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생명체는 유기물 분자로 이루어진 `원시수프'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지배적인 가설이 80여년 만에 영국 과학자들의 새 연구로 뒤집히게 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연구진은 `원시수프' 이론은 실현 불가능한 것임이 자신들의 연구로 입증됐으며 실제로 생명체를 탄생시킨 것은 해상(海床) 열수구에서 나온 지구의 화학에너지라고 `바이오에세이즈(BioEssays)'지 최신호에서 주장했다.
연구진은 "교과서에 따르면 최초의 생명체는 유기물 수프에서 탄생했으며 최초의 세포는 이런 유기물이 발효되면서 ATP(아데노신3인산) 형태의 에너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돼 있지만 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실제로 최초의 생명체는 H₂, CO₂, N₂, H₂S 와 같은 기체로부터 태어났으며 여기에 소요된 에너지는 미세한 구멍들이 서로 연결돼 있는 특수한 종류의 심해 열수구에서 일어난 지구화학적인 물질대사를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시수프 이론은 영국의 생물학자 J.B.S 홀데인이 지난 1929년 발표한 것으로, 그는 초기 지구의 바다에서 메탄과 암모니아, 물이 자외선에 의해 최초의 유기화합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수프에는 이런 반응을 일으킬만한 원동력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런 에너지원이 없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해 왔다.
연구진은 "생물에너지학과 열역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원시수프' 가설은 80년 동안이나 생명체 기원에 관한 주류 논리의 중추 역할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심해 열수구에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있는 미세한 구멍들에서 일어나는 지구화학 변화가 최초의 생명체 탄생에 에너지를 공급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집중한 결과 이런 미세한 구멍이 지질과 단백질, 뉴클레오티드(핵산의 구성 성분) 등 최초의 세포를 탄생시켰을지 모르는 성분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오늘날 단순한 화학 성분에서 자라나는 모든 유기물, 또는 어쩌면 독자적으로 살 수 있는 최초의 세포에 있어 탄소 및 에너지 대사에는 화학적 삼투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유기물이 열수공으로부터 달아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메커니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화학적 삼투작용은 최초의 생명체를 탄생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과정"이라면서 이제 원시수프의 발효라는 해묵은 족쇄를 벗어던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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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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