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붙이는 반창고. 반창고 대신 우리 몸의 세포가 상처 부위를 덮는다면 어떨까? 아마 상처 치유는 더 완벽해지고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는 단백질 네트워크’에 대한 한 연구진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만들었다. 신관우 서강대 화학과 교수팀이 손상된 장기에 부착할 수 있는, 일명 ‘세포 스티커’를 개발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붙이면, 세포가 살아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세포 채취해 원하는 부위에 ‘착’
“’세포 스티커’ 라는 이름은 연구가 모두 끝난 뒤, 대중들에게 저희 연구결과를 쉽게 알리기 위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스티커의 의미가 워낙 사람들에게 친숙해서 각자 생각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경향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아요.(웃음) 저희 연구는 치료와 복구를 위해 개인별 세포를 채취한 후 원하는 크기만큼 단백질로 이뤄진 네트워크 위에 세포를 키워 부착할 수 있도록 한 결과입니다. 쉽게 말해 상처 난 곳을 치료하기 위해 약이나 소독된 밴드를 붙이는데, 밴드 대신 정상세포를 상처 부위에 붙여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진행한 연구라고 할 수 있죠.”
신관우 교수팀의 연구를 이용할 경우 ‘세포-단백질 그물망’ 을 스티커처럼 원하는 위치에 손쉽게 부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먼저 생체에 세포를 튼튼하게 이어주는 단백질인 ‘파이브로넥틴(fibronectin)’ 및 ‘콜라겐(collagen)’ 같은 세포외막 단백질로 그물망을 구현했다. 구현된 그물망 위에 손상된 장기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 단백질들이 자라는 위치와 방향을 정해준 후 단백질 스스로 균일한 그물망으로 성장하게 유도한 것이다. 실제로 성장을 유도한 그물망 표면에 쥐의 심장 세포를 성장시킨 결과 심장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에도 손상된 장기와 신경의 특정 부위를 회복시키기 위한 연구가 많이 진행된 바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보형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이러한 연구는 조직 내 세포들이 인공조직과 원활히 접합해 계속 성장하는 게 중요한데 기존의 경우 인공물이었기 때문에 자연적 접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 결과를 이용하면 인공 보형물도 부적합성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죠.”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세포스티커는 직접 장기에 붙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인공보형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관이나 인공장기의 보형물로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이의 부작용인 인체 부적합성 문제를 신관우 교수팀의 세포 스티커가 완화 시켜줄 수 있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인공보형물을 삽입하고자 하는 세포 혹은 단백질 그물망에 씌워 삽입하면 인체 부적합성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사람이 만드는 인공세포
신관우 교수는 평소 ‘사람이 만드는 인공세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포를 구성하는 세포막, 세포내 단백질, 세포외막 단백질, 세포막 단백질 등을 각각 하나씩 조립하고 이를 모두 합쳐 실제 세포와 유사한 형태와 기능을 갖는 세포구조물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신이 아닌 이상 생명을 창조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물리화학자로서 살아있는 세포를 닮은 구조체를 만들고 싶은 꿈은 있습니다. 사실 연구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힘든 부분이 있지만 멀리 보고 가려고 합니다. 최근 개발되는 새로운 기술들이 이러한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도 그 결실 중 하나고요.”
그가 이번 연구를 처음으로 진행한 것은 2012년부터지만, 사실상 초석은 2002년부터 닦고 있었다. 스스로 성장하는 단백질 그물망의 가능성을 확인 한 게 2002년이었던 것이다. 신 교수는 “당시 미국에서 한국 대학에 처음 임용된 후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당시는 연구 경험이 부족했기에 본격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조금씩 연구를 진행하면서 2012년 들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이야기 했다.
“2012년에 들어서 단백질 패턴의 변화가 자유자재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바로 하버드 질병물리연구소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동물조직 배양이 가능하거든요. 만약 2002년에 얻은 결과를 간단한 논문으로만 발표했다면 지금처럼 주요한 연구결과로 발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초연구가 하나의 성과물이 되기 위해서는 10년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인내와 끈기를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포 그물망이 가능하다는 발견, 이 단계까지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상용화를 궁금해하지만 아직은 동물실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세포로 된 스티커로 자신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던 개념이다. 신 교수는 “바로 이 점에 우리 연구의 희망이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연구결과가 상용화 된다면 그 영향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처난 부위를 본인의 세포로 덮고 또 보형물 표면에 세포를 덮어 이식하는 기술을 완성시킨다면 의학적치료에 한 획을 긋게 되겠지요. 그런 날이 빨리 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기대효과’가 아닌 ‘실제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입니다.”
한편 신관우 교수와 하버드대학교 바이오질병연구소가 진행한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 5월 13일자 표지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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