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속 주인공의 눈과 마주쳤다. 손을 들어 머리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줄 수도 있다. 함께 사진을 찍고 내가 웹툰(webtoon) 속으로 걸어 들어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평면 속 2D 공간을 누비던 주인공들이 3D 실제 공간으로 튀어나오고 증강현실(AR) 기법을 사용해 현재의 나와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증강현실(AR) 기술이 만화 속에서 재현된다. 소설에서 웹툰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게임으로 이어지면서 콘텐츠가 과학기술과 함께 상식을 파괴하니 ‘대박’ 시장으로 변화했다.
만화를 게임처럼, 소설과 영화 드라마로 재생산
24일 세계웹툰포럼이 개최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 입구는 수많은 히트 웹툰 작품들의 주인공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어두운 대본소 만화 시장을 걷어차고 한류를 이끄는 화려한 콘텐츠 시장으로 거듭난 한국 웹툰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듯 현장에는 수많은 외국인들과 국내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과거 ‘수준 낮은 콘텐츠’라며 괄시받던 ‘만화’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의 상상력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가 되어 돌아왔다. 종이 만화가 웹툰과 소설로, 소설에서 영화로, 드라마로, 게임으로 다시 태어나며 수익의 선순환 사이클을 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영화 ‘신과 함께’는 포털 네이버(Naver)에서 연재하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바보 간첩 행세를 하던 김수현이 주연을 맡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바둑을 중심으로 회사원들의 애환을 담은 ‘미생’은 포털 다음(Daum)에 연재되던 동명의 웹툰을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영화 ‘신과 함께’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강철비’ 또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던 ‘스틸레인’을 각색해 만들었다. 스틸레인과는 별개로 영화가 개봉되기 전후 원작 웹툰과는 다소 다르게 각색한 영화 내용인 ‘강철비’가 따로 연재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의 최고 인기 작품 ‘마음의 소리’는 KBS 드라마로 각색됐다. 화장품과 각종 문구용품, 주인공들의 피규어 등으로 캐릭터를 확대시켜나갔다.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수출은 기본이다. 영화 ‘신과 함께’는 대만에서 국내 영화관과 동시 개봉해 약 1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상식 파괴하고 시대흐름 읽어 성공
이처럼 웹툰 시장이 커지게 된 배경에는 기존 만화가 가지는 고정관념을 파괴했다는데 있다. 만화라는 1차 소비시장에서 끝날 수 있던 콘텐츠를 현실에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방송, 게임, 굿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확대했고 해외로 판로를 다각화했다. 첨단과학기술을 입혀 새로운 실험을 하는가 하면 콘텐츠 유통 방법을 게임과 같은 형식을 차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yumiiii_0109라는 아이디로 존재하는 인스타그램은 실제 ‘유미의 세포들’ 웹툰의 주인공 ‘김유미’가 현실 세계에 있는 것처럼 운영되어진다. 이 날 포럼에 나온 이희윤 네이버 웹툰 사업팀 리더는 “만화 속 허구의 대상이 주변 인물처럼 느껴지도록 네이버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네이버에서 연재했던 하일권 작가의 ‘마주쳤다’는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의 얼굴인식기능을 웹툰에 적용시켰다. 실제 주인공과 인터랙티브하게 대화를 하고 이름을 서로 불러준다. 만화 속 주인공이 실제 내 앞에 나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콘텐츠가 단순 웹툰을 넘어 게임, 드라마, 영화 판권으로 넘어가고 각종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지면 원작자인 작가들에게도 최대 수십억대의 수익이 보장된다. 네이버웹툰에서 마음의 소리를 연재하고 있는 조석 작가는 지난 2015년 네이버가 공개한 최고 수입의 작가로 순수하게 웹툰 연재만으로 연간 9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웹페이지가 아닌 모바일에서만 웹툰과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에도 ‘밀리언’ 히트 작가들이 다수 존재한다. 여기서 ‘밀리언’이란 단일 콘텐츠로 이들은 100억 원대의 매출을 자랑한다.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포도트리 황현수 부사장은 웹소설 ‘닥터 최태수’를 연재하는 조석호 작가와 웹툰 ‘황제의 외동딸’을 연재하는 리노 작가와 윤슬 작가가 바로 100억 원 매출의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이 단일 콘텐츠로 1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게 된 비결은 바로 기존 웹툰 유통경로와 패턴을 파괴한 덕분이었다. 황현수 부사장은 이들 매출의 주요 비결을 “콘텐츠를 게임처럼 유통시켰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웹툰 구조는 오랫동안 페이지에 방문을 하지 않아도 나중에 몰아서 볼 수 있었으나 카카오페이지는 무료가 쌓이는 구조가 아니라 방문을 해야 1회 볼 수 있도록 했다. 황 부사장은 “방문을 해야 아이템과 레벨이 쌓이는 구조로 게임이 제공하는 방식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다리면 무료’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각각의 콘텐츠마다 방문하는 독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시점에 어떤 무료 콘텐츠 사용권을 줘야하는지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성공하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가장 큰 원천은 작가의 멋진 상상력이다. 중독성과 몰입성은 콘텐츠를 구성하는 가장 큰 뿌리이다. 여기에 성실성이 더해져야 한다.
황현수 포도트리 부사장은 “한번 보면 빠져드는 중독성과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희윤 네이버웹툰사업팀 리더는 “매주 연재를 해야하는 웹툰의 특성상 성실하게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저력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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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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