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을 높인다는 과학계의 상식이 근거가 분명치 않은 통속적 가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스위스 국제방송 인터넷판이 9일 전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과 영국 런던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격성을 유발한다는 일반적인 믿음이 도전받고 있으며, 공격성보다는 오히려 지위 상승을 추구하는 행동을 고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지난 8일 게재된 논문에서 12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호르몬의 영향에 관한 통념이 매우 강해서 실제로 남성호르몬제 주사를 맞지 않았는데도 단지 맞았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취리히대학의 에른스트 페르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을 유발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가설이지만, 인간사회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여성의 난소에서는 훨씬 적은 양이 분비되며, 두뇌 발달과 성적 행동에 영향을 준다.
그동안의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설치류에 있어서 공격적 행동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킨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같은 사실은 법정에까지 인용돼 미국의 경우 스테로이드로 인해 유도된 분노가 종종 법률적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테스토스테론이 동물과 인간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취리히대학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아이제네거는 "이로써 테스토스테론이 오로지 인간에게 공격적이고 이기적 행동만을 유발한다는 선입견은 확실하게 논박됐다"고 말했다.
- (제네바=연합뉴스 제공) 맹찬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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