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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5-02-20

기후변화로 모기는 ‘살 판’, 사람은 ‘못 살 판’ 기온·강우량 변화가 뎅기열 발병에 미치는 영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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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뎅기열을 확산하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 ⒸAnimalia

▲ 뎅기열을 확산하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 ⒸAnimalia

곧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이 다가온다. 그런데 아직 깨지 말아야 불청객도 곧 찾아온다. 여름에나 나와야 할 모기가 이제는 때아닌 봄에 등장한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의 서식 시기는 길어지고, 서식 지역도 넓어졌다. 모기의 입장에서는 ‘살맛’나는 세상이다. 문제는 모기가 매개하는 감염병 발생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뎅기열 신규 감염 중 19%는 기후변화 탓

뎅기열이 전 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확산세를 기록하고 있다. 뎅기열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사례만 2000년 50만 명에서 2019년 520만 명으로 20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했다. 급격한 증가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이상 고온 현상과 극단 강후 현상이 모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 뎅기열 위험 지역. ⒸCDC

▲ 뎅기열 위험 지역. ⒸCDC

뎅기열을 전파하는 모기는 주로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다. 모기는 냉혈동물이라 사람처럼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기에 기후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흰줄숲모기는 약 26℃, 이집트숲모기는 약 29℃가 최적 조건으로 빨리 번식하고, 바이러스도 더 효과적으로 복제한다. 더 높은 온도에서는 오히려 번식력과 바이러스 복제력이 떨어진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기후모델을 이용해 기후변화가 정확히 얼마나 뎅기열 확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에서 발생한 뎅기열 발병 건수의 약 19%(4,500만 건)가 기후변화 탓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기후변화와 뎅기열 간의 연관성을 알려져 있었지만, 수치로 정량화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2024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열대의학및위생학회(ASTMH)’에서 공개했다. 

▲ 기후변화 시나리오(SSP)에 따른 뎅기열 발생률 ⒸASTMH 발표자료

▲ 기후변화 시나리오(SSP)에 따른 뎅기열 발생률 ⒸASTMH 발표자료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뎅기열 확산 시나리오도 내놨다. 이산화탄소 배출 정도를 중간으로 설정한 시나리오(SSP 3-7.0)에서 2050년 뎅기열 발생률은 약 61%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가 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태국, 캄보디아 등 이미 더욱 지역은 기온 증가로 인해 모기의 ‘최적의 서식 환경’을 넘어서기 때문에 발생률이 소폭 증가했다. 반면, 멕시코, 볼리비아 등 비교적 시원한 국가는 기온 증가로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발생률 증가 폭이 더 컸다.

 

강우 증가에 따른 효과는 지역별로 달라

기온과 달리 강우 증가는 지역에 따라 뎅기열 발병을 유발하기도, 억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 수학 그룹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촉발한 강우량 증가가 뎅기열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선행 연구들이 상반된 결론을 내놓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새로운 연구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인과 관계 추정 방법론인 ‘고비(GOBI)’를 이용해 2015~2019년 필리핀 16개 지역 기후 및 뎅기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분석 결과, 모든 지역에서 기온 상승이 뎅기열 발병을 증가시켰다. 다만, 강우량의 경우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이 나타났다. 동부 지역에서는 강우량 증가가 뎅기열 발병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나, 서부 지역에서는 감소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 

▲ 필리핀 16개 지역의 5년간 기후변화와 뎅기열 발병 데이터 분석 결과. 동부 지역에서는 강우가 뎅기열 발병을 증가시켰지만, 서부 지역에서는 감소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 ⒸIBS

▲ 필리핀 16개 지역의 5년간 기후변화와 뎅기열 발병 데이터 분석 결과. 동부 지역에서는 강우가 뎅기열 발병을 증가시켰지만, 서부 지역에서는 감소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 ⒸIBS

‘건기의 규칙성’이 강우와 뎅기열 발병 간의 관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었다. 건기가 규칙적으로 유지되는 지역(서부)에서는 강우가 뎅기열 발병을 억제했지만, 규칙성이 약화된 지역(동부)에서는 강우가 뎅기열 발병을 촉진했다. 

건기가 규칙적인 지역에서는 건기 동안 물이 고여 있는 모기 서식지가 강우에 의해 쉽게 제거돼 뎅기열 발생을 억제하는 ‘플러싱 효과(Flushing Effect)’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건기가 불규칙적인 지역에서는 강우가 산발적으로 발생해 플러싱 효과가 약화되고, 오히려 모기 번식지를 형성해 뎅기열 발생을 촉진했다. 필리핀 외 푸에르토리코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김재경 IBS 의생명 수학 그룹 CI는 “‘건기의 규칙성’은 기존 연구에서 간과된 부분으로 우리 연구는 뎅기열 발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했다는 의미가 높다”며 “기후변화가 뎅기열, 말라리아, 독감, 지카 등 기후 민감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자원 배분 및 예방 전략 수립을 위한 핵심 정보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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