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굴에 긴 팔다리, 턱에 난 수염이 인상적인 카푸친원숭이(Sapajus libidinosus)가 돌로 도구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껏 침팬지와 마카크원숭이 등이 단단한 견과류, 과일, 조개 등을 깰 때 석기를 쓰는 경우는 발견됐지만, 석기를 만드는 동물의 행동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대(UCL), 브라질 상파울루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브라질 세라다카피바라 국립공원에 사는 카푸친원숭이들이 마치 구석기인처럼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유독 규암처럼 단단한 돌을 골라 다른 돌을 내리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돌 치기' 행동의 결과로 생긴 조각난 돌은, 마치 초기 인류가 만든 석기처럼 한쪽에 날카로운 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원숭이의 행동이 도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2년 이스라엘 연구진이 보노보에게 석기를 만들도록 훈련한 적은 있었지만, 자연상태에서 이런 능력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선임연구원은 "카푸친원숭이의 석기는 인류의 여러 석기 중 가장 초기 단계인 '외날도끼' 또는 '외날찍개'라고 불리는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을 깨는 것은 많은 노력과 에너지,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의미 없이 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사람만 석기를 제작한다고 알려졌는데, 이제 원숭이 역시 같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허 연구원은 다만 "연구자들은 이번에 석기의 사용처를 밝히지는 못했고, 다른 곳에 사는 카푸친원숭이도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제공
- 저작권자 2016-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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