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4-09-24

텔레파시는 과연 가능할까 전자기 통해 반응 주고 받는 데 성공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텔레파시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이나 감정을 주고 받는 심령능력을 말한다. 텔레파시(telepathy)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먼 거리를 의미하는 '텔레(tele)'와 느낌을 뜻하는 '파테(pathe)'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이다.

이런 텔레파시는 공상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 말이나 문자, 동작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뇌를 통해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달 중순 알바로 파스큐얼 레오네(Alvaro Pascual-Leone)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팀은 뇌파 등을 이용한 비외과적인 방법으로 8천킬로미터 떨어진 두 사람 사이에 정보를 주고 받는 데 성공했다. (원문 링크)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의사소통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실험을 통해 이것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파시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 ScienceTimes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의사소통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실험을 통해 이것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파시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 ScienceTimes

이번 실험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이나 감정을 주고 받는 텔레파시가 현실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술 대신 뇌와 뇌 사이에 전자기적인 방법으로 반응을 주고받는 기술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향후 의사소통 방법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서 실험에 뇌파기록장치(EGG) 기록을 사용하였다. 피실험자들의 두피에 전극을 설치한 뒤, 대뇌피질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 것이다. 뇌파기록장치는 이미 이전에도 사람이 동작할 때의 뇌파를 기록해 휠체어 조종이나 로봇 연구 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더불어 경두개자기자극술(TMS)도 이용했는데, 이는 두피에 미세한 전류를 공급해 두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기기를 말한다. 피실험자의 특정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거나, 눈에 빛이 번쩍이게 하는 것 등이 가능한 기기이다.

실험에는 인도와 프랑스에 사는 4명의 건강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인도에 사는 한 사람이 특정 단어를 보내면 프랑스에 사는 나머지 세 사람이 이를 수신하는 방법이었다. 단어를 보내는 사람은 뇌파기록장치를 이용했고, 단어를 수신하는 사람은 경두개자기자극술을 통해 불빛을 보는 형태로 정보를 받아 해석했다.

초보적 수준이지만 의사소통 가능

인도에 있는 사람이 영어로 '헬로(hello)'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올라(hola)'와 이탈리아어 '차오(ciao)'를 8천 킬로미터 떨어진 세 사람에게 전달했다. 전달 바법은 다음과 같다. 인도에 있는 사람의 뇌파를 이진법의 기호로 해석한 뒤 이메일로 프랑스에 보내고, 프랑스에서는 이를 펄스신호로 바꾸어 메시지 수신자의 뇌를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그 결과, 프랑스에 사는 세 사람 모두 메시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스페인과 프랑스인이 참여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전체 메시지의 15퍼센트(%)가 잘못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디코딩 쪽에서 에러가 많이 발생하였다.

이번 실험의 성공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나 글을 쓰지 않고 서로 생각을 주고 받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혁신적인 의사소통 방법의 발견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오감을 이용한 의사소통과는 다른 차원의 실험인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언어나 이동수단에 기초한 전통적인 의사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롯하여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뇌-뇌 인터페이스 개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미 뇌와 뇌를 서로 연결하는데 성공한 사람이 있다. 바로 라제시 라오(Rajesh P. N. Rao)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와 안드레아 스토코(Andrea Stocco) 미국 뇌과학 연구소(I-LABS) 교수다. (관련 링크)

이들은 한 사람이 뇌 신호를 보내 상대방의 손동작을 제어하는 실험을 계획하였다. 실험 당일 두 교수는 떨어져 있는 각자의 연구실에 앉았다. 뇌파를 보내는 라오 교수는 뇌파를 기록하는 전극을 가진 모자를 썼으며, 뇌파를 받는 스토코 교수 역시 뇌를 자극하는 기능을 가진 모자를 썼다.

이들이 쓴 장치는 스카이프(Skype)로 연결이 되었지만 서로 상대방의 화면은 볼 수 없었다. 즉,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는지 또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태에서 라오 교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간단한 게임을 했는데, 손을 움직이는 상상만 했을 뿐 실제로 손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 순간, 컴퓨터 화면을 보지 않은 채 귀마개를 하고 있던 스토코 교수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스토코 교수는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였다고 이야기 했다. 아주 단순한 행동이었지만, 이는 라오 교수가 생각만으로 스토코 교수를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칸인의 정신 결합과 견줄 수 있어

연구팀은 이번 실험의 성공을 두고 '발칸인의 정신 결합(Vulcan Mind Meld)'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발칸인은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인물로서 제한된 텔레파시 형태로 다른 발칸인의 생각과 경험, 기억, 지식을 공유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것은 이번 실험이 앞으로 발칸인처럼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만약 이 연구가 더 완벽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뇌와 뇌를 직접 연결해서 지식을 바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전달하거나 얻을 수 있게 되고, 갑자기 조종사가 쓰러진 비행기에서 승무원이나 승객의 뇌를 지상 관제국에 있는 사람과 연결하여 무사히 착륙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기술은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특정 종류의 간단한 뇌 신호를 읽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즉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을 조작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가 조금 더 발전된다면 뇌로 더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받는 날이 오게 될 수 있다. 보다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겠지만, 한편으로 인류는 불안에 떨며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4-09-24 ⓒ ScienceTimes

태그(Tag)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