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의 '실체'는 없다. AI, 드론, 빅데이터라는 키워드만 있을 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노학자의 일갈은 매서웠다. 4차산업혁명은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한 '화두'이다. 하지만 딱잘라서 4차산업혁명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몇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광연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4차산업혁명을 '하이브리드(Hybrid)'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오랜 시간 세계를 누비며 학문을 닦아온 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4차 산업혁명은 물질세계에서 살며 에너지를 향유하고 정보를 생성하고 처리하며 살아가는 '융합'의 세계였다.
20일 서울 회기동 문화창조아카데미 홍릉캠퍼스에서 열린 다-다포럼에서 원광연 교수는 국내에서 추상적 실체로 논의되고 있던 4차산업혁명을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했다.
4차산업혁명 떠들지만 명확한 실체 없어
원광연 교수는 카이스트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교수 및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대학원장을 거쳐 지금은 호주 퀸즈랜드공과대학(QUT), 이란 KNTU 객원교수로, 프랑스 CNAM 초빙교수로 전 세계를 다니며 배움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알고리즘 사고'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견해를 밝혔다. 알고리즘(Algorithm)이란 유한한 문제를 풀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뜻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는 실행 명령어들의 순서를 나타낸다.
과거 과학자들은 '알고리즘'에 의거해 생각하고 개발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리즘만으로는 인간 지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 스피드로 소화해내는 이른바 '알파고'와 같은 AI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원 교수는 이러한 기술 변화를 '하이브리드(Hybird)'로 풀어냈다. 아날로그(Analogue)와 디지털(Digital)이 합해지고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가 결합되고 있다. 그는 알고리즘(Algorithm)과 데이터(Data)가 합해지고 피지컬(Physical)과 사이버(Cyber)가 결합되는 '하이브리드 현상'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을 담은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원 교수는 하드웨어 중심의 디지털 파워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파워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AI, 빅데이터, 나노, 바이오 공학 등으로 이어진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 현상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물리화(physicalization)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로봇, 드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제는 컴퓨터만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 모든 것(Thing)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그동안의 산업혁명과는 다르다. 과거 산업혁명은 기계(mechanical)혁명이었고 전자(electronics)혁명이었다. 3차산업혁명은 디지털(Digital)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하이브리드 혁명이다.
원 교수는 4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가장 하이브리드한 대상을 '가상현실(VR)'이라고 봤다.
"VR은 스페이스 머신이에요. 타임 머신일 수도 있죠. VR은 인류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을 새로운 도구입니다."
원 교수는 VR은 하이브리드 미디어로 가장 대표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VR은 현실을 '왜곡'하고 '재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이다. 원 교수는 "결국 VR로 인해 새로운 문화가 출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를 거머쥐고 있었던 권력자들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권력의 추가 옮겨진다. 소수의 엘리트가 정보를 만들어내고 소비하고 그 기준에 맞춰 행동하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교수'와 같은 직종이 대표적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 교수는 정보를 생산해 전달하는 역할에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산업혁명은 아이들의 미래,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교육
이제는 누구나 전문 장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 이에 맞는 적절한 교육도 행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것들을 활용해 누구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결국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었다. 원 교수는 이제까지 해오던 스팀(STEAM) 교육도 더 발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STEM 교육은 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융합교육이다.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의 약칭인 STEM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교과간의 통합적인 교육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 예술적 창의성(Arts)을 더하면 STEAM이 된다.
원 교수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서 미디어(Media)를 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미래에는 소수의 창안자(Creator)와 생산자(Producer)만 존재하게 된다"며 "앞으로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중이 직접 생산하고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하는 동시에 소비의 주체가 된다"며 새로운 인력구조의 재편 가능성을 논했다.
미래는 단순히 기술들의 융합과 집합을 뜻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만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컨버전스의 반대 개념인 다이버전스(divergence)가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차별화(divergence)되면서도 함께 협력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되는 시대가 바로 4차산업혁명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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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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