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는 필진과 객원기자들의 추천과 투표로 '올해의 과학인물' 6명(국내 3명, 해외 3명)을 선정했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사람은 아니지만 프로기사 이세돌과 바둑대결을 통해 뛰어난 두뇌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과학인물'로 추천되었습니다. '올해의 과학인물'(해외편)은 19일(월요일)자에 실릴 예정입니다.
딥마인드(DeepMind)는 천재 신경과학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지난 2011년 창업한 회사다. 이 조그만 벤처기업을 지난 2014년 1월 구글이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5억 달러에 달했다.
사람들은 구글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딥마인드를 인수하는지 의아해 했다. 그러나 이런 의문은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상상을 넘어서는 바둑 실력 때문이다.
올해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국의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다섯 번의 바둑 대국이 벌어졌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바둑 팬들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이세돌 9단 격파… 세계를 놀라게 한 ‘알파고’
특히 바둑이 성행하는 한·중·일 3국의 수많은 바둑 팬들은 이 기이한 대결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팬들 사이에는 사람이 컴퓨터에 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대국이 열린 호텔 대국장 역시 이세돌 9단을 응원하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바둑 팬들은 믿었던 이세돌 9단이 1, 2, 3국을 연패하는 모습을 맞봐야 했다. 알파고는 1국에서 186수 백 불계승, 2국에서 211수 흑 불계승, 3국에서 176수 백 불계승을 거뒀다.
4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180수 백 불계승으로 1승을 거둬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5국에서는 알파고가 280수 백 불계승을 거두면서 4대1 최종 승리를 확정했다. 5번의 대국을 보며 가슴 졸이던 바둑 팬들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이 더욱 놀란 것은 알파고의 위력이었다. '사람보다 더 절묘한 수'를 거듭 선보이면서 바둑 기보(棋譜) 역사의 새 장을 써나갔다. 사람들은 알파고의 존재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파고를 움직이고 있는 기술이 기계학습 기술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파고의 수수께끼는 구글 딥마인드가 자랑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에 있었다.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이 기술은 컴퓨터 스스로 배워나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사람이 공부를 하듯 컴퓨터 역시 공부해나가는 기술을 말한다.
알파고는 이 기계학습 기술의 결정판이었다. 그동안 빠른 속도로 진행한 3000만 번의 연습 결과를 토대로 가장 유리한 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바둑판의 판세를 예측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을 격파하면서 인공지능의 무서운 바둑 실력을 세계 전역에 과시했다. 이를 바라본 세계인들은 알파고 위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인공지능 역사의 한 장이 한국에서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큰 지진 대비해야 한다”고 외친 홍태경 교수
지난 9월12일 경주 시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행한 역대 최강의 지진이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동을 느꼈다. 심지어 중국·일본에서도 진동을 감지할 정도였다.
지진 여파로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는 핵심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대피를 해야 했다. 부산 도시철도 1~4호선이 5분간 정지됐으며, 울산화력발전소의 LNG 복합화력발전 4호기와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에 가동중지 조치가 취해졌다.
그동안 사람들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경주 지진으로 이런 생각이 잘못됐음을 후회해야 했다. 이런 소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큰 주목을 받은 과학자가 있다.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학과의 홍태경 교수다.
홍 교수는 큰 혼란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경주 지진에 대한 필요한 지식을 전해 주었다. 한반도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 그는 지진 직후에 가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779년도에도 경주에서 큰 지진이 난 역사기록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 후에 작은 지진만 발생하면서 큰 지진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왔지만 이 지역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 후에 한반도에서는 지진 발생 가능성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추가로 또 다른 큰 지진을 만들어낼, 여력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 진단대로 지금까지 경주 지역에서만 지금까지 총 550여 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국가적인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홍 교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오래 전부터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홍 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지진과 함께 살아온 지진 전문가다. 지질학에 몸을 담고 지진 연구에 온 힘을 기울여왔다. 그가 또 다른 주목을 받았던 것은 대외적인 활동이다. 끊임없이 지진에 대한 지식을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페이스북, 언론 등을 통해 한반도 지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쉬지 않고 전달해왔다. 이런 노력이 경주 지진으로 인해 결실을 맺는 분위기다. 국민들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지난 11월19일 정부는 범 정부 차원에서 지진 대응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의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한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지난 11월25일 홍태경 교수를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초로 한국인 게놈지도 완성한 서정선 교수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용어다. 지난 2000년 6월26일 국립인간게놈연구원이 인간의 게놈지도를 완성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전자들을 구성하는 30억 쌍의 화학 염기 중 97퍼센트를 해독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후 많은 게놈 지도가 작성됐다. 그러나 한국인의 게놈지도는 없었다. 이런 걱정을 지난 10월 한국인 스스로 해결했다.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연구팀과 국내 생명공학 바이오벤처 마크로젠 연구진이 공동 연구를 통해 게놈지도를 완성했다.
연구를 이끈 인물은 유전체연구소장인 서정선 교수다. 지난 10월6일 서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한국인 30대 남성 1명으로부터 추출한 30억 쌍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정밀한 게놈지도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간 게놈 지도는 서양인 중심으로 작성돼왔다. 게놈지도를 통해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기능 분석 가능한 만큼 한국인에 대한 유전자 분석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한계로 190개 DNA 영역에 있는 염기서열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를 공동연구팀이 말끔히 해결했다. 그동안 한국인 게놈지도에서 누락됐던 190개 DNA 영역에 있는 염기서열 중 105개 염기서열 구조를 완전히 밝혀냈다. 나머지 72개 DNA 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염기서열을 밝혀냈다.
서 교수는 기존의 서양인을 중심으로 분석했던 게놈 지도와 이번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비교한 결과 암 억제 유전자로 알려진 HRASLS2와 피부색 유전자로 알려진 POU2F3 등 다양한 유전자에서 한국인만의 특성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정밀한 한국인 게놈지도를 완성함에 따라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 전체의 의학적 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기반을 확립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아시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각 국가별 표분유전체 구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연구팀이 작성한 논문 ‘De Novo Assembly and Phasing of a Korean Human Genome(한국인 인간 유전체의 신생 조합방법 및 단계화)’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지 온라인 사이트 10월5일 자에 게재됐다.
이 연구 결과와 관련, 네이처’ 지는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한국인 과학자들이 가장 완벽에 가까운 게놈(the most contiguous human genome)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인의 역사가 게놈지도에 등록되는 역사가 이루어졌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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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2-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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