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날씨가 화창한 주말, 창문을 활짝 열고 이불을 툭툭 털어봅시다. 그러면 공기중에 떠나니는 작은 솜털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먼지입니다. 비록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먼지이지만 지구 곳곳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사람이 숨 쉴 때 폐로 들어가 기침이 나게 하기도 하고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또한, 컴퓨터 속에 들어가 컴퓨터를 망가뜨리기도 하며, 공기 중에 먼지가 많아지면 눈앞을 가려 자동차나 비행기가 다니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먼지는 크기는 작지만 우리가 생활하는데 불편을 주기 때문에 먼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주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가 있습니다. 이들을 ‘우주먼지’라고 부르는데요. 지구에서와 달리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우주먼지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우주먼지를 연구하면 우주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많이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과학자들이 우주먼지로 알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과학자들이 우주먼지로 알 수 있는 것들
우주먼지는 별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로는 ‘별 성(星)’과 ‘사이 간(間)’을 쓴 ‘성간먼지’라고도 부르죠. 이들은 우주 공간에 흐르는 아주 작은 알갱이인데, 태양보다 훨씬 커다란 별에서 만들어집니다. 별이 빛을 내기 위해서 활동을 하다보면 가스가 생기게 되는데, 이 가스들이 우주로 퍼지면서 우주먼지가 됩니다. 작은 눈덩이가 커지면 눈사람이 되듯이 우주먼지가 더 많이 모이면 작은 돌멩이가 되고, 더 커지면 소행성과 행성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결국 우주먼지는 별이 만들어지는 씨앗이 되는 것이죠.
우주먼지는 별로 자라는 씨앗일 뿐 아니라 별을 만드는 데도 중요합니다. 왜 그런지 살펴볼까요? 우선 우주먼지가 모이면 별빛을 가리게 됩니다. 그러면 빛을 받지 못한 부분에 있는 가스 구름의 온도가 낮아집니다. 가스구름의 온도가 낮으면 서로 뭉쳐서 덩어리가 되기 좋습니다. 그 이유는 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의 온도가 100℃이면 끓기 시작해 수증기가 되고, 온도가 점점 낮아져서 0℃가 되면 딱딱한 얼음이 됩니다. 온도가 낮을수록 물 알갱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 가까워져서 뭉쳐지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는 온도가 낮을수록 알갱이들이 더 잘 뭉쳐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우주먼지가 빛을 가렸기 때문에 가스구름이 뭉쳐지기 좋게 되고, 별로 만들어지기 좋아집니다. 아주 작은 우주먼지들이지만 이들이 모여 우주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우주먼지를 지구에서는 볼 수 없을까요? 물론 볼 수 있습니다. 도시의 불빛이 적은 장소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은하수와 그 근처에 있는 짙은 띠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짙은 띠가 바로 우주먼지인데, 색이 이렇게 어두운 이유는 우주먼지가 뭉쳐진 우주먼지 뒤쪽에 있는 별빛을 막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 우주의 별빛과 밝은 전파를 연구하는 과학자 중에는 이처럼 어두운 그늘을 만드는 우주먼지를 귀찮아합니다. 은하수 뒤쪽에 있는 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주먼지가 없는 편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우주먼지로 은하수의 특징을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먼지의 크기와 위치를 알면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은하수 근처의 정보를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여름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는 플랑크 위성을 이용해 ‘우주먼지 지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지도를 만든 과학자들은 우주먼지 뒤에 가려진 빛을 연구하면 우주가 탄생했을 때의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구 생명 탄생의 비밀까지 알 수 있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9년 발사해 2006년 지구로 돌아온 ‘스타더스트(Stardust)호’를 통해 우주먼지 연구를 했습니다. 원래 ‘스타더스트호’는 혜성 ‘빌트2’의 성분을 알아내는 것이었지만, 비행하면서 혜성 주변의 물질과 함께 우주먼지도 모아왔습니다. 물론 스타더스트호가 가져온 우주먼지의 양은 아주 조금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지구에서 연구할 수 있는 우주먼지의 양도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결론을 내기는 어려웠지만 이 연구를 통해 우주먼지를 이루는 새로운 성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스타더스트호의 수석연구자 도널드 브라운리 박사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주먼지에는 그동안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철과 크롬, 망간, 니켈, 구리, 갈륨 같은 원자를 비롯한 새로운 물질이 발견된 것입니다. 새로운 물질은 우주먼지 연구를 주도해 온 브라운리 박사의 이름을 따 ‘브라운리아이트’로 불리게 됐습니다.
브라운리 박사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지구상에 있는 무거운 원자들 대부분이 우주먼지에서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주먼지를 연구하면 우주가 태어난 비밀은 물론 지구에 생명이 나타나게 된 비밀까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학자들은 우주먼지가 지구에게 끊임없이 천연자원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생명이 나타나는 데도 우주먼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40억여년 전 우주에서 떨어진 우주먼지에서 생명을 탄생시킨 이유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우주먼지는 우주 공간에 있는 작은 돌멩이는 물론 행성, 그리고 생명의 탄생까지 풀어낼 수 있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주먼지를 계속 연구하면 미래의 어느 날에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0-1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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