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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4-07-03

사라진 문명, 고대 히스파니아의 기호가 SNS에? 스페인 남부 고고학 발굴지의 ‘X(구 Twitter)’계정에서 발견, 고대 히스파니아 알파벳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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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고대 문명의 기호가 발견됐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는 6월 11일 자 보도자료를 통해 기원전 5세기 경의 문자로 보이는 기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카사스 데 투루뉴엘로(Casas de Turuñuelo) 유적지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메리다 고고학 연구소에 따르면, 이 기호는 최근 이곳에서 발견된 석판 조각들 중 하나에 새겨져 있었으며, 고대 히스파니아(Hispania) 문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견은 라틴어계 언어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 페니키아 알파벳과 연계하여 로마 문명 이전의 문자 체계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5세기의 것으로 밝혀진 이 석판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문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패니키아 알파벳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sic.es

 

우연한 발견, 그러나 위대한 발견

이 위대한 발견은 한 엔지니어의 눈썰미 덕이었다. 바르셀로나대학교 LITTERA 그룹에 소속된 호안 페레르와(Joan FERRER i JANÉ)는 발굴 작업이 한창인 카사스 데 투루뉴엘로 유적지 사진이 업데이트된 X(구 Twitter)를 검색하던 중에 고대 히스파니아 기호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에 그는 연구팀의 SNS 계정에서 발굴된 석판 사진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해당 석판은 올해 발굴된 것으로 전사의 모습, 기하학적 모양, 사람의 얼굴 및 기타 표시가 새겨져 있는데, 메리다 고고학 연구소 발굴 책임자인 에스더 로드리게스(Esther Rodríguez González)는 “그것은 장인이나 견습생을 위한 스케치 장치였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올해 초에 카사스 데 투루뉴엘로 유적지에서 발견된 석판에는 전사로 보이는 인물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페레르와는 이 사진에서 고대 히스패닉 문자를 발견했다. ⓒcsic.es

페레르와는 바로 그 석판에서 5세기 경의 히스파니아 문자로 보이는 기호를 발견했다.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석판을 보자마자 내 눈은 즉시 한 기호에 쏠렸다. 그것은 대문자 "i"의 고대 히스패닉 버전이었다.”고 말했다. 고히스패닉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던 그였기에 한눈에 석판에 새겨진 기호를 알아챌 수 있었다.

발견 즉시 그는 다른 연구진들에게 고해상도 이미지를 요청하고, 그 안에서 15개 기호와 추가 문자에 대한 힌트를 식별해 냈다. 그가 식별한 문자들은 “ABeKaTuIKeLBaNS?ŚTaUE”인데, 이것은 고대 투루뉴엘로 사람들이 사용했던 알파벳 체계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 특별한 모양을 가진 11번째 기호를 제외하면 스페인어 알파벳과 거의 동일하나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페레르와는 이번에 발견한 히스패닉 알파벳의 초기 시퀀스와 라틴어계 언어의 기원인 페니키아 알파벳 시퀀스의 구조가 유사한 것에 주목했다. 이 기호들은 석판 바깥쪽 가장자리를 따라서 “ABeKaTu…” 순서로 시작하고,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21개의 기호가 적혀있다. 페니키아 알파벳 시퀀스와 대응해 보면 최소 6개 기호가 손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자가 더 새겨져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석판 하단 부분은 파손되어 확인할 길은 없지만, 페레르와는 이 석판에 최대 32개의 기호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대한 발견으로 타르테소스 언어체계에 대한 명확하고 진보적인 자료를 얻었고, 기원전 5세기 투루뉴엘로 주민들의 읽고 쓰는 능력을 확인하게 되었다.

카사스 데 투루뉴엘로(Casas de Turuñuelo) 유적지에서 발견된 석판에서 고대 문자(초록색 부분)가 발견됐다. ⓒcsic.es

 

카사스 데 투루뉴엘로, 계속 발견되는 융성했던’ 그 날의 흔적들

투루뉴엘로(Turuñuelo)는 타르테소스 문명의 유적지다. 기원전 10~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문명은 고대 이베리아반도 남부 항구 도시를 중심으로 번성했으며, 이베리아반도의 토착문화와 페니키아 문화가 융합되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그리스 문헌에도 ‘타르테소스(Tartessos)’라는 ‘부유한 도시’가 언급되어 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이 도시에는 철과 은, 금이 풍부하여 융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투루뉴엘로 유적지에서 고분의 존재가 알려진 때는 1990년대다. 이후 2014년에 층위학적 조사가 시행되었고, 2015년에 발굴을 시작한 이후 이곳에서는 기원전 9세기에서 5세기 사이에 이베리아 반도 남서쪽에서 융성했던 문명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발굴됐다.

2015년과 2017년에는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된 거주지(방, 계단)가 발견되었고, 5차 발굴기인 2023년에는 사람 얼굴 조각 5점이 발굴되었다. 그중 두 개는 전형적인 타르테시안 금세공 작품인 귀걸이를 하고 있는 ‘완전한 여성’ 부조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초의 서구 문명에서 인간을 표현하는 문화, 미학적 관점 등에 대한 패러다임이 크게 확장됐다.

또한, 같은 해 7월에는 거대한 로마식 목욕탕이 발견됐다. 이미 잘 보존된 큰 다리, 원형극장, 물 공급 시스템 등이 잇따라 발견되어 이곳이 히스파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음이 증명되었지만,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목욕탕 내부 탈의실 창문에서 발견된 거의 온전한 형태의 철창이었다. 연구진들은 십자형의 철창을 통해 당시 구조물 건축에 벽돌, 타일 외에 다른 재료가 쓰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고무되었다.

이처럼 투루뉴엘로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의 가치를 인정한 스페인은 2022년 5월에 이곳을 문화재로 지정했다.

고대 이베리아반도 남부에에 있었던 타르테소스 문화권. ⓒwikimedia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4-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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