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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권건호 기자
2014-12-24

알츠하이머, 음식으로 치료한다 타우린, 인지 기능 담당 세포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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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음식은 그 그원이 같고,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뜻의 사자성어 ‘약식동원(藥食同原)’.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음식으로 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음식에는 병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고, 연구를 통해 몰랐던 효능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근 ‘타우린’에 고령화 시대 대표적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어패류, 주꾸미, 오징어, 낙지, 새우, 게, 굴, 고등어 등의 음식에 많이 포함돼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하는 ‘타우린’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고령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백내장, 알츠하이머 치매,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 환자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대 노인성 질환 중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알츠하이머 치매로 치료받은 환자는 총 5만9128명으로, 전년에 비해 31%나 늘었다. 증가율 2위인 요추 및 골반 골절 환자(14.9%)보다 2배 이상 높다.

알츠하이머 치매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를 말하며,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한다.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뇌 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고, 증상을 완화시키고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만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타우린이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을 처음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뇌과학연구소 김영수 박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 쥐에게 타우린 30㎎을 물에 타 6주간 먹게 했다. 이후 3개월 동안 쥐의 뇌 변화를 관찰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억제하고,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 신경교세포가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타우린을 섭취한 쥐는 기억력과 학습력을 검사하는 ‘미로찾기’와 ‘수동회피 반응(전기충격 기억실험)’ 시험에서 정상 쥐와 차이가 없었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나타나는 증상인 대뇌 피질 염증도 줄었고, 뇌의 해마부위에서 나오는 베타아밀로이드 양도 줄었다.

연구팀은 앞으로 타우린 화학 구조를 변형해 약효를 증진시킨 신물질 합성으로 알츠하이머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영수 KIST 박사는 “타우린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능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면 인체 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없으며 효능이 우수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규명과 근원적 치료제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타우린을 섭취한 알츠하이머병 쥐의 신경교세포(오른쪽)가 정상 쥐 수준(왼쪽)으로 회복됐다.
타우린을 섭취한 알츠하이머병 쥐의 신경교세포(오른쪽)가 정상 쥐 수준(왼쪽)으로 회복됐다.
ⓒ ScienceTimes

음식만 잘 먹어도 치매에 효과

타우린은 항산화 활성, 피로회복,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혈압 안정, 간 보호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때문에 많은 건강보조식품이나 약품에 타우린이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자양강장제 중 하나인 ‘박카스’, 피로회복제 ‘복합우루사’, 에너지음료 등에 타우린이 포함돼 있다. 이들 약품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타우린 효과를 보기 위해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타우린 외에 카페인 등 다른 성분이 포함됐기 때문에 자칫 과도한 섭취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통해 타우린을 섭취하는 것이다. 음식 100g당 타우린 함유량은 전복․소라․주꾸미 1600~1800㎎, 마른김 1200~1600㎎, 마른멸치 1300㎎, 가리비․마른오징어 1000㎎ 등이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면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타우린이 포함된 음식을 다양하게 먹는 것이 좋다.

타우린뿐만 아니라 등푸른 생선에 많은 DHA 등도 알츠하이머 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UCLA 대학 연구팀은 식생활 개선과 체계적인 운동을 조합한 치료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UCLA 연구팀은 55~75세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혈중 비타민D 농도를 조절하고, DHA 보충제를 사용했다. 인슐린 수치를 정상화하기 위해 계획적인 단식도 병행했다. 그러자 수 개월 뒤 환자 10명 중 9명에서 인지 증상이 현저하게 개선되거나 정상으로 돌아왔다.

연구를 진행한 데일 브레드슨 박사는 음식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장 건강과 뇌 건강이 연관돼 있어 발효식품이나 유산균 등을 식사에 첨가하라고 조언했다. 또 DHA 같은 보충제는 뇌신경 세포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곡물과 탄수화물이 많은 채소, 설탕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몸은 물론 뇌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지중해식 식사’를 권했다. 건강식단으로 주목받는 지중해식 식사는 생선과 해산물 위주의 식단에 채소와 콩류, 과일, 견과류, 유제품 등을 곁들이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이와 함께 △정기적인 운동 △금연 △소량의 음주(하루 1~2잔) △당뇨병․고혈압․비만 치료를 치매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권건호 기자
저작권자 2014-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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