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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4-08-21

산업화의 그늘…해양 수은 오염 증가 안전한 바다 먹거리를 위한 국제적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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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밝힌 우리 국민의 혈중 수은 농도는 기준치 이하의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식약처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1만 9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인당 국민 혈중 수은 농도 검사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수은 오염 과정을 그린 순환도 ⓒ wikipedia
수은 오염 과정을 그린 순환도 ⓒ wikipedia

그러나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검사결과만을 놓고 볼 때, 우리 국민의 수은 노출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임산부의 경우 대형 어류에 수은이 함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황새치나 냉동 참치 등은 주 1회 이하로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다행하게도 수은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난 상황이지만, 전 세계 바다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현재 전 세계 해양의 수은 농도가 표층수 부분을 기준으로 산업화 시대 이전에 비해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관련 링크)

바다로 유입된 수은이 어류의 체내에 축적

수은(mercury)은 실온에서 액체인 유일한 금속이다. 물성의 독특함으로 인해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다량의 수은이 광산에서 채취했다. 또한 석탄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매연이나 폐수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발생된 수은들은 한동안 지표에서 존재하다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됐다.

물론 바닷물에도 자연적으로 발생한 수은은 존재한다. 하지만 다량의 인위적인 수은들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그 결과 대형 어류의 경우 임산부나 소아 계층에서는 섭취를 제한해야 할 만큼 메틸수은(methylmercury)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메틸수은은 수은과 메틸기가 결합된 형태를 말한다.

해양 먹이 사슬 최상층에 위치하여 수은이 축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다랑어
해양 먹이 사슬 최상층에 위치하여 수은이 축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다랑어 ⓒ WHOI

문제는 이 메틸수은이 금속 상태의 수은보다 인간에게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메틸화 (methylation)된 수은은 쉽게 체내로 흡수된 후 먹이 사슬을 타고 점차 생물학적 농축을 일으킨다. 따라서 이를 대형 어류가 섭취하고 대형 어류를 인간이 섭취하면 인간의 체내에도 농축된다.

이 같은 메틸수은이 체내에 과량 흡수되면 신경계 및  면역계는 물론 심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태아와 소아의 뇌성장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성인의 경우는 기억력 감퇴나 반사신경 둔화, 그리고 탈모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틸수은은 특히 지난 1956년 일본에서 미나마타병으로 유명세를 탄 중금속이다. 이후 수은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수은 중독이 특수한 산업재해 정도로만 여겨져 왔지만, 최근 들어 해양의 메틸수은 증가로 인해 다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산업화 시대 이후의 수은 농도가 3배 정도 증가

그렇다면 과연 바닷물에는 현재 얼마나 많은 수은이 녹아 있는 것일까? 이를 규명하기 위해 미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및 네덜란드의 다국적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경우는 지난 24 년간 수은에 대해서 연구해 왔다. 특히 이 연구소의 해양학자인 칼 램보그(Carl Lamborg)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지난 8년 동안 12회에 걸친 샘플링을 통해서 바다 속 수은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램보그 박사는 “바다 속의  수은은 인위적인 부산물 외에 암석의 침식이나 화산 활동과 같은 자연 현상에 의해서도 바다로 녹아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되는 수은이 산업화 이후 증가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따라서 해양의 수은 증가분을 분석하기 위해 공동 연구진은 수은과 거의 비슷한 경로로 순환되는 인(phosphate)의 농도를 같이 조사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수심 1000미터(m) 이하에 있는 인의 농도를 측정하여 수은과의 농도비를 추정했다.

그 결과 수은의 순환이 바닷물의 순환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수심 1000미터 이하에 있는 인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 정도 수심에 있는 인의 농도는 대기나 인간 활동에 의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바닷물에 들어 있는 수은 중에서 얼마만큼의 수은이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미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으면서도, 기술적으로 분석이 가능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참고함으로써 이 문제도 해결했다.

자연적 수은과 인위적 수은의 양을 추정하는 램보그 박사와 연구진 ⓒ WHOI
자연적 수은과 인위적 수은의 양을 추정하는 램보그 박사와 연구진 ⓒ WHOI

복잡한 모델링과 방법을 동원해 수은의 농도를 추정한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인위적으로 발생하여 바다로 흘러 들어간 수은의 총량이 대략 6만 톤(ton)에서 8만 톤 정도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이정도의 양은 바다 전체의 수은 함량에 대비해 약 10퍼센트(%) 정도에 해당되는 수치다.

10퍼센트라는 수치가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순환이 잘 일어나지 않는 심층 해양수를 제외하게 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100미터 이내의 수심을 중심으로 한 표층수 부분만을 고려할 때 산업화 시대 이후의 수은 농도가 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배 정도 증가했다는 것은 해양의 표층수 부분에 들어 있는 수은 중 3분의 2이상이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한 수은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어패류의 대부분이 이 수심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는 결과인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램보그 박사는 “수은 오염이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라고 걱정하면서 “연구진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의 추세대로 오염이 진행될 때 앞으로 50년 간 증가될 수은의 양이 과거 150년 동안 유입됐던 양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행하게도 이 같은 전망이 틀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전 세계의 석탄 매장량이 적지 않게 남아 있기 때문에, 석탄 발전소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수은 배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다수 환경 전문가들도 수은 배출량의 증가는 수은의 메틸화를 더욱 촉진하는 만큼, 향후 수십 년 동안 바다에서 잡아들이는 어류에서는 메틸수은의 함유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램보그 박사는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 같은 분석결과가 어류와 해양 포유동물에 어떤 영향이 초래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당장 전 세계 바다에 유입되는 수은들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속적인 연구를 토대로 충실한 오염기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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