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후 인공지능 컴퓨터의 활약상이 각계에서 전해지고 있다. 자바(JABBA)라는 똑똑한 프로그램은 초파리 행동과 관련한 뇌 전체의 지도를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기계 학습 프로그램은 225일 이상 기록한 비디오 장면을 보고 초파리 40만 마리의 위치를 추적하고 분류해, 특정 행동들을 뇌세포 그룹과 일치시키는 것을 도왔다. 만약 인간이 이 이 일을 했다면 3800년이 걸릴 엄청난 양이다.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가 설립한 기초 뇌과학 연구그룹인 자넬리아(Janelia)그룹 선임연구자인 크리스틴 브랜슨(Kristin Branson) 박사는 “우리는 뇌 신경세포인 뉴런이 세포 수준에서 무슨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연구저널 ‘셀’(Cell) 13일자에 실렸다.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포괄적인 뇌 지도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뇌 지도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뇌 신경 지도를 창출했다. 이 같은 상세한 뇌지도는 초파리가 뛰어오르거나 날개를 손질하는 것과 같은 특정행동을 할 때 어떤 신경회로를 사용하는지를 추적하는 출발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브랜슨 박사는 말했다. 아울러 초파리 뇌의 내부 작용을 이해하면 인간 행동의 뇌 신경적 기초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연구 대상인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의 뇌는 아주 작은 양귀비 씨 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약 10만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복잡한 신경회로에서 상호작용하며 광범위한 행동을 제어한다.
논문 공저자인 앨리스 로비( Alice Robie) 자넬리아 연구원은 “초파리는 유기체가 세상에서 하는 일을 모두 한다”며, “먹이를 찾고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고 짝을 찾으며 번식을 하는 모든 행동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위한 다양한 행동들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초파리의 구애나 추격 같은 행동을 하는데 관련된 몇몇 뉴런들을 식별해 냈으나 전체 뇌를 한꺼번에 다룬 연구는 없었다. 브랜슨 박사팀은 초파리의 날개 털기, 게 걸음, 교미 시도 등을 포함한 14가지의 행동 모음과 관련된 뉴런을 찾기 위해 뇌 전체에 접근했다.
기존 뉴런 위치 이미징 작업에 행동연구 연결시켜
연구팀은 자넬리아에서 개발한 ‘GAL4 Fly Lines’ 컬렉션의 일부인 2204개의 초파리 개체군을 연구했다. 이 초파리들은 특정 뉴런과 관련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했다. 그 이전 자넬리아의 ‘초파리 비행연구 프로젝트’(FlyLight Project)에서 뉴런의 위치에 대한 이미징 작업을 완료했기 때문에 연구팀은 초파리 각 그룹에서 표적화된 뉴런의 해부학적 지도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뉴런들이 어떤 행동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지 못 했다.
연구실 기술자인 조너선 히로카와(Jonathan Hirokawa)(현재는 뉴욕 록펠러대 메카트로닉스 엔지니어)는 연구에서 예를 들면 한 종류의 초파리 그룹에서 어떤 뉴런 활동을 일으키면, 초파리들은 좁은 접시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종류의 초파리들은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때로는 모두가 원을 그리며 빙빙 돌았고, 길게 줄을 서서 앞에 있는 파리를 졸졸 따라다녔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런 별난 행동들로부터 예를 들어 걷거나 뒤로 물러서는데 관련된 뇌세포 유형들을 모았다. 로비 연구원은 자동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초파리 비디오를 사용해, 그림을 보고 학습하는 프로그램인 JABBA(Janelia Automatic Animal Behavior Annotator, 자넬리아 동물행동 주석자)에 특정 행동을 인식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 다음 2204개의 초파리 그룹 비디오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을 관찰하고 이를 분류하도록 했다. 사람이 하려면 3800년이나 걸릴 방대한 작업이었다.
생물과학과 컴퓨터 과학의 융합이 거둔 개가
연구팀은 뇌세포 유형과 행동들을 맞게 연결시키는 작업 이외에 완전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바로 신경세포들이 암컷을 쫓아다니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로비 연구원은 “암컷의 공격성에 대한 몇몇 보고가 있지만 암컷이 구애를 위해 다른 파리를 쫓아다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브랜슨 박사는 이 발견이 의미는 있으나 그들이 한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수천 가지 결과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가지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이 결과 개발한 솔루션이 BABAM(the Browsable Atlas of Behavior Anatomy Maps)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으로, 과학자들은 이를 사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탐색하고, 초파리 뇌와 행동을 연결하는 지도를 만들고, 어떤 행동과 관련된 초파리 그룹을 탐색할 수 있다.
브랜슨과 로비는 이 새로운 연구 결과가 자넬리아에서 서로 다른 과학분야를 융합시킨 효과에 힙 입은 바 크다고 강조했다. 로비 연구원은 “생물학자와 컴퓨터 과학자가 함께 협력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7-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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