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Li)은 현존하는 최고의 배터리 소재이지만, 매장량 자체가 워낙 적다보니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매장량이 적다는 의미는 육지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시야를 바다로 돌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다에 녹아있는 리튬의 양까지 고려한다면, 지금처럼 수십 년 안에 자원이 고갈될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바다에서 리튬을 채취하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어렵다기 보다는 농도가 너무 낮다보니 경제성이 없어서 그동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호주와 미국의 공동 연구진이 해수담수화 시스템에 사용되는 역삼투압 기술을 이용하여 리튬을 저렴하게 채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압력이 아닌 생물학적 선택 방식으로 리튬 추출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해수를 끓여 수증기를 포집하는 증발식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역삼투압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역삼투압 방식은 강한 압력으로 물을 여과시켜 바닷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 및 다양한 이온을 걸러내고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는 것이다.
증발방식 보다는 비용이 덜 들지만, 역삼투압 방식 역시 강한 압력으로 물을 밀어내며 여과막을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여과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는데, 호주의 모나쉬대와 미국의 텍사스오스틴대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금속유기구조체(MOFs)로 이루어진 필터를 주목하고 있다.
Metal-Organic Frameworks의 약자인 MOFs는 금속과 유기체가 혼합되어 있는 필터다. 스폰지처럼 내부에는 무수히 많은 구멍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불과 1g 밖에 되지 않는 MOFs 필터라 할지라도 운동장처럼 넓은 표면적을 지닐 수 있다.
이에 대해 공동 연구의 책임자인 모나쉬대의 '후안팅 왕(Huanting Wang)' 교수는 “필터가 넓은 표면적을 갖고 있다는 것은 효소 촉매 반응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언급하며 “또한 추출을 목표로 하는 성분을 잠시 동안 저장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MOFs 필터의 특징으로는 이온을 거르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압력이 아니라 유기체를 활용한 이온 선택적 방식이기 때문에 압력을 이용한 방식보다 비용을 훨씬 더 절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MOFs 필터를 적용하면 강한 압력 없이도 바닷물을 여과시켜 담수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리튬 같은 유용한 물질을 내부에 가둬둘 수 있다는 것이 공동 연구진의 의견이다.
왕 박사는 “MOFs 필터를 재처리하게 되면 리튬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이 같은 방법이 상용화되려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연구진은 앞으로 저렴하면서도 효율이 높은 유용자원 회수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량 수입하는 스트론튬을 자력으로 대체 가능
바닷물에 들어 있는 유용자원 중에는 광학유리나 고온 세라믹 등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원료인 스트론튬(Sr)도 존재한다. 리튬처럼 매장량이 적은 희귀 광물의 하나로서 매장된 상태에서는 은백색을 띠지만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되어 노란색을 띠는 특징을 갖고 있다.
스트론튬은 희귀 자원으로서 보다는 위험한 물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핵 실험이 거행되어졌을 때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발생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스트론튬-90’ 때문이다.
스트론튬-90은 칼슘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여 뼈에 축적되는 성질이 있고 또한 몸에서 잘 배출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스트론튬-90에 노출되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이 나타나면서 골수암이나 백혈병 등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땅 속에 매장되어 있거나 바닷물에 녹아있는 천연 상태의 스트론튬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 과거에는 브라운관 TV나 페인트 등에 많이 사용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첨단 제품의 소재로 대부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안전하고 산업용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트론튬을 해수로부터 추출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의 지질자원연구원(KIGAM)이다.
연구원 소속으로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김병규 박사는 해수에 들어 있는 스트론튬의 양에 대해 “평균 8ppm 정도의 농도로 해수에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밝히며 “이를 환산하면 무려 13조톤 정도로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양이 바닷물에 포함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수로부터 고효율의 스트론튬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적인 3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스트론튬을 대량으로 흡착할 수 있는 흡착제의 개발과 해수 조건에 최적화된 스트론튬 추출 공정 기술, 그리고 추출한 스트론튬을 높은 순도로 정제하는 기술이 그것이다.
김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스트론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스트론튬 회수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희소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해수에서의 추출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만큼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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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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