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대전 카이스트에는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대학생들이 모여든다. 국제 대학생 컨퍼런스 ICISTS(아이씨스츠)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12회를 맞는 ICISTS는 놀랍게도 20여명의 학부생으로만 구성된 조직위원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ICISTS 2016 조직위원인 강성민 회장(카이스트 전산학과 3학년)과 정한결 홍보부장(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2학년)을 만나보았다.
- ICISTS는 어떤 행사인가요?
강성민(이하 강): ICISTS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융합을 모토로 하는 국제 컨퍼런스다. 매년 8월 카이스트에서 4박 5일간 열리며 카이스트 학부생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가 주제 선정부터 연사 섭외 등 모든 일을 기획한다. 참가자들은 주제와 관련된 강연도 듣고 토론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보낸다. 전세계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하다. 학술적인 활동 외에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컬처나잇’,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비어파티’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정한결(이하 정): ICISTS의 비전은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들에게 과학과 사회에 대한 조화로운 가치관을 전파하는 것이다. 과학은 과학자만, 사회문제는 정치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져나가게 하는 것. 대중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둘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이 ICISTS의 목표다. 과학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이과, 문과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관점에서 의견을 교류하는 대화의 장이다. 그런데 행사가 대전, 또 카이스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타 지역이나 이공계가 아닌 학생들의 참여 비중이 아직 상대적으로 낮긴 하다.
강: 사실 오히려 과학에 관심도 없고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참여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과학 기술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는 것보다 기술과 동떨어져있고 그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ICISTS를 만드는 학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두 분 다 1학년 때부터 ICISTS 조직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얻은 것이 있다면?
강: 국내에만 해도 비슷한 주제의 컨퍼런스가 꽤 열리지만, 거의 주최가 대기업이나 유명한 단체다. ICISTS는 학부생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행사인데 수준이 상당히 전문적이다. ICISTS 조직위원들의 조직력과 팀워크는 정말 대단하다. 이걸 경험한 게 내가 얻은 가장 값진 것이다. 유명하고 바쁘신 분들도 ICISTS의 이름으로 연락을 드리면 대부분 ‘참 좋은 일을 한다, 좋은 단체다’라며 긍정적인 답을 주신다. 개인적으로 회장직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것도 매우 의미 있다.
정: 이런 큰 행사를 만들어내는 건 대학생으로서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5일짜리 행사를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들인다. 솔직히 참가자들이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몰라주는 게 아쉬운 순간도 있었는데 행사가 끝나고 나니 이런 경험을 한 자체가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대단한 일의 뒤에서 이뤄지는 노력에 대해 알게 되는 건 정말 값진 경험이다. 조직위원회에는 다섯 개의 부서(기획부, 재정부, 홍보부, 국제협력부, 미디어부)가 있어 맡은 역할에 따라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다양하다.
- 올해는 어떤 주제를 다루나요? 꼭 모셔오고자 하는 연사가 있나요?
정: ICISTS 2016의 대주제는 ‘탈 중심화(decentralization)’다. 지금까지 사회는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형태로 발달되어온 경향이 있지만 최근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등이 성행하며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졌다. 또, 메이커 운동으로 대표되는 ‘생산의 개인화’가 일반화되면서 탈 중심화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탈 중심화에 과학기술이 주는 영향을 비롯해서 ‘탈 중심화’의 다양한 특징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강: 탈 중심화는 현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면서 미래의 트렌드다. 앞으로는 분산화된 조직과 기술이 더 많아질 것이다. 사회 트렌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월드와이드웹(WWW)의 개발자인 영국의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를 연사로 모시고 싶다. 대중 인터넷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분이며 아직까지도 인터넷의 표준을 정하는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신다. 월드와이드웹 이야말로 탈 중심화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이 분이 오시면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조직위원이나 참가자가 보는 입장에서 ICISTS는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하나요?
강: ICISTS가 포장되는 방식이 바뀌길 바란다. 지금까지 ‘카이스트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행사’였다면, ‘카이스트 학생이 주도하고 전국 내지 전세계 학생들이 협력해서 만드는 국제적인 행사’로 바뀌길 바란다. 이 바람 때문에 ICISTS의 홍보를 돕는, 서울권 대학생들로 구성된 연합동아리 ‘ICISTS-HERMES’도 만들었다.
조직위원도 참가자들도 각자 얻고 싶은 것이 다를 테지만, 다만 회장으로서 조직위원들은 행사가 성공했든 실패했든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 경험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성취감, ‘우리가 함께했다’는 연대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정: ICISTS의 모토가 ‘meet people, get inspired’다. 실제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만난 조직위원들과 참가자들 모두 뛰어난 학생이며 좋은 사람들이었다. 조직위원들과 참가자들 사이에도 교류가 많고 행사가 끝나고도 연락한다. 실제로 행사에 참여한 누구라도 정말 많은 사람들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는, 네트워크의 장이다.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해서 작년이 십대의 마지막 해였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얻은 것으로 아주 의미 있는 십대의 마지막 해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ICISTS 2016은 오는 8월 대전 카이스트에서 ‘탈 중심화(decentralization)’를 주제로 4박 5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참가신청은 공식 홈페이지(www.icists.org)를 통해 받는다. ICISTS와(www.facebook.com/icistskaist) ICISTS-HERMES(www.facebook.com/icists)는 각각 공식 페이지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 박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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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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