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와 DNA를 구성하는 염기들은 특정 염기간의 수소 결합을 통해 계획적으로 결합된다. 이러한 염기쌍 결합을 이용해 RNA와 DNA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재료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RNA 및 DNA 구조물들이 개발됐지만 RNA는 DNA에 비해 그 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거시적인 크기의 순수한 RNA 구조물에 대한 연구는 많이 미흡한 상황이다.
하지만 RNA는 생물학적 기능으로 인해 의학 및 바이오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상태다. RNA 스스로 효소와 유사한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유전자 질환 치료제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은간섭리보핵산(siRNA)은 전령리보핵산(mRNA)과의 결합· 분해를 통해 특정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의 생산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톱크기의 RNA 멤브레인
RNA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생체고분자 RNA 가닥을 엮어 손톱크기의 RNA 멤브레인을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종범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자기조립형 RNA 멤브레인을 제작한 것이다. 생체고분자 RNA를 안정된 필름형태로 제작한 만큼 향후 약물전달체 등으로의 응용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RNA 멤브레인은 RNA 가닥 간의 결합 및 꼬임을 통해 이뤄진 물질입니다. RNA의 생물학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죠. RNA를 이용한 구조물의 제작은 RNA가 갖고 있는 생물학적 성질을 구조물에 쉽게 적용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효용가치가 매우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RNA 자체의 불안정성이 워낙 커 기존에는 이를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어요. 때문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죠."
RNA의 불안정성이란 분해효소에 의하여 쉽게 분해되는 등의 성질을 일컫는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제 의학 분야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나노크기의 구조물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크기의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크기의 구조물을 만들기 위한 충분한 RNA 가닥을 확보하는 기술 역시 미미한 상태였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종범 교수팀은 먼저 충분한 RNA 가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인 '상호결합 롤링-써클 전사(Complementary rolling circle transcription, cRCT)' 방법을 이용했다. 해당 기술은 RNA 또는 DNA 중합효소를 이용해 무수히 많은 양의 복제 RNA 또는 DNA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다.
"마치 거미가 실크를 뽑아내듯이 RNA 중합효소가 기다란 RNA 가닥의 제자리를 돌면서 가닥을 생산합니다. 이를 통해 생산된 RNA 가닥은 서로 간 염기서열의 상보결합을 통해 연결되고 이후 증발유도자기결합을 통해 RNA 분해효소에도 저항할 수 있는 필름형태의 멤브레인을 형성할 수 있었죠. 수천여 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기다란 RNA 가닥을 합성한 후 이들 RNA 가닥들을 농축시켰습니다. 자발적인 결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손톱크기의 RNA 멤브레인을 합성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RNA 멤브레인은 간단한 조작으로 표면의 거칠기나 두께 등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RNA 가닥 간 염기결합수를 줄이면 멤브레인이 더 거칠어지는 식인 거죠. 뿐만 아니라 RNA 농도를 조절해 멤브레인의 두께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개발된 RNA 멤브레인에 항암제 독소루비신을 실어 약물전달체로서 가능한지 확인한 결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상보 롤링-써클 전사 기술을 이용해 RNA를 생산하는 것은 훨씬 경제적일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기술로 활용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RNA 중합효소를 이용해 무수히 많은 양의 복제 RNA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이렇게 생성된 RNA 가닥들은 증발유도자기결합을 통해 멤브레인으로 형성됩니다. 즉 RNA 멤브레인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순차적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죠. 먼저 상호결합 롤링-써클 전사를 통해 매우 긴 RNA 가닥들을 형성하고, 이후 서로 결합해 무수히 많은 RNA 가닥들의 결합을 유도한 뒤 증발유도자기결합의 증발을 통해 RNA 가닥들의 자가결합을 유도, 최종적으로 멤브레인을 제작하게 되는 거죠."
RNA 염기서열 조작, 유해단백질 막고 유익 단백질 도와
유해단백질의 형성을 막고 유익 단백질의 생성을 돕는 RNA 염기서열의 조작. 이종범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 역시 의료 발전에 도움을 주는 이러한 현상을 보다 심화해 관찰하고 더 나아가 산업계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원해서다.
이종범 교수는 "DNA를 이용한 거시적 구조물은 많지만 RNA를 이용한 거시적 구조물은 매우 적은 상태"라며 "특히 순수한 RNA로 이뤄진 거시적 구조물은 오늘날까지 발표된 적이 없다. 이에 우리 연구진은 DNA 하이드로겔과 RNA 마이크로 입자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적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한 RNA로 이뤄진 거시적 크기의 구조물 개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
아직 초기 진입단계인 RNA 구조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한 이종범 교수. 그는 "기존에 보고된 바 없는 RNA 가닥으로 된 거시적인 크기의 RNA 구조물을 만든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라며 "향후 RNA 멤브레인은 산업 및 의료 분야에서 폭 넓게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RNA 구조물 제작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건조된 RNA 멤브레인은 필름 같은 얇은 막 형태로 조작이 간편하기 때문에 활용이 용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멤브레인의 형태적 장점을 이용한 RNA 패치 같은 새로운 개념의 RNA 약물치료제 개발에도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연구결과를 통해 RNA 멤브레인은 RNA를 이용해 거시적인 크기의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또한 RNA 멤브레인의 제조기술은 추후 연구를 통해 더욱 다양한 형태의 RNA 구조물 제작의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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