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대신 해주는 무인 트랙터가 등장해 농업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주 초 미국 ‘ABC TV’는 오토노머스 트랙터(Autonomous Tractor)에서 제작한 자율주행 트랙터를 방영했다.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있는 한 농장에서 실시된 테스트 현장에서 무인트랙트 개발자인 태리 앤더슨(Tarry Anderson) 부사장은 “'스피리트(Spirit)'란 이름의 이 무인트랙터 주행 실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트랙터의 기능이 매우 다양해 상용화가 이루어질 경우 지난 8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농업기술에 큰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트랙터가 무인 주행이 가능한 것은 최근 개발된 첨단 기술 때문이다.
“하인 부리듯이 자연스럽게 작동”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 간 차이를 정밀 측정할 수 있는 레이저 전파위치 측정법(Laser radio positioning), 인공지능, 초음파를 방출하는 음향표정장치인 소나(sonar)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기술들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랙터에 부착된 여러 대의 카메라는 트랙터가 어떤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무언인가 장애물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동을 멈추고 그 상황을 촬영해 해 트렉터 주인에게 관련 정보를 전송한다.
앤더슨 부사장은 “마치 하인을 부리듯이 이 트랙터를 자연스럽게 작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도 매우 다양하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콤바인(combine) 기능이다. 농토 위를 주행하면서 벼·보리·밀·목초종자 등을 동시에 탈곡·선별할 수 있다.
많은 눈이 쌓였을 경우 바람을 일으켜 청소할 수 있는 기능도 갖고 있다. 이밖에 잔디 깎기, 곡물 수송 등의 기능도 가능하다. 오토노머스 트랙터에서는 향후 농업인들의 요구에 따라 또 다른 기능들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 2일 ‘팜 인더스트리 뉴스’에 따르면 이 만능 트랙트 ‘스피리트’는 1990년 선보인 트랙트 ‘존 디어 8760(John Deere 8760)’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솔린 엔진대신 전기와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용하고 있다.
시제품을 처음 개발한 때는 2012년 가을이다. 웨스트 파르고에서 열린 ‘빅 아이언 팜 쇼(Big Iron Farm Show)'에 출품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선보인 제품들은 2012년 당시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능을 대폭 강화해 농업인들을 크게 놀라게 하고 있다.
오토노머스 트랙터는 지난 달 이 무인 트랙터 기술을 농업 전문 기업인 ‘패밀리팜스( FarmilyFarms Group)’에 판매했다. 앞으로 두 회사는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무인트랙터 기능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캐나다 농부 MIT에서 강의듣고 원격농업 시스템 개발
무인 트랙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MIT에서는 최근 온라인 공개수업(MOOC)을 통해 먼 곳에서도 트랙터 등의 무인 시설 작동이 가능한 원격 농업 강의를 시작했다. 강사는 리모트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한 맷 라이머(Matt Reimer) 씨다.
캐나다 매니토바 주 출신인 그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중노동을 해야 했던 농업인이었다. 일이 너무 힘들었던 그는 농사일을 도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 추수 등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트랙터를 만들었다.
이 트랙터는 주인으로부터 일일이 지시를 받지 않아도 넓은 밭을 돌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해나갈 수 있다. 특별히 요구할 일이 있으면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필요한 움직임을 일일이 요구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맷 라이머 씨가 이 원격농업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MIT 존 굿타그( Guttag) 교수로부터 컴퓨터 사이언스와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트랙터의 기능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이 ICT 교육을 통해 두 유형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었다.
맷 라이머 씨는 현재 MOOC를 통해 자신의 무인트랙터 개발 과정과 함께 원격 농업을 강의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강의가 개설됐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많은 농업인들이 MIT 온라인 강의를 방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업기술 분야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농업 방식이 농업인 전반에 걸쳐 존경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무인트랙터의 등장은 기존의 농업 패턴을 바꾸어놓을 만큼 큰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농업 현장에 투입됐던 많은 노동력 없이도 대단위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토노머스 트랙터에서는 자사에서 개발한 무인트랙터 ‘스피리트’의 베다 버전을 내년 초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테스트 과정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집에서 게임을 하듯이 농사 일을 할 수 있는 무인 트랙터가 상용화될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농업에 주는 파장이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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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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