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는 바로 ‘메이커(maker)’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내 ICT 관련 포럼들의 활동결과가 발표되고 있는 행사장. 최재규 매직에코 대표는 ‘신기술 인큐베이팅 및 확산 활동’ 분야 중 ICT의 메이커 관련 활동 결과를 보고하며 이 같이 말했다.
27일 코엑스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ICT 포럼코리아 2015’가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ICT를 국가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발전시키는 정책인 ‘K-ICT’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아이디어가 바로 현실이 되는 시대
‘메이커 운동과 ICT DIY’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최재규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이제는 원하는 것을 만들고, 유통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언급하면서 “슈퍼컴퓨터나 초소형 노트북을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찾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머리에서만 맴돌던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를 몰랐지만, 이제는 키보드만 눌러도 재료 구입부터 시작하여 설계 및 제작, 심지어는 성능 검사 까지도 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최 대표는 메이커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나열했다. 그 중에서도 원격 제어가 가능한 무인 잠수함을 개발한 데이비드 랭(David Lang)의 과감한 도전은 메이커로서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대표적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데이비드 랭은 원래 엔지니어링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랭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결단은 이직을 위한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메이커가 되는 것이었다.
랭은 해고 당시 요트 대여업에 종사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오픈소스 기반의 원격 조정 무인 잠수함(OpenROV)’ 개발 프로젝트를 구상한 뒤에 메이킹을 시작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스타트업 전문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공개한 후, 11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펀딩 받기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OpenROV 개발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랭은 메이커로 그치지 않고, OpenROV 개발 과정을 저술한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다(Zero to Maker)’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무 것도 모르던 상황에서부터 프로 메이커로 우뚝 서기까지의 경험담을 과정을 진솔하게 밝히고 있어, 메이커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노하우이자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 대표는 “이 같은 메이커를 양성하기 위해서 현재 국내·외적으로는 다양한 메이커 ICT DIY 교육이 실시되고 있고, 오프라인 교육 및 커뮤니티 모임 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무한상상실 같은 경우가 메이커 양성을 위한 대표적 오프라인 장소”라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이 참가해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 선보여
포럼의 부대행사로는 ‘K-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이 현재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최로 오는 28일 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ICT R&D 분야의 기술 교류를 통한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주목할 사항은 ICT DIY와 관련하여 일반인 참가 부문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사면 이동 로봇’이나 ‘실시간 의약품 투여 관리 시스템’ 등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모듈라 웜봇(Modular Wormbot)’이라는 이름의 경사면 이동 로봇은 자벌레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한 이족보행 로봇이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ICT DIY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이번 행사에 출품했다.
UST 동호회의 관계자는 “자벌레의 경우는 아무리 악조건의 환경이라도 떨어지지 않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같은 특징에 주목하여 다관절 프레임과 3D 프린터로 출력한 정교한 흡착판 구조를 조합하여 이 로봇을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로봇의 사용처에 대해 질문하자, 태양전지판을 청소하는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태양전지판의 경우, 먼지나 오염물이 쌓이면 에너지 수율이 최대 6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만든 로봇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국내의 경우 태양전지판 청소에는 인력이 투입되고 있어 경제성이 떨어지고, 효율도 낮다. 선진국은 사람이 아니라 유압을 이용한 로봇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 역시 운영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경사면 이동 로봇은 가벼운 흡착판과 유연하게 움직이는 프레임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전지판 청소에 있어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고 경량화된 크기로 저비용 고효율의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전시회 관계자들의 평가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8-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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