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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이 불가능한 GM 미생물 자연계에 없는 인공 아미노산으로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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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실내 스키장은 사막의 도시 두바이에 있는 ‘스키 두바이’다. 에미리트몰이란 쇼핑몰 안에 설치된 이 실내 스키장은 면적이 2만 2500㎡으로서 축구장 3개 크기이며, 최대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85m 높이의 인공산 밑으로 난이도가 각각 다른 5개의 슬로프가 있는데, 그중에는 최대 450m 길이의 슬로프도 포함돼 있다.

두바이처럼 더운 지역에서 이 넓은 스키장에 인공 눈을 만들어 꽉 채우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나 GM(유전자 변형) 미생물 기술을 이용하면 그 같은 고민을 한결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슈도모나스라는 미생물이 바로 그 주인공. 이 미생물의 단백질로 만들어진 빙핵을 이용하면 얼음이 형성되는 온도를 무려 8도나 높일 수 있을 뿐더러 얼음을 만드는 시간도 38%나 감소시킬 수 있다. 때문에 아주 많은 양의 물을 얼음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바이 스키장의 경우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

연구실에서 벗어날 경우 생존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GM 미생물이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 ScienceTimes
연구실에서 벗어날 경우 생존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GM 미생물이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 ScienceTimes

농작물의 냉해 원인을 밝히는 연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슈도모나스의 빙핵 단백질 유전자 순서를 밝혀 과학자들은 GM 미생물을 다량 생산해 인공 눈을 만들 때 함께 뿌려서 따뜻한 날씨에도 쉽게 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최근엔 GM 미생물을 이용해 오염된 토양을 정화시킬 수 있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층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대장균을 변형시킬 경우 오염된 금속의 독성을 포획하는 능력이 증가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GM 미생물을 이용해 현대 과학의 최대 이슈인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센터의 과학자들은 극한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다음 수백만 년 동안 지하에 가두어두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GM 미생물을 이용한 기술은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거기엔 반드시 한 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안전성의 확보’가 바로 그것이다.

GM 미생물의 잠재적 위험성

GM에 대해선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상태다. 특히 미생물의 경우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종들이 많다. 비근한 예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때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라졌지만 ‘D. 라디오듀란스’란 미생물은 살아남아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만약 GM 미생물이 통제된 연구실에서 벗어나 극한적인 생존 능력을 지닌 상태에서 돌연변이로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지니게 된다면 그 자체가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잠재적 위험성과 과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LMO(생식과 번식이 가능한 유전자 변형 생물체) 연구시설은 철저한 안전관리 통제 및 주기적인 현장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그 같은 두려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GM 미생물이 제조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조지 처치(George Church) 교수팀과 예일대학 패런 아이작스(Farren Isaacs) 교수팀이 각각 상이한 접근법으로 이루어낸 이 연구결과의 핵심은 ‘인공 아미노산을 먹고사는 GM 미생물’이다.

DNA 염기서열 정보가 생명 현상을 실제로 일으키는 물질인 단백질 분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자연계의 아미노산은 20종이다. 그런데 연구진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21번째 인공 아미노산을 먹고사는 GM 미생물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따라서 연구진은 이 미생물에 대해 ‘GRO(Genomically Recoded Organism)’라는 이름을 붙였다. 즉, 유전체 수준에서 유전암호가 재작성된 생물이라는 의미다. 개개 유전자를 다루는 GMO와 달리 새로운 개념의 생물체임을 강조하기 위한 이름인 셈이다.

인공 아미노산이 있는 실험실에서만 생존 가능

자연계에 없는 아미노산을 먹고 살기 때문에 이 새로운 GM 미생물은 인공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 실험실의 배지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연구진이 1000억 마리 이상의 세균을 대상으로 최대 20일간 실험한 결과, 인공 아미노산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미생물은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더구나 새로 만들어진 GM 미생물들은 자연계의 세균들과 DNA를 교환하지도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로 간에 생화학적인 언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와 세균의 유전자 코드가 불일치하므로 이번에 만들어진 GM 미생물들은 천연 미생물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작스 교수는 이 새로운 GM 미생물의 제조법을 대장균뿐만 아니라 다른 세균에도 쉽게 적용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현재 인공 아미노산과 합성 화학물질에 모두 의존하는 세균을 만들고 있다. 즉, 유전자 발현에 필요한 합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환경에서만 자라는 대장균을 만듦으로써 별도의 안전장치를 추가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미국 뉴욕대학과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연구진들도 효모를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모는 세균보다 동식물과 비슷한 염색체를 갖고 있어서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벌써부터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진 GM 미생물은 매우 복잡한 합성 세균이다. 때문에 이것이 연구 현장에 도입될 경우 보건당국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합성 미생물의 등장 자체가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는 보건당국에게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자연계 생물과 다른 유전암호 방식으로 생존하는 합성 생물체가 과연 실용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 만들어진 GM 미생물이 연구시설에서 우연히 탈출해 생태계에 스며든다 해도 자연적으로 사멸할 확률이 높은 마당에 이처럼 고도의 유전체 조작을 거쳐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GM 미생물은 미래의 부가가치와 잠재적 위험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흔히 ‘양날의 검’ 같다는 말로 표현되곤 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GRO는 추가 연구에 의해 그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5-0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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