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0여 년 전 미국 워싱턴 히든밸리 목장에서 채식하는 평화주의 사자 사람을 놀라게 했었다. <채식하는 사자 리틀타이크>라는 책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바 있다. 이제는 채식 습성을 가진 거미가 발견되어 생태계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4만 여 종 육식 거미 중 희귀종 등극
뉴사이언티스트 지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중앙 아메리카 아카시아 덤불에서 채식을 하는 암컷 거미를 찾아냈다. '바기라 키플린지'(Bagheera kiplingi)가 그 주인공이다. 경쟁자인 병정개미를 피해 살다가 잎 끝부분의 벨트체를 물고 거미줄을 이용해 집으로 달아난다.
8개의 다리를 가진 바기라 키플린지 거미는 개미들이 서식하며 지키는 아카시아 덤불 속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잎 가장자리를 뜯어먹고 있었다. 보통 포식자로서 다른 곤충이나 동물을 잡아먹는 세계 4만 여 종 거미들 속에서, 사람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바기라 키플린지는 희귀종으로 등극한 셈이다.
병정 개미는 아카시아를 다른 초식 생물로부터 지키고 대신 안전한 집을 그 안에 마련하고 아카시아 꿀이나 덤불의 잎 가장자리에서 먹이를 얻는다. 보통 거미는 이들을 사냥하는 습성을 가졌다. 그러나 바기라 키플린지 거미는 일생을 아카시아 덤불에서 살며 병정 개미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나는 돼지를 발견할 확률과 같다"
과학자들은 직접적인 관찰을 위해 비디오 테입으로 녹화하거나 화학적 분석 방법을 택했다. 자세한 연구 경과는 생물학 동향 저널 (the journal Current Biology)에 13일 발표됐다. 대부분의 저명한 거미 교과서들이 초식 거미는 없다고 직접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번 발견은 그 희귀성이 '나는 돼지를 발견할 확률에 비견할' 정도다.
곤충 대신 주요 먹이로 식물을 사냥하는 거미는 처음 발견되었다고 펜실베니아 빌라노바 대학 크리스토퍼 미헌(Christopher Meehan) 연구자는 밝혔다. 보조 연구자인 에릭 올슨은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독립적으로 같은 모기의 코스타리카 지역에서의 행동을 연구해왔다.
그들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지역의 모기들을 관찰했는데 식량 대부분을 식물에서 얻고 있었다. 멕시코에서는 거미 식량의 90%가 식물 조직에서 나왔으며, 나머지 부분만을 개미 유충, 꽃 꿀 등 다른 곳에서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아카시아 식물 먹이 비율이 60%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 홍주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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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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