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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3-17

자폐증 유전자 치료 가능해질까 사회성 켜고 크는 스위치 발견…치료법 개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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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범주성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증)의 몇몇 형태에서 사회성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적 및 신경회로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얻어져 앞으로의 치료법 개발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신경과학자인 매튜 앤더슨( Matthew P. Anderson) 하버드의대 부교수가 이끄는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의료원(BIDMC) 연구팀은 한 흔한 형태의 자폐증과 연관된 유전자가 특정한 뇌세포군에서 어떻게 사회성 손상을 일으키는지를 확인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5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사회성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통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한편, 자폐증 환자 치료를 위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회성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적 및 신경회로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얻어져 자폐증 치료법 개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credit : Pixabay
사회성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적 및 신경회로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나와 자폐증 치료법 개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credit : Pixabay

사회적 행동 억제하는 유전자

앤더슨 교수팀은 UBE3A라는 유전자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 유전자의 다수 복제물들은 인체에서 한 유형의 자폐증을 일으킨다. 반대로 인체에 이 같은 유전자가 없으면 사회성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엔젤만 증후군이라는 발달장애로 이어진다.

이전 연구에서 앤더슨 교수팀은 UBE3A의 잉여 복제본으로 유전자 조작된 쥐가 사회성이 손상되고, 반복적인 몸 단장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쥐들과 소리를 내서 소통하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앤더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행동 결함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는지 그리고 UBE3A 유전자 증가가 어디서 어떻게 사회적 행동을 억제하는지를 알고자 했다”며, “우리는 자체적으로 만든 도구로 실험용 쥐의 특정 두뇌 영역에 유전자를 주입하고 특정 세포 유형으로 유도해 어떤 것이 사회성 조절 역할을 하는지를 시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뇌에서의 보상 구조 개요. 앤더슨 교수팀은 그림 가운데 아래 배쪽 피개부(VTA)에서 발작-유전자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료 : Wikipedia / Oscar Arias-Carrión1, Maria Stamelou, Eric Murillo-Rodríguez, Manuel Menéndez-González and Ernst Pöppel.
뇌에서의 보상 구조 개요. 앤더슨 교수팀은 그림 가운데 아래 배쪽 피개부(VTA)에서 발작-유전자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료 : Wikipedia / Oscar Arias-Carrión1, Maria Stamelou, Eric Murillo-Rodríguez, Manuel Menéndez-González and Ernst Pöppel.

유전자 제거해 사회성 결손 재구성

앤더슨 교수팀은 자폐증 모델로 유전자 조작된 쥐의 뇌를 정상 또는 야생형(WT) 쥐의 뇌와 비교해 보았을 때 늘어난 UBE3A 유전자 복제본이 거의 600개에 달하는 다른 유전자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어 UBE3A 조절 유전자와 인간 자폐증에서 변형된 유전자 사이의 단백질 상호작용을 비교 분석한 결과 늘어난 UBE3A 양이 세레벨린(Cerebellin) 유전자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레벨린은 다른 자폐증 유전자와 물리적으로 상호 작용하여 글루타메이트성 시냅스를 형성하는 유전자군으로서, 이 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통해 서로 통신하는 접합부다. 연구팀은 UBE3A 효과의 잠재적 중재자로서 세레벨린 중의 하나인 세레벨린1(CBLN1)에 초점을 맞추었다. 글루타메이트 뉴런에서 이 CBLN1을 제거하자 늘어난 UBE3A에 의해 생성된 것과 같은 사회성 손상이 되살아났다.

앤더슨 교수는 “수백 가지의 잠재적 목표 가운데 CBLN1을 선택한 것은 신념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유전자를 제거하고 사회성 결손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올바른 목표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CBLN1은 UBE3A에 의해 억제된 유전자로 UBE3A 효과를 중재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자폐증 관련 뇌 부위들.  그림 : Wikipedia
자폐증 관련 뇌 부위들. 그림 : Wikipedia

“UBE3A 유전자 제거하면 발작 유발성 사회적 장애 예방”

또다른 일련의 시험에서 앤더슨 교수팀은 UBE3A와 CBLN1 사이의 더욱 확고한 연관성을 입증했다. 발작은 유전적 형태를 포함해 자폐증 환자들에게 공통적인 증상이다. 앤더슨 교수팀은 발작으로 인한 사회성 손상이 세레벨린 유전자를 억제한 결과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실제로 세레벨린 유전자의 상류에 있는 UBE3A 유전자를 제거하자 발작 유발성 사회적 장애를 예방하고 CBLN1을 억제하는 발작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앤더슨 교수는 “UBE3A를 제거하면 발작으로 인한 사회성 억제 혹은 세레벨린 억제가 나타날 수 없다”며, “바꿔 말하면, 일부 자폐증 환자가 그렇듯이 약간의 추가적인 UBE3A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덜 심각한 발작과 합쳐지면 시회적 상호작용이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하버드의대 부교수이자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의료원 스탭인 매튜 앤더슨 박사 credit :BIDMC
연구를 수행한 하버드의대 부교수이자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의료원 스탭인 매튜 앤더슨 박사 credit :BIDMC

“사회성 토글 스위치, 치료법으로 전환 기대”

연구팀은 이어서 뇌에서 이같이 중요한 발작-유전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위치를 찾기 위해 다양한 뇌 지도 작성 실험을 수행했다.

앤더슨 교수는 “뇌에서 사회성이 발현되는 곳이 놀랄 만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감각 처리와 운동 명령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이 사회성에도 관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상호작용은 뇌간의 보상시스템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된 쥐 모델을 사용해 보상시스템과 중독에 관계된 역할을 하는 중뇌의 일부인 배쪽 피개부(VTA)가 그 정확한 위치라는 것을 확인했다. 앤더슨 교수팀은 여기에서 화학유전학(chemogenetics)을 동원했다. 이 방법은 뉴런에 도입된 변형된 수용체를 사용하는 접근법으로, 이 수용체는 약제에는 반응하지만 자연발생 신경전달물질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이 방법으로 특정 그룹의 뉴런을 켜거나 끌 수 있다. 이 뉴런을 켜면 발작과 UBE3A-유도 사회성 결핍으로부터 벗어나 사회성을 확대할 수 있다.

앤더슨 교수는 “이런 뉴런들을 억제함으로써 사회성을 제거할 수 있었고, 반대로 뉴런들을 활성화시켜 사회성을 높이고 연장시킬 수 있었다”며, “이 사회성 토글 스위치는 치료적인 성격이 있어 언젠가는 환자를 돕는 치료법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3-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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