 화산이 분출하면서 대량의 화산재와 유황가스가 북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 러시아까지 확산될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량의 황산염과 이산화황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단기간의 기후 냉각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그간 연구자들에게 이 사건은 12,900년 전 시작된 급격한 한랭기인 영거 드라이아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와 마인츠 대학교 지구과학 연구팀은 먼저 석순에 포함된 ‘황’과 산소 동위원소를 고해상도로 분석하여 화산 폭발의 화학적 신호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라허제 화산 분출로 인한 황 성분이 석순 내에 뚜렷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화산 분화는 대량의 황을 대기 중에 방출하는데, 이 황 성분이 동굴 생성물 내에도 흔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호주 커틴 대학교(Curtin University) 연구자인 악셀 슈미트(Axel Schmitt) 교수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이온 탐침(ion probe)을 이용해 수행한 고해상도 황 및 산소 동위원소 분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온 탐침 기술을 이용하면 미세한 수준(마이크로미터 단위)에서 다양한 동위원소 비율과 미량 원소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연구진은 그린란드 빙핵 내에서 동일한 시기의 황 함량 급증을 분석하여 두 기록을 정밀하게 비교하였다. 

연구에 사용된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230Th/U dating) 기법을 통해 석순이 성장한 시기를 매우 정밀하게 결정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분출 시점을 기존보다 130여 년 앞선 약 13,008년 전(B.P. 1950 기준)으로 수정하였다.

라허 제 화산과 헤르프스트라비린트 동굴.  (A)검은 점은 라허 제 화산 화산재 퇴적이 확인된 지점, 붉은 선은 라허 제 화산 화산재의 두께 등치선(isopach). (B)석순(stalagmite) HLK2의 스캔 이미지로, 성장축(growth axis)이 점선(검은색)으로 표시. ⒸScience Advances

라허 제 화산과 헤르프스트라비린트 동굴. (A)검은 점은 라허 제 화산 화산재 퇴적이 확인된 지점, 붉은 선은 라허 제 화산 화산재의 두께 등치선(isopach). (B)석순(stalagmite) HLK2의 스캔 이미지로, 성장축(growth axis)이 점선(검은색)으로 표시. ⒸScience Advances

 

라허 제 화산 분출과 영거 드라이아스의 시기 조정

새롭게 확정된 연대는 기존 연구에서 가정했던 것과 달리 라허 제 화산 분출이 영거 드라이아스 한랭기보다 약 150년 이전에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논문 제1저자인 소피 바르켄(Sophie Warken)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라허제 화산 분출이 영거 드라이아스를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이 연구가 단순히 화산 분출 연대를 수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숄츠(Denis Scholz) 교수는 “라허제 화산 분출의 정확한 시점이 밝혀지면서, 중앙 유럽과 그린란드의 기후 기록을 더욱 정밀하게 동기화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이를 통해 과거 급격한 기후 변화가 두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거 기후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제공하며, 향후 기후 변화 모델링과 예측의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르켄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과거 기후 변화를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동시에, 미래의 급격한 기후 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어떻게 확산될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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