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조행만 기자
2010-05-10

아이슬란드에 화산활동이 잦은 이유… 뜨거운 마그마와 찬 빙하의 ‘잘못된 만남’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잠시 주춤했던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욜 인근의 에이야프얄랴요쿨(Eyjafjallajokull) 화산이 지난 7일 다시 화산재를 분출하면서 유럽항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4월 14일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한 에이야프얄랴요쿨 화산은 엄청난 화산재를 분출하면서 바람을 타고 대서양 상공으로 이동, 주변 유럽 국가들의 공항을 마비시켰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항공기 운항은 재개됐다.

그러나 당시에 전문가들은 “또 다시 화산재가 비산할 수 있다”며 제 2차 화산재 분출을 예고했었다. 그리고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 이 화산은 7일부터 또 다시 엄청난 양의 화산재를 분출, 유럽항공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빙하와 온천으로 둘러싸인 아이슬란드는 천혜의 관광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잦은 화산폭발로 대서양 상공을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으로 만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물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지난 2007년 영국의 BBC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으로 선정한 아름다운 나라다. 대빙하기가 있었던 홍적세 4기에 뒤덮였던 빙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빙하로 만들어진 경관들이 먼저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바닷물이 빙식곡(氷蝕谷)을 채워서 형성된 절경인 피오르(협만, fjord), 넓이 8천400㎢의 바트나요쿨(Vatnajökull) 빙하, 이 빙하의 남쪽 끝에 위치한 요쿨사를론(Jökulsárlón) 빙하호, 스코가르포스(Skogarfoss) 폭포 등은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아이슬란드의 관광명소이다.

이 아름다운 섬나라에서 들러야 할 곳은 빙하와 폭포뿐이 아니다. 커다란 빙산 옆에 뜨거운 온천과 화산이 나란히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나라가 바로 아이슬란드다.

이곳에는 30여 개의 활화산이 있으며, 온천과 간헐천(間歇泉)도 260개 지역에 달해 증기를 합계한 총열량이 매초 11억 kcal나 된다. 빙하와 화산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며, 세계 최고의 야외온천 ‘블루라군(Blue Lagoon)’을 만들어냈다.

블루라군 온천가에는 정유시설 같은 공장이 뿜어 올리는 수증기가 하늘을 덮는다. 이는 공장이 아니라 마그마로 데워진 섭씨 300도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각 가정으로 보내는 지열발전소다.

그러나 세계인들이 아이슬란드를 ‘물과 불의 땅’으로 부르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지난 1783년 6월 8일 빙하지대에 있는 해발고도 853m의 라키(Laki) 화산이 폭발해 주민의 약 20%인 1만 명 이상과 가축의 약 70%가 죽었다.

또 1996년 11월 5일 유럽 최대의 바트나 빙하 밑에서도 화산이 폭발해 빙하를 녹이면서 대홍수가 발생한 적도 있다. 빈번한 화산폭발과 지진은 이 나라의 일상사인 것이다.


대서양 중앙해령 위로 솟은 화산섬

상부맨틀의 뜨거운 마그마는 끊임없이 외부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주로 틈새를 통해 분출한다. 분출된 마그마가 식으면서 냉각된 암석들이 해양지각을 만들고 판의 일부가 점점 멀어지는 '확장경계(Divergent boundary)'를 형성한다. 이 확장경계에는 열곡(rift valley)과 해저산맥인 해령(oceanic ridge)이 생성된다.

대서양 중앙해령(Mid-Atlantic Ridge)이 아이슬란드 한 가운데를 지나는 아이슬란드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해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역이다. 과학자들은 “대서양 해령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아이슬란드의 신화산 대(Neovolcanic zone)에는 많은 열곡대(rift zones)가 발달해 있다”며, “이 곳에는 아직도 활화산들이 많아 화산폭발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한다.

아이슬란드의 1783년 라키 화산 분출은 연장이 32km에 달하는 열곡대를 따라 용암이 분출되는 열하분출이었다. 또 지난 2004년 11월 1일에도 그림스뵈튼(Grímsvötn) 화산이 폭발, 폭 11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화산재 기둥이 생겼는데 이 역시 열곡대에서 일어났다.

그림스뵈튼 화산은 아이슬란드 고원에 있는 호수군(湖水群)에 있으며, 최대의 관광명소 바트나 빙하의 북서쪽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수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는 이 호수 200m 밑에는 폭발가능성이 있는 마그마 층이 있다는 것.

아이슬란드에는 대부분의 화산이 바트나 빙하 아래에 있기 때문에 자연히 빙하 아래에서 분출이 일어나고, 이번의 에이야 프얄랴 요쿨 화산 역시 이 근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재가 높이 솟은 이유는?

지난 2008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지구화학과 ‘다니엘 켈리(Daniel kelley)’ 박사와 마이클 바튼(Michael Barton) 교수는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폭발적인 분출을 일으켜 멀리 있는 대기 중에 파편들을 뿌려 전 세계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모든 화산 아래에는 지각판 기저부에 복잡한 마그마 챔버(Magma chamber, 마그마가 괴어 있는 방)의 조합이 있고, 마그마는 챔버를 통해 끊임없이 이동, 지각 판의 갈라진 틈으로 흘러 들어가 화산활동을 일으키는데 해령이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다.

이 마그마 챔버안에서 냉각된 마그마에는 휘발성 성분이 증가하고, 챔버 내부의 압력이 점점 높아져서 약한 부분을 뚫고 화산 활동을 일으키게 된다. 해령이 지상에 있고, 북위 66도상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마그마 위에 빙하가 둘러싸인 특성을 지녀 화산활동이 잘 일어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켈리 박사는 또 “상호관련성을 가진 물리적 성질인 점성, 용해된 가스, 온도 등이 마그마의 특성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즉, 점성이 적어 유동성이 매우 큰 현무암질 용암은 일출식 분출로 폭발현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 반면에 유동성이 작은 용암의 경우, 가스가 잘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화도내의 압력이 높아져 결국 파편과 화산재를 공중으로 날리는 폭발식 분출을 일으킨다는 것.

열극분출에서 나오는 용암은 보통 현무암으로 아이슬란드 화산도 주로 현무암질로 구성되어 있다.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화산의 경우, 폭발하기 보단 땅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에 폭발적인 분출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질학자들은 “원래 에이야프얄라요쿨의 화산은 지각 틈새를 통해 현무암질 용암류를 분출해왔다”며 “이는 화산재를 날리지 않는데 이번에 항공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화산재가 많이 발생한 건 순전히 빙하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 원인은 마그마 위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고온의 마그마와 만났기 때문이다. 즉, 빙하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물과 마그마가 섞이고,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부피가 팽창해 폭발력이 강해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엄청난 폭발 시에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만나 급격히 식은 마그마는 암석이 되지 않고, 그대로 화산재로 변해 날아오른다는 설명. 지난 2004년 그림스뵈튼 화산은 얼음을 분출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이슬란드 한가운데 있는 열곡대 위의 빙하들은 언제라도 유럽항공을 마비시킬 시한폭탄처럼 지금도 서서히 녹고 있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05-10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