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런 만큼 식습관에 신경을 기울이며, 몸에 좋다는 고가의 약들을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105살이 되면 이런 노력 없이도 노화가 정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로마의 라 사피엔자대(Sapienza University of Rome)의 인구학자 엘레자베타 바르비(Elisabetta Barbi)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탈리아 통계연구소(INIS)에 보관된 자료를 이용해 장수 실태를 분석했다.
데이터베이스 안에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이탈리아에 살았던 105살 이상의 인구 3836명의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지자체에서 조심스럽게 축적해온 이 자료들을 분석해 105살이 넘으면 노화현상이 멈춘다는 결론을 끄집어냈다.
80세 넘으면 노화속도 줄어들기 시작
나이를 먹을수록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동안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50살이 되면 다음 해 사망할 가능성이 30세 때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60, 70세가 되면 8년 간격으로 사망 가능성이 두 배로 높아진다.
운이 좋으면 100살까지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다음 해 생일을 축하할 수 있을 가능성은 60%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일파리, 선충 등 동물 실험 결과를 토대로 장수 상태에서 나이를 먹는 일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어떤 시기가 되면 사망률이 더 올라가지 않는 이른바 일시적인 안정기에 도달한다는 것.
바르비 교수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100살이 넘는 장수 노인들의 데이터를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
그러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통계연구소(INIS)에 장수자들 다수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축적해온 고령자들에 관한 자료였다. 그 안에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3836명의 105살 이상 고령자에 대한 자료도 들어 있었다.
논문 공동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인구·통계학자 케니스 왁터(Kenneth Wachter)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데이터를 통해 사람에게 과일파리, 선충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은 29일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The plateau of human mortality: Demography of longevity pioneers’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인간의 사망률은 80세가 되기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80세가 넘으면 노화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105세가 되면 노화가 정지돼 안정기에 접어든다.”고 말했다. 106살, 107세가 되더라도 105세 때처럼 건강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명의 한계 놓고 새로운 논란 예고
인간 수명을 놓고 그동안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왔다. 연구 논문은 “그러나 수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연구가 연령에 따른 분석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학자들 간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는 것.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은 노년이 됐을 때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일파리, 선충 등 다른 종의 동물들에게서 나타난 것처럼 사람에게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INIS에 보관된 고령자 데이터를 통해 수명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수명이 105세가 넘어서면서 안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연구 방식을 통해 인간 사망률이 특정 시기에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왁터 교수는 “이 논문이 인간 수명의 최고 한계(maximum limit)를 설명해주고 있는 가장 확실한 사실에 기반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고령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번 연구 결과가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네덜란드 NIDI(Netherlands Interdisciplinary Demographic Institute)의 인구통계학자인 욥 데 비어(Joop de Beer) 박사는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105세 도달하는 노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에 비추어 105세라는 연령이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간의 수명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성(性)과 기후, 민족성과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105세 이상의 고령자 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서도 후속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욥 데 비어(Joop de Beer) 박사는 “이번 연구가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매우 타당한 연구 결과를 도출해냈지만,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시카고대의 생리인구통계학자 레오니드 가브릴로프(Leonid Gavrilov) 교수도 “논문에서 105세 연령층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과학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데이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데이터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연구 결과에서 제외된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정 나이의 연령층이 아니라 전체 연령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종합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연구 참여자인 캘리포니아대의 왁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논란이 많았던 인간 수명의 안정기에 대해 답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나친 기대감을 우려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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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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