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개국 300명이 참여한 아이스큐브(icecube) 국제과학자팀이 고에너지 우주 중성미자(neutrino) 발원지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우주 중성미자는 우주의 가장 극한적인 환경에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수십억 광년에 걸쳐 지구로 날아올 수 있는 유령과 같은 아원자(subatomic) 입자들이다.
아문젠-스코트 남극기지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서 이뤄진 이 관측은 전세계의 지상 망원경과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망원경에서 확인되었으며,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중성미자와 우주광선 같은 아원자 입자의 발원지에 대한 100년 이상 된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주로부터 끊임없이 지구로 쏟아지는 고에너지 우주광선 입자는 100여년 전 처음 발견된 이래 ‘무엇이 이 입자들을 생성해 광대한 거리를 가로질러 쏘아 보내는가?’, ‘이 입자들은 어디에서 오는가’하는 의문을 남기며 지속적인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전하 없는 중성미자, 방해받지 않고 직진
우주광선은 전하를 띤 입자이기 때문에 우주공간을 가득 채운 강력한 전자기장이 비행궤도를 왜곡시켜 경로를 거슬러 직접 발원지를 추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주광선을 만드는 강력한 우주 가속자는 중성미자도 생성하며, 이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아 가장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들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질량도 거의 없기 때문에 ‘유령 입자(ghost particle)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이런 이유로 중성미자는 가속자로부터 방출된 뒤 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어 과학자들은 이 중성미자를 추적해 그 발원지인 가속자를 추적할 수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3일자에 발표된 두 개의 논문은 미 국립과학재단이 지원하는 아이스큐브 관측소에서 탐지된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발원지가 이미 알려져 있는 블래자[blazar; 상대적 분출력(제트)을 가진 활동성 은하의 핵]라는 최초의 증거를 제시했다. [동영상1] [동영상2]
TXS 0506+056로 이름 붙은 이 블래자는 2017년 9월 22일 아이스큐브 관측소에서 발령한 중성미자 경보에 따라 처음 지목되었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의 선임 과학자인 프랜시스 핼젠(Francis Halzen) 미 위스컨신-매디슨대 물리학 교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와 우주광선의 최초 원천에 대한 이번 관측 증거는 강력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프랜스 코르도바(France Córdova) 미 과학재단 이사는 “이제 멀티메신저 우주물리학 시대가 도래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자기 복사와 중력파 그리고 이제 중성미자로부터 나오는 각 메신저는 우주에 대한 더 완전한 이해와 하늘에 있는 가장 강력한 물체들과 사건들에 대한 중요하고도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한다”며, “이 같은 혁신적인 돌파구는 기본적인 연구에 대한 장기 계약과 최상의 연구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블래자는 거대한 타원형 은하로 중심부에 크고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을 가지고 있다. 블래자의 두드러진 특징은 빛과 기본 입자를 방출하는 두개의 제트가 있고, 그 중 하나는 지구를 지향하며, 제트들은 블랙홀의 회전축을 따라 극점에서 방출된다는 점이다.
이 블래자는 밤하늘에 보이는 오리온 성좌 왼쪽 어깨의 바로 바깥에 위치해 있고, 지구로부터 약 40억 광년 떨어져 있다.
아이스규브에서 전세계 망원경에 경보 발령
아이스큐브 관측소는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탐지자 안이나 혹은 가까이에 있는 남극 얼음의 원자핵과 충돌했을 때 경보를 발령하는 거의 실시간 경보체제를 갖추고 있어 지난해 9월 22일 중성미자 충돌이 탐지되자 곧바로 전세계 망원경 관측소에 알려 후속 관측을 하도록 했다.
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과 카나리아군도에 있는 감마영상 체렌코프 망원경(MAGIC)을 비롯한 감마선 관측소들은 TXS 0506+056와 관련된 고에너지 감마선 플레어를 탐지했고, 이런 관측이 융합돼 이 블래자가 가장 가능성 있는 발원 소스로 떠올랐다.
페르미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방향의 0.06도 안에서 TXS 0506+056의 증강된 감마선 활동을 처음으로 식별해 냈다. 이는 페르미가 이 블래자를 관측해 온지 10년 동안에 감마선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의 광자를 가진 가장 강력한 플레어였다. 이후 MAGIC을 통한 후속 관측에서는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이 검출됐다.
이 같은 관측들은 TXS 0506+056가 알려진 우주권에서 가장 빛나는 소스 중의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한편 이에 따라 이 블래자가 고에너지 우주광선을 가속시키고 관련 중성미자를 생성하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우주 엔진이라는 멀티메신저 관측을 지지해 준다.
남극의 얼음을 뚫고 항해한 수백만 개의 중성미자 가운데 오직 한 개만이 지난해 9월 22일 아이스큐브에 의해 검출됐다.
이러한 관측은 광학, 전파, X선 망원경을 포함한 여러 장비들로 측정한 자료들이 일치함으로써 신뢰성이 높아진다. 핼젠 교수는 “아이스큐브 같은 중성미자 검출기와의 협력 하에 다양한 파장을 이용하는 세계 여러 곳의 망원경을 결집시키는 능력은 멀티메신저 천문학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큐브 협력 프로젝트 대변인인 대런 그랜트(Darren Grant) 캐나다 앨버타대 물리학 교수는 “이 흥미로운 결과들은 또한 아이스큐브 협력(IceCube Collaboration)을 통해 중성미자 천문학의 꿈을 현실화함으로써 수천 년에 걸친 집중적인 인류 활동의 절정을 나타낸다”고 찬사를 보냈다.
우주선, 지구가속기 입자보다 에너지 1억배 많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인 빅토르 헤스(Victor Hess)는 1912년에 과학자들이 대기에서 검출한 이온화 입자들이 우주에서 오는 것이라고 증명한 바 있다. 우주광선은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인 스위스 CERN의 대형 하돈 콜리더에서 발생한 입자의 에너지보다 1억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 관측된 것 가운데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다.
이 극단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지닌 우주광선은 우리 은하 밖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 발원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가장 폭력적인 객체들, 즉 초신성 잔해나 충돌하는 은하들 그리고 블래자와 같이 활동성 은하의 핵으로 알려진 은하의 에너지 높은 블랙홀 중심 같은 것이 그 원천일 것으로 추측했다.
페르미 광대역 망원경 공동작업의 분석 코디네이터인 레지나 카푸토(Regina Caputo) 박사는 “페르미는 10년 동안 약 2000개의 블래자를 모니터링해 와서 이번 블래자가 중성미자의 원천임을 식별할 수 있었다”며, “고에너지 감마선은 가속된 전자 혹은 양성자에 의해 생성될 수 있고, 양성자 상호작용의 특징인 중성미자 관측은 블랙홀에 의해 양성자가 가속된 최초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핼젠 교수는 “이제 우리는 우주 중성미자를 생성하는 우주선의 한 원천을 확인했다”며, “중성미자는 파이온 붕괴의 부산물로서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양성자 가속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성미자, 블래자 내부작용 밝힐 단서 제공
우주선은 대부분 양성자이며 이들이 생성되는 곳은 지구에서 입자가속기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우주를 가로질러 빨리 날아온다. 우주선은 지구의 입자가속기에서 만들어지는 입자들보다 훨씬 강력하다.
MAGIC 협력작업의 대변인인 라즈믹 미르조얀(Razmik Mirzoyan) 박사는 “이론상으로 중성미자 방출은 감마선 방출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래자가 어떻게 그런 고에너지로 입자를 가속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 그는 “감마선은 초거대 블랙홀에 있는 ‘발전소’가 어떻게 가동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최근의 우주물리학 정보를 담은 메신저인 중성미자는 이 우주선 가속기의 내부 작용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새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중성미자 측정은 고에너지 감마선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최고밀도 환경에서 양성자 입자 가속 메커니즘을 나타내 줄 수 있다.
아이스규브 팀은 9월 22일의 중성미자 탐지에 이어 재빨리 탐색 자료를 뒤져 2014년 말과 2015년 초에 탐색된 12개 이상의 우주물리학적 중성미자 플래어를 발견했는데, 이는 동일한 TXS 0506+056에서 방출된 것이었다.
이 독립적 관측은 앞서의 단일 고에너지 중성미자 탐지를 크게 강화시키는 한편 TXS 0506+056가 고에너지 중성미자와 우주선의 최초 가속기임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확충해 준다.
아이스큐브, 1분마다 중성미자 탐지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중성미자를 탐지하려면 거대한 입자 검출기가 필요하며, 아이스큐브는 세계 최대 규모다. 남극 표면 1마일 아래 깊고 청정한 1입방킬로미터의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는 탐지기는 격자로 정렬된 5000개 이상의 광센서로 구성돼 있다.
중성미자가 얼음의 원자핵과 상호작용하면 두 번째의 하전 입자를 생성하고 이것은 다시 원뿔 모양의 푸른 빛을 만든다. 이것을 아이스큐브가 탐지해 탐지기의 광전자증배관 격자를 통해 매핑시킨다. 중성미자가 생성한 하전된 입자와 빛에서 중성미자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입자가 방사된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
아이스큐브는 중성미자의 지구 통과를 포함해 북반구까지 지속적으로 하늘을 모니터링하고 1분마다 중성미자를 탐지한다. 그러나 탐지되는 대부분의 중성미자는 지구 대기에서 대기 원자핵과 우주선 입자 충돌에서 파생된 아원자 입자 소나기 같은 일반적 현상에서 창출되는 저에너지 중성미자다.
아이스큐브팀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입자는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 것들이다. 전세계 망원경에 경보를 발령한 중성미자는 약 300TeV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스위스 CERN의 대형 하돈 콜리더의 26.7km 링을 순환하는 양성자의 에너지는 6.5TeV다).
아이스큐브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 2013년에 우리 은하계 너머로부터 날아오는 최초의 중성미자 검출을 위한 협동연구사업이 발표됐고, 이후 신생 중성미자 천문학 분야에서 수많은 기본적인 측정이 수행됐다.
아이스큐브팀은 또 저에너지 중성미자를 분석해 중요한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과학자들이 물질을 가장 기본적인 형태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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