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최근 브라질을 다녀온 40대 남성이 국내 처음으로 지카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것.
다행히도 이 남성은 입원 후 발열이나 근육통 같은 증상이 사라지면서 퇴원을 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도 신종 감염병에 대한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면서 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는 ‘신종 감염병 비상사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오픈포럼이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는 국가적 대응체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신종 감염병은 국가 안보차원에서 다뤄져야
기조발제자로 나선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의 김우주 교수는 “최근 30여 년 간 신종 감염병들이 예기치 않은 양상으로 자주 발생하면서 인류에게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신종 감염병은 더 이상 보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국가보건안보(National Health Security)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가적 차원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은 세계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라고 언급하며 “오늘날과 같이 하루에만도 수천대의 비행기가 대륙과 대륙을 이동하고, 교역량도 수백만 톤에 달하는 상황에서 신종 감염병의 무대는 당연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014년에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효과적인 국가 간 상호협력 지원체제의 하나로 ‘글로벌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을 출범시킨 바 있다. 신종 감염병이 더 이상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재앙이라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감염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체계는 국내 토착 감염병, 즉 수인성 감염병 위주로 짜여 있다”라고 밝히며 “따라서 해외에서 들어오거나,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에 대해서는 그 대응 방법에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예방하고, 발생 시에는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유행했던 감염병들이 대부분 정형화된 매뉴얼에 의거하여 다루어졌지만, 병원체의 종류나 유행양상이 달라진 현대적 감염병에 대해서는 해당 질병의 특징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현재로서는 감염병의 완벽한 차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감영병을 조기에 발견한 후 효과적인 대응으로 봉쇄하여 전체적인 피해를 줄이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방역체계의 영토는 전 세계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양성 환자가 나타난 지카바이러스의 특징을 소개하며 발제를 이어간 김 교수는 “지카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유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하면서도 “간과하지 말아야할 사실은 그 어떤 신종 감염병이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나타날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블랙스완이란 일본의 후쿠시마 대지진이나 미국의 911 테러처럼 발생가능성이 거의 없는 극단적이면서도 예외적인 사건이지만, 일단 발생하고 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블랙스완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 정부나 국민들은 지카바이러스 예방에 온통 신경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9년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돼지인플루엔자가 유행했으며, 지난해에는 그 전년도에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에 집중하느라 메르스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김 교수는 “국가방역체계의 영토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다시한번 강조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종 감염병의 발생 상황을 모니터하고, 국내 유입과 확산에 대한 위기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싱크탱크의 설치 등 실효성 있고 선제적인 대비·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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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3-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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