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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10-03

노벨 생리·의학상, '24시간 생체시계' 비밀 연구 미 과학자 3명, 밤에 졸리고 아침에 깨는 원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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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혀낸 미국의 과학자 3명에게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3명의 수상자는 미국 메인대의 유전학자 제프리 C 홀(Jeffrey C Hall, 72) 교수, 브랜데이스대의 마이클 로스바시(Michael Rosbash, 73) 교수, 록펠러대의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68) 교수 등 3명의 유전학자들이다.

사람을 비롯한 동·식물 세포 안에는 생리현상을 주관하는 생체 리듬, 즉 시계와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 세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데 체온 변화와 같은 ‘하루보다 짧은 주기’, 낮과 밤에 따른 ‘24시간 주기’, 여성 생리 등 ‘하루보다 긴 주기’가 그것이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3명의 미국 유전학자들. 왼쪽부터 메인대의 제프리 C 홀 교수, 브랜데이스대의 마이클 로스바시 교수, 록펠러대의 마이클 영 교수.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혀냈다.   ⓒnobelprize.org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3명의 미국 유전학자들. 왼쪽부터 메인대의 제프리 C 홀 교수, 브랜데이스대의 마이클 로스바시 교수, 록펠러대의 마이클 영 교수.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혀냈다. ⓒnobelprize.org

초파리 유전자에서 생체시계 메커니즘 발견

3명의 수상자는 세 주기 중 하루 동안의 주기적 변화를 의미하는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서카디안 리듬’이란 라틴어로 ‘circa(근처에란 뜻)’와 ‘day(하루)’를 합성한 단어로 ‘24시간 주기’를 말한다.

이를테면 식사를 언제 해야 할지, 또는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야 할지 등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말한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3명의 과학자는 초파리에게서 생체 리듬을 컨트롤하는 유전자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유전자 신호에 따라 주기적으로 밤에는 세포 내 분자가 축적되고 있으며, 또 낮에는 분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상자들은 이어 세포 안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시계 태엽(self-sustaining clockwork)과 같은 생체시계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 메커니즘은 또한 사람을 비롯한 다른 생체 세포구조 속에서도 같은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 생체시계는 매일매일 매우 정교하게 작동하면서 생물 세포 안에서 놀라운 정도로 다양한 생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 행동(behaviour)을 비롯 호르몬 분비량, 수면, 체온, 신진대사 등에 이르기까지 생리작용 전반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는 사람이 습관적으로 생체시계를 자주 거스를 경우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잦은 비행기 여행으로 시차증을 자주 경험할 경우 불균형에 의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생체시계에 비밀을 처음 감지한 사람은 18세기 천문학자 장-자크 도르투 드 메랑(Jean Jacques d’Ortous de Mairan)였다.

그는 식물 ‘미모사’가 낮에는 태양을 향해 잎을 펼치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잎을 오무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모사가 계속 어두운 환경에 노출되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궁금했던 그는 햇빛을 차단시킨 후 미모사 움직임을 관찰했다.

세포 안에서 24시간 주기 생체리듬 컨트롤  

그리고 햇빛이 없어도 잎들은 일상적인 밤낮의 주기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물에 생체시계가 돌고 있다는 최초의 증명이었다. 이후 다른 과학자들은 사람을 비롯한 동·식물 대상의 연구를 진행했고 세포 안에서 생체시계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상자들은 이어 세포 안에서 수면 조절, 호르롬 분비 등과 같은 스스로  움직이는 시계태엽(과 같은 생체시계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3명의 수상자들은 새로운 발상을 통해 세포 안에서 수면 조절, 호르롬 분비 등과 같은 스스로 움직이는 시계태엽과 같은 생체시계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nobelprize.org

과학자들은 이 메커니즘을 ‘서카디안(circadian) 리듬’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약 200여년에 걸쳐 이 메커니즘이 발생하는 원인을 알아내려 했지만 그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 유전자 연구를 시도하면서부터다.

미국의 분자생물학자였던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세이무어 벤저(Seymour Benzer)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유전자와 매우 유사한 초파리 유전자가 세포 안에서 24시간 주기 ‘서카디안 리듬’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어떤 돌연변이 유전자가 24시간 내내 초파리의 ‘서카디안 리듬’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벤저 교수 연구팀은 생체시계 리듬을 잃어버리게 한 초파리 유전자를 ‘PER(period의 줄임말)’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24시간 내내 ‘서카디안 리듬’을 방해하고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준 사람들이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3명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1984년 초파리 세포 안에서 PER 유전자를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 이어 제프리 홀 교수와 마이클 로스바시 교수는 이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encoded) ‘PER 단백질’을 찾아냈으며, 이로 인해 24시간 주기적으로 활동을 통제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ER에 영향을 받은 단백질이 밤이 되면 축적됐다가 낮 시간에 다시 분해되면서 세포활동을 조절하고 있었다. 이 과정을 확인한 3명의 과학자들은 현재 이 ‘서카디안 리듬’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는지 후속 연구를 이어갔다.

제프리 홀 교수와 마이클 로스바시 교수는 ‘억제 피드백 고리(inhibitory feedback loop)’에 의해 ‘PER 단백질’이 자신의 합성을 막을 수 있으며, 그 결과 지속적이면서 주기적인 일주 리듬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생체시계 원리로 웰빙·건강 연구 가능해져”  

이어 두 교수는 후속연구를 통해 PER 단백질이 유전물질이 들어 있는 세포핵 안에 도달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이 어떤 식으로 유전물질을 자극하고 생체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궁금증을 풀어준 사람이 마이클 영 교수다. 그는 1994년 PER 유전자에 TIM(timeless의 줄임말) 유전자가 결합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PER 단백질이 세포핵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PER 유전자가 TIM 유전자와 결합했기 때문.

이런 과정을 거쳐 세포핵 도달한 ‘PER 단백질’은 ‘억제 피드백 고리(inhibitory feedback loop)’에 의해 자신의 합성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세포 내에서 단백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생체 리듬과 관련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이 역시 마이클 영 교수가 해결했는데 ‘DBT(doubletime의 줄임말) 단백질’이 PER 단백질의 축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특정 유전자 활동이 24시간 주기 ‘서카디안 리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상세히 말해준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들 세 과학자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생체시계가 작동하는 핵심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치하했다.

또한 “인간의 복잡한 생리구조를 감안했을 때 이 원리를 활용해 생체시계와 관련된 또 다른 분야의 중요한 연구들을 이끌어내고, 또한 건강과 웰빙(wellbeing)을 위한 기초를 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3명의 수상자 중의 한명인 로시바스 교수는 수상직후 이루어진 노벨상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농담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영 교수는 “아직 1%밖에 밝혀낸 것에 불과하다”며 강한 연구 의욕을 보였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10-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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