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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4-06-25

개미도 커피 마시면 ‘일잘러’ 된다 미끼 찾으러 최단 경로로 이동…효율적 살충 전략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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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아르헨티나 개미는 높은 번식력을 지니고 있어 생태계 교란 생물로 분류된다. ⓒFlickr

커피는 직장인들에게 ‘생명수’로 불린다. 플라시보 효과일 수 있지만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멈춰있던 ‘일머리’가 작동하게 한다. 심지어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직장인의 경우 커피를 마시면 사망 위험이 1.58배나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커피의 각성 효과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을까.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개미도 카페인을 섭취하면 효율적으로 일한다고 한다.

 

독이 든 미끼는 뱉어버리는 똑똑한 개미

아르헨티나 개미(Linepithema humile)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분류된다. 한 군집에 100만 마리 이상이 함께 서식하는 데다 높은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토착 생물과 경쟁해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2020년 부산에서 아르헨티나 개미가 발견된 당시에 정부 차원의 방제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개미는 선발대 개미를 보내 먹이를 탐색한다. 선발대 개미가 먹이를 발견한 후 페로몬을 이용해 표시를 남기면, 그 흔적을 따라 다른 개미들이 먹이를 가지러 간다. 시중 퇴치제 역시 개미의 이러한 먹이 탐색 전략을 역으로 이용한다. 독성이 천천히 퍼지는 미끼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개미가 미끼를 먹도록 해 소탕을 노린다.

▲ 먹이 섭취 전후의 아르헨티나 개미. ©Laure-Anne Poissonnier

 

하지만 인간의 생각보다 개미는 똑똑하다.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개미들은 독성 미끼 여부를 기막히게 간파한다.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개미에게 설탕물과 독성 미끼가 섞인 설탕물을 제공한 뒤 관찰했다. 실험 초반 개미들은 양쪽 미끼에 모두 찾아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 미끼 쪽으로는 발길이 끊겼다.

심지어 독성 미끼는 가져다 버리기도 했다. 연구진은 독성 미끼를 먼저 먹은 개미들이 다른 개미들에게 위험을 알렸거나, 독성 미끼를 먹고 죽은 동료를 보고 먹이가 오염됐음을 파악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놨다. 개미를 효과적으로 퇴치하려면 시간이 금이라는 의미다.

 

독약임을 들키기 전에 빠르게 먹인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연구진은 개미가 더 효율적으로 미끼를 찾도록 하는 전략을 모색했다. 개미가 더 빨리 이동하고 무리로 돌아올수록 미끼가 ‘독’이라는 사실이 들통나기 전에 더 많은 개미가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카페인이 벌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이전 연구에 착안해 개미에게 카페인을 섭취시키면 위치 학습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 연구진은 카페인을 설탕과 섞인 먹이를 개미에게 제시하고 개미가 먹이를 찾아가는 시간과 경로를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iScience

 

연구진은 농도가 서로 다른 카페인(0, 25, 250, 2000ppm)을 설탕물에 섞어 먹이로 제시했다. 25ppm은 천연 식물에서 발견되는 수준이고, 250ppm은 에너지 음료의 카페인 농도와 유사하다. 2,000ppm은 벌의 반수치사량에 해당한다. 2,000ppm 농도의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벌의 절반 정도가 죽는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자동 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142마리 개미들이 미끼로 이동하고 다시 무리로 돌아오는 속도와 경로를 추적했다. 실험은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각 회차 실험이 종료된 후 개미들은 섭취한 먹이를 애벌레에게 먹여 다시 뱉었다. 또한 다음 회차의 실험에서 페로몬 자취를 이용해 미끼에 찾아가지 않도록 바닥에 깔린 종이를 매번 교체했다.

카페인이 없는 설탕물을 섭취한 개미는 장애물을 잘 지나가지 못하고, 반복 실험에서도 개선되지 않았다. 고용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5ppm과 250ppm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들은 실험을 거듭할수록 장애물을 지나 미끼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가령, 25ppm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의 경우 첫 실험에서 300초가 걸려 미끼를 찾았는데, 최종 실험에서는 113초 만에 미끼를 찾았다. 250ppm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의 경우 마지막 실험에서는 54초 만에 미끼를 찾았다.

▲ 카페인 농도에 따른 개미의 이동 경로. 개미들은 저용량(25ppm)과 중간 용량(250ppm)의 카페인이 함유된 먹이를 섭취한 경우 반복되는 실험에서 먹이까지 효율적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iScience

 

헨리크 갈란테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는 “개미의 이동 속도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카페인이 개미의 탐색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저용량 및 중간 용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는 보상의 위치를 학습하고, 먹이까지 직선 경로로 효율적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미 미끼에 카페인을 첨가하면 개미 퇴치에 도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속 연구로 현재 스페인의 야생 환경에서 카페인이 포함된 미끼의 효과를 시험하는 한편, 카페인과 미끼 독소 사이의 상호작용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06-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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