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뛰어난 연구 업적을 이룩한 한인 석학들과 국내 과학기술인을 이어주는 행사인 ‘2015 울트라(ULTRA) 프로그램 라운드 테이블’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최로 27일 르네상스 서울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ULTRA(Universal Linkage for Top Research Advisor) 프로그램이란 해외 한인과학기술자와 국내외 우수 과학기술자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선진국의 성공사례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임으로서, 해외 석학들의 경험 및 노하우들이 국내 과학기술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만남을 정례화 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이부섭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내 과학기술의 현안 해결을 위해 해외 석학들의 경험과 지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울트라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설명하며 “국내외 과학기술들의 공동연구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입자 물리학은 세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
분야별로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에서 물리 분야의 발제자로 나선 미국 시카고대의 김영기 교수는 ‘충돌의 여왕(The Collider Queen)’이라는 별명답게 입자 물리학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충돌의 여왕이라는 별명은 시카고의 경제지인 비즈니스매거진(Business Magazine)이 그녀를 ‘2008년에 주목할 세계의 여성 20명’ 중 한 명으로 뽑으면서 붙여졌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줄곧 페르미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당시 가장 강력한 입자 충돌기였던 테바트론(tevatron) 가속기를 실험장비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테바트론 가속기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등장하기 전까지 30여 년 동안, 우주 탄생의 순간과 우주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여러 소립자의 비밀을 밝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실험장비다.
페르미 연구진은 테바트론을 이용하여 우주 생성 당시와 유사한 상황을 재현한 바 있다. 이 같은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1995년에 12개의 기본 입자 중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았던 톱쿼크(Quark)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 후에도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일명 ‘신의 입자’인 힉스(Higgs)를 찾는 연구를 선도해 왔다.
김 교수는 입자물리학에 대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또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지와 같은 의문을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며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인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킬 때 나오는 조각들을 조사해 보면, 과거 대폭발로 시작된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 입자가속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별 경쟁
현대 입자물리학을 상징하는 거대 입자가속기(LHC)는 김 교수의 전문 분야다. 그녀는 주제발표 시간의 대부분을 LHC 설명에 할애했다.
LHC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 실험 장비이자 인간이 만든 가장 큰 기계장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역의 100m 땅 속에 지하 터널 형태로 설치되어 있는 LHC는 지름 8㎞에 둘레만 무려 27㎞로서 끝이 보이지 않는 타원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김 교수는 LHC에 대해 “우주 초기 빅뱅이 있었을 때의 고에너지 환경을 재현한 설비”라고 정의하며 “터널의 한 지점에서 반대 방향으로 각각 7TeV(테라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두 개의 양성자를 쏜 뒤 수주일 동안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킬 때, 서로 반대 방향에서 날아온 양성자들이 충돌하면서 14TeV의 에너지를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이 LHC로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우주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고 밝히며 “이들 입자는 다른 물질들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지만, 결국 암흑물질도 빅뱅 이후 생겨난 만큼 LHC에서 발생하는 입자들을 분석하면 그 후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미래의 LHC들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경우 LHC보다 7배나 강력한 에너지로 양성자를 충돌시킬 수 있는 ‘미래형 입자가속기(FCC)’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FCC는 2020년쯤 설계 구상안이 나올 예정인데, 이 가속기의 둘레가 자그마치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00㎞이면 미국의 수도를 둘러싼 워싱턴의 도로가 그 안에 들어오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다.
아시아도 FCC 건설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이미 최대 둘레 50㎞ 규모의 입자 가속기 건설을 추진 중인데, 다른 나라가 비용을 분담해 참여한다면 70㎞ 둘레까지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도 직선 구간 터널에서 입자를 충돌시키는 선형 가속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선형가속기(ILC)’라는 이름의 이 가속기는 둘레 길이가 최대 5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패널토론 시간에서는 국제적인 LHC 관련 프로젝트에 우리나라도 동참할 수 있는 방안들이 논의되었는데, 예산이나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들에 뒤떨어지는 국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시되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지금 당장 설비 제작이나 기술 개발과 같이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분야에 뛰어들기 보다는, LHC의 새로운 운전법이나 부품개발 등에 주력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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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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