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어린 자녀와 일찍 소통에 힘쓰면 자폐증 완화에 도움이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어린 아이를 키울 때, 느닷없이 부모를 힘들게 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이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울 뿐 더러, 아이가 자폐증에 걸렸는지 아닌지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런던 등 3곳의 특수치료 기관에서 조사
말 배우는 게 더딘가 보다 하다가, 갑자기 자폐증임이 드러나면 부모가 겪어야 할 고통과 당혹감은 매우 크다. 자폐증은 매우 흔한 증상의 하나이다. 대략 1%의 아이나 젊은이들이 자폐증에 걸리는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증을 치료하는 방법이 딱 부러진 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좀 더 일찍 간섭해서 (early intervention) 적극적으로 자녀와 소통에 나서면 자폐증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된다는 반가운 연구결과가 과학전문 란셋(the Lancet) 온라인에 10월 25일자로 보도됐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소아정신과학자인 조나단 그린(Jonathan Green) 연구팀은 “자폐증을 치료한 것은 아니지만, 중증 자폐증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4세 자폐증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자녀와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과학적으로 학습시킨 결과, 6년 뒤가 되어도 자녀들의 사회소통능력은 좋아진 상태가 유지됐으며, 자녀의 반복적인 행동 역시 차도를 보인 상태가 계속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취학 전 아동의 자폐증을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PACT (Preschool Autism Communication Trial)의 효능을 실증하기 위해 이 연구를 실시했다.
전문 치료사들은 외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어떻게 부모가 도울 수 있는지를 지도했다. 전문 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부모는 아이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논다. 그리고 이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도록 했다. 부모들은 자신이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면서 치료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녀와 소통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런 치료법을 통해 부모는 자녀들의 소통에 반응하는 방법을 알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녀가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부모들은 또 어떻게 해야 자녀와 더 잘 소통이 되는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깨우친다.
연구팀은 152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치료법을 시행한 지 6년 뒤에 조사한 결과, 자폐증 호전 효과가 지속됨을 발견했다. 연구팀의 치료법을 사용한 그룹은 ‘심각한’ (severe) 자폐증세를 보인 비율이 46%였지만, 이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은 63%가 ‘심각’ 증세를 보여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조나단 그린 연구팀은 영국의 3곳(런던 맨체스터 뉴캐슬)의 특수치료센터에서 자폐증 아이를 가진 부모를 상대로 연구했다.
자폐증은 한 번 걸리면 일생을 시달리는 질병이다. 자폐증은 주변 환경이나 주위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은 채 자기 세계 안에 갇혀 지내기 일쑤이다. 물론 이런 성격이 수학적인 천재를 낳기도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조기 간섭 효과 있다'는 첫번째 연구 성과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자폐증이 치료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의 워싱턴 대학 소아정신과의 존 콘스탄티노(John Constantino)는 “획기적으로 중요한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자폐증에 걸린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일찍 간섭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과학적인 근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연구자들은 부모가 일찍 간섭하는 것이 자폐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연구결과로 나타난 적은 거의 없었다. 투약치료 등 몇 가지 조기 간섭 치료법이 시도됐지만, 확실하게 호전된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밖의 몇 가지 연구 역시 규모가 적거나 수준이 높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에 대한 부모의 ‘조기 간섭’이 자폐증상의 호전을 장기적으로 유지함을 보여주는 첫 번째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자폐증 치료에서 부모의 조기 간섭을 더욱 확대하고 발전시켜야 함을 암시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자폐증이 보건, 교육, 사회 및 가정생활, 생산성 저하 등의 분야에서 일생동안 100만 파운드(약14억원)의 비용을 들게 한다는 점에서도 자폐증 치료법의 개발은 중요하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6-1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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