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2003년 소나 양 등의 가축이 뀌는 방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방귀세의 도입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동유럽 발트해 연안 끝에 있는 에스토니아 정부는 2009년 1월부터 소를 키우는 농가에 대해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축산업이 발달한 덴마크에서도 소 한 마리당 약 14만원의 방귀세를 부과하는 세법 개정안의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람이든 가축이든 방귀를 뀌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유독 소나 양 등의 가축에만 방귀세를 물리려 하는 걸까. 되새김질을 하는 소나 양, 염소 같은 반추동물은 위가 4~5개나 된다. 장에서만 메탄가스가 만들어지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반추동물의 경우, 위에서도 다량의 메탄가스가 생긴다.
반추동물은 먹이를 먹은 후 특정 위에 저장했다가 되새김질을 해서 다른 위로 보내는데, 되새김질을 하는 위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먹이를 분해한다. 그런데 이처럼 분해하는 발효과정에서 메탄가스가 생성된다.
소를 예로 들면 반추위액 1㎖에 약 1천억 마리의 미생물이 사는데, 이 미생물들이 먹이 속의 당 성분을 휘발성지방산으로 바꾼다. 그러면 메타노젠이라는 미생물이 휘발성지방산을 이용해 메탄가스를 만든다.
이처럼 소의 위에서 생성된 메탄가스는 트림을 하거나 숨을 쉴 때 몸 밖으로 배출된다. 반추동물의 위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장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약 20배나 많다.
하지만 아무리 그 양이 많다고 해도 다른 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왜 반추동물의 방귀나 트림에 세금까지 매길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37% 차지
소 한 마리가 트림이나 방귀 등으로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약 85㎏이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의 수는 약 13억 마리로 추정되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전 세계 소가 1년에 약 1천105억㎏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셈이다.
이는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소 외에 양이나 염소 등 모든 가축들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까지 합치면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37%를 차지하게 된다. 호주의 경우 소나 양 등의 가축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1년간 호주 전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의 1/5에 달한다고 한다.
더구나 메탄가스는 부피 대 부피로 비교할 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잡아 가두는 능력이 21배나 높다.
이런 이유 등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가축 사육 두수는 약 600억 마리 정도인데, 2015년에는 그 수가 15.9% 증가하며 2050년에는 지금의 배인 1천200억 마리로 늘어날 거라는 예측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육류 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에스토니아처럼 방귀세를 도입하는 국가가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쯤 되자 반추동물의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반추동물의 위에 살면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백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양들에게 이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한 결과 메탄가스 배출량이 약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영국의 웨일스대 연구팀은 3년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 소나 양에게 마늘이 섞인 사료를 먹이면 메탄가스 방출량이 50%까지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늘이 반추동물의 위에서 메탄가스를 만드는 미생물을 공격해 가스 발생량이 줄어든다는 것.
이 연구결과를 응용해 영국의 님바이오테크사는 마늘에서 추출한 알리신 성분으로 만든 ‘무트럴’이라는 사료첨가제를 개발했다. 이 사료첨가제는 2009년 3월 영국의 ‘미래를 위한 포럼’이 주최한 ‘FT 기후변화 챌린지’에서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제품 5가지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귀 줄이는 백신 및 사료 개발
아일랜드의 더블린대 연구팀은 생선 기름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을 사료에 첨가하면 가축의 메탄가스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2009년에 발표했다.
생선기름이 반추동물의 첫 번째 위에서 메탄을 생산하는 미생물에 영향을 끼쳐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양을 줄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사료에 2%의 생선기름을 포함시킬 경우 메탄의 발생을 약 21%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소의 방귀와 트림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업진흥청은 반추동물의 트림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포집해 그 발생량을 측정할 수 있는 후드식 호흡챔버를 작년 4월에 개발했다. 이 챔버는 기존 제품에 비해 메탄 발생 측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뿐만 아니라 정확도에서도 우수하다고 한다.
농업진흥청은 사료별로 메탄 지수를 개발해 지방산과 싸이클로덱스트린 혼합물을 급여함으로써 10% 정도의 메탄 저감효과를 확인하는 성과도 올렸다. 또한 CJ제일제당은 민간업체로는 국내 최초로 소의 트림과 방귀를 억제하기 위한 친환경 사료첨가제의 개발에 나섰다.
한편, 미국의 펜스테이트대 연구팀은 오레가노를 이용한 사료보조제로 젖소에서 메탄가스 배출량은 40%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에 발표했다. ‘꽃박하’라고도 불리는 오레가노는 요리와 향신료로 사용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지중해 연안의 여러 국가 및 미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오레가노에서 발견된 카바크롤, 제라니올, 티몰 등 몇 가지 화합물이 메탄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사료보조제는 천연물질을 사용한다는 장점 외에도 소 한 마리당 1일 우유 생산량을 약 1.4㎏ 정도 증가시킨다는 또 다른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고 한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0-09-2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