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정비를 고장난 물건을 고치는 수리(repair) 정도의 소극적인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란 모든 생산품에 대해 최적의 상태를 유지시킨다는 뜻을 내포한다. 항공기 정비는 수백억원에서 천 억원에 달하는 고가 의 항공기 뿐 만 아나라 때에 따라서는 몇 백명의 인명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항공기를 정비하는 일은 매우 체계적이고 분업화 돼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공기 기기들은 기능 저하, 마모 등으로 인하여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며 항공기에 장착되어 있는 많은 종류의 컴퓨터들 또한 지속적으로 최신의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항공기는 여러 분야의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기계예술의 극치로 표현될 만큼 제작에 쓰이는 부속품만 해도 수만 개에 이른다. 이런 기기가 고장 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또한 기능의 증진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항공기 정비사라 한다.
항공기는 크게 사람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동력장치(engine)와 골격을 이루는 기골(frame), 손, 발 역할을 하는 조종장치, 두뇌역할을 하는 여러 종류의 컴퓨터와 이들을 연결하는 수많은 신경망 및 관절 장치(전기, 전자, 유압, 기계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항공기의 정비 업무는 이런 특성과 작업내용의 심도차이에 따라 항공기 운항직전의 항공기 상태를 점검하는 라인(line) 정비사와 중장비 및 부분품에 대한 수리, 개조업무를 수행하는 보다 세밀한 능력이 요구되는 공장정비사로 구분된다. 공장정비사는 특기별로 세분화되어 업무에 종사하게 되며 엔진, 전기, 전자, 계기, 기체 등으로 크게 구분되고 특정분야의 자격을 취득하면 해당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런 정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업무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일은 물론 제품에 대한 검사와 항공기, 엔진 및 부분품 제작사로부터 오는 기술 개조사항들을 담당하는 일도 있다.
현재 상황과 전망은?
자동차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빠르게 발전했던 것처럼 항공기의 대중화도 그리 먼 것만은 아니다.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비행기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고 경제성장에 따라 비행기를 통한 화물 운송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항공산업과 운송에 필요한 항공기정비사의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국내의 항공기 정비사 수요는 군과 민간항공사가 주도하고 있다.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이 유능한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민간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운송 수단의 대중화로 실무 능력이 뛰어난 많은 정비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인 테러나 전염성이 강한 질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인해 항공운송 경기가 일시적으로 위축되기는 했으나 보다 멀리, 빠르게 여행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는 변함이 없다.
국내항공업계는 향후 노동계의 주 5일 근무제도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며 국제경기가 활성화된다면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 민간항공운송업은 국제경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경제성장에 따른 운송수요의 증가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요구되는 적성과 능력은?
항공기 정비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체력을 갖추어야 한다. 색맹이나 청력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일부 청소년들이 장기간의 이어폰 사용으로 인한 청력 감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업원서를 제출한 후 신체검사에서 결격사유가 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기계류의 분해, 조립, 수리 작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항공 정비 기술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항공 정비사는 무엇보다도 항공기가 안전하게 항공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사가 필요한 작업이니 만큼 세부적인 사항까지 완전하게 살펴 볼 수 있어야 하므로 치밀함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성격이 꼼꼼하고 기계조작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더불어 협동심과 성실함이 요구된다. 정비업무의 특성상 다수의 인원이 협동적으로 일해야 하며 맡은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여야 한다.
항공정비사는 직접적인 정비를 수행하는 현장정비 외에도 거대한 규모의 정비행정 업무도 있다. 항공기 정비업무는 계획과 통제 및 검사, 분석 업무 이외에도 기술검토와 교육훈련을 수행하는 업무로 구분되고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서의 성격에 따라 업무기획 능력이 요구되기도 하고, 외국어에 능통해야 하며, 방대한 자료의 전산 관리에 필요한 전산전문 및 통계, 분석에 능통해야한다.
준비는 어떻게?
최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항공 동우회가 늘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항공 이벤트나 정보교환, 전문가들이 교육도 하고 있어 정비사로서의 기본 소양을 익힐 수 있다. 항공대나 기타 유관기관에서는 매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비행기제작 및 날리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따라서 관심 있는 학생들은 이런 대회에 참여하여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도 바람직하다.
항공정비사가 될 수 있는 길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넓지 않다. 항공정비사는 항공법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항공정비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학력 제한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3년 이상의 항공기 정비업무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로부터 인가받은 항공정비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으면 자격시험의 일부 과목을 면제받을 수도 있다. 건강한 신체와 외국어 능력이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다른 정비 분야에 비해 지속적인 학력을 요구하며, 공업계 고등학교나 직업전문학교, 기능대학, 전문대, 항공대학이나 대학교의 관련 학과 등에서 기계과, 항공정비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을 선호한다. 관련 학과로는 항공우주공학과, 항공운항학과, 항공전자공학과, 항공공학과, 항공경영학과, 항공관리학과, 항공기계공학과, 항공통신정보공학과, 항공기계설계학과, 우주항공공학과, 항공측량과, 항공재료공학과, 금속공학과, 기계공학과, 재료공학과, 전자공학과 등이 있다.
자격증을 갖추고 육해공군의 기술병으로 혹은 항공 하사관으로 입대하면 항공 정비사에게 필요한 실무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항공 하사관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현재 항공기 정비 및 검사원으로서 재직하고 있는 자들의 평균학력은 14년으로서, 전문대 수준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은 어디에서 어느 정도?
국내의 항공기 정비사 수요는 군과 민간항공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군의 환경적 특성을 제외하면 국내 민간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국내 취항 외국 항공 운송업체 등에 취업할 수 있다. 항공 분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항공사에는 4천여 명이 넘는 항공정비사가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항공기 제작회사나 방송국, 신문사, 정부기관인 육해공군 근무원, 경찰항공대, 산림청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2천년대까지 우리나라에 3만여 명의 항공정비사들이 필요하며 10년 동안 비행기의 숫자도 2배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국내 민간항공사가 가장 많은 수를 채용하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각 군별로 필요한 인원을 뽑고 있다. 항공기 제작 업체인 삼성항공에서도 정비사를 채용하고 있다.
항공정비사는 항공정비, 항공기사. 항공기체정비, 항공기관정비, 전자정비, 장비정비 등의 서로 다른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로 세분화 돼 있다. 항공정비사가 항공회사에 취업할 경우 처음에는 기술원으로 시작하여 기술사, 선임기술사, 과장, 차장으로 진급할 수 있다. 다른 직종과는 달리 학력보다는 능력과 경력에 의해 취업과 승진의 기회가 주어진다.
항공대학의 항공기계 관련 전공을 마친 후 항공정비사 시험에 응시하고, 비전공자의 경우 3년 동안 경력을 쌓아야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자격증 중에서도 기체정비기능사의 경우 각 군별로 특기 부여의 범위가 가장 넓다. 공군 정비 하사관의 경우 기체 특기자가 전체 정비사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 정비사의 경우 학벌보다는 자격증 취득이 채용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임금도 별도로 더 주고 있다. 공군의 여성 생도 입학을 시작으로 여성 항공정비사의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정리=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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