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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이슬기 객원기자
2016-02-29

VR 대세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글로벌 ICT기업 'VR산업은 새로운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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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그야말로 'VR'(가상현실)의 천국이었다. 세게 최대 이동통신박람회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이 바로 VR이었기 때문이다. VR체험관에서는 끊임없이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많은 곳에서 VR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VR 산업에 대한 시선은 반신반의이다. VR기술이 단순한 동영상 기술 수준에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VR 기술을 진지하게 다루고,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ICT 기업에서는 VR 산업을 '새로운 먹이'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이다. 바야흐로 'VR의 전성시대'이다.

VR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VR 관련 기기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 pestoverde / Flickr
VR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VR 관련 기기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 pestoverde / Flickr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의 주요 쟁점은 바로 VR기기였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VR기기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관람객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으며 그동안 주목받아온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의 자리를 위협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한결같은 의견이 나왔다. 바로 VR기기가 실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부스 역시 VR체험 코너였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VR은 차세대 플랫폼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VR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는 VR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서비스가 아닌, 곧 다가올 현실이 되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VR이 접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VR 기기의 연동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며, 자동차업체나 통신업체 역시 VR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VR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를 통해 밝혀진 셈이다.

기업들의 새로운 먹을거리 'VR산업'

VR 산업은 게임과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제작을 넘어 제조,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만큼 파괴적인 확산력을 가지고 있다. VR 기기 제조시장의 경우,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VR기기를 선보였으며, 오큘러스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다음달 20개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미 VR기술 연구에 수백 명 규모의 개발 전문가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이폰 호환이 가능한 3만 원 대의 VR기기를 앱스토어에 출시한 바 있다. 구글은 '구글 카드보드'를 통해 VR 기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기기의 보급과 함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VR 콘텐츠 제작 산업까지 뜨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투브는 개인이 찍은 360도 동영상 유통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업로드만 거치면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360도 영상을 보고 공유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3D TV와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3D TV보다 더 '현실'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VR 카메라와 이를 즐길 수 있는 HMD 등 VR기기 가격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다.

아무리 몰입감이 뛰어나고 흥미롭다고 해도 결국 사용자가 쉽게 접하지 못한다면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이에 따라 저가 VR 헤드셋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VR의 중심축은 게임이었고, 게이머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게이머 전용 VR 헤드셋이 출시 준비 중이었다.

더 높은 몰입도를 위해 화질과 오디오 기능이 개선되다보니 VR 헤드셋의 가격은 상당히 높아졌다. 이에 부담을 갖는 소비자가 생겨났고, 발 빠르게 기업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글의 '카드보드'는 2만 원 정도면 손쉽게 VR 헤드셋을 만들 수 있고, 이 외에도 저가형 VR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한쪽에서는 고가의 VR 헤드셋을 선보인 반면, 저가형 VR 솔루션도 다수 등장했다. 사용자는 이제 고가의 VR 헤드셋과 저가의 VR 헤드셋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VR은 주목받고 있다.  ⓒ Rebke Klokke (Partij van de Arbeid) / Flickr
사용자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VR은 주목받고 있다. ⓒ Rebke Klokke (Partij van de Arbeid) / Flickr

VR산업, 그래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VR 대세론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넘어야 할 산은 분명이 존재하고 있다. 제조사와 운영체제, IT기업 별로 콘텐츠와 플랫폼이 달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표준이 없기 때문에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사용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화질이나 완성도가 낮은 콘텐츠가 많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VR 카메라가 나오면서 이용자들이 직접 촬영한 VR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전문 콘텐츠는 아직까지 부족한 현실이다.

더불어 착용감 개선도 필요하다. VR 헤드셋은 생각보다 무겁고 불편하다. 20분 이상 보면 어지럽고 피곤할 수 있다. 실제로 VR 체험관에서는 멀미 증세를 호소하는 관람객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3D TV가 입체 안경을 써야 해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가장 큰 숙제는 '회전 지연'(Latency)이다. 이용자가 고개를 돌릴 때 콘텐츠 화면이 뒤늦게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VR 영상 속에서 사람의 눈은 매우 자유롭게 움직인다. 하지만 사람의 눈이 움직이는 속도만큼 화면이 따라가지 못해 인지 작용 부조화를 이루게 된다. 어지럼증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고가의 VR 기기 뿐만 아니라 저가의 VR 기기도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사진은 2만원대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구글의 카드보드  ⓒ Evan-Amos / Wikipedia
고가의 VR 기기 뿐만 아니라 저가의 VR 기기도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사진은 2만원대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구글의 카드보드 ⓒ Evan-Amos / Wikipedia

그럼에도 VR 산업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처럼 소수 업체가 독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업체가 달라붙어 여러 방면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C-P-N-D(Contents-Platform-Network-Device)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야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이다. 소수의 누군가가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와 협력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즉,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협업'을 통해 '어떤' VR을 만들어내는지가 VR 산업의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언론에서 2016년을 VR 산업의 원년으로 말하고 있다. VR 산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3D TV처럼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분명한 것은 VR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6-02-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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