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5인분에 가까운 음식을 폭풍 흡입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평범하게 먹어도 살이 찌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혹시 유전자때문은 아닐까 의문을 가져보지는 않았는지.
사람들은 많이 먹기 때문에 비만이 생긴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모든 비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만의 일부는 이미 유전적으로 정해졌다.
미국 듀크대학(Duke University) 연구팀에 따르면 안키린B (ankyrin-B) 유전자의 변형이 아무 잘못도 없는 수 백 만명의 미국인들을 비만으로 끌고 간다. 이번 연구는 이 변이된 유전자가 비만세포로 하여금 보통 세포보다 빨리 포도당을 흡입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함있는 안키린B 유전자를 가진 쥐의 쥐의 지방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포도당을 두 배까지 많이 빨아들여서 훨씬 더 뚱뚱해졌다.
모든 비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변이된 안키린 B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내 잘 못 아니다”라고 핑계꺼리가 생겼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을 먹는다면 비만은 거의 피할 수 없다.
듀크대학 의대 반 베넷 (Vann Bennett) 박사는 “이것은 사람 잘 못 없는 비만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기근에 대비한 유전자 변이였을 것”
베넷 박사는 “우리는 이 유전자가 기근이 왔던 시절에 우리 조상들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을 도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이 먹을 것이 풍부한 시대에 안키린 B 변이 유전자는 비만을 전염병같이 불을 지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립과학원회보(PNAS) 11월 13일자에 게재됐다.
베넷박사는 안키린B 단백질을 30여 년 전에 처음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모든 사람의 조직에서 발견됐으며 세포막 내부에 단백질을 묶어두는 닻과 같은 역할을 한다. 베넷과 연구자들은 안키린B 단백질의 결함을 자폐증, 근육위축병, 노화, 당노병과 무질서한 심작박동 같은 질병과 연관시켜서 생각했다.
그러다가 수 년 전 베넷 실험실의 제인 힐리(Jane Healey) 박사과정 학생이 안키린 B의 변이에 의해 유발된 심장부정맥을 앓는 쥐를 관찰했더니, 보통 쥐보다 훨씬 더 뚱뚱했다. 이유를 밝히기 위해 힐리는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진 실험쥐를 만들었다.
같은 실험실의 박사후과정 다마리스 로렌조(Damaris Lorenzo)는 이 실험쥐들은 칼로리를 태워 에너지로 태워 다른 조직에 보내는 대신, 지방세포에 가둬둠으로서 빨리 뚱뚱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15년 학술지에 게재됐다.
그러나 아직 이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몰랐다. 대체로 사람들은 비만이 식성과 관계가 있으며, 식성이 두뇌를 자극해서 비만이 생긴다고 생각했지만, 베넷 박사는 “만약 우리 두뇌에서 그런 현상이 벌이지지 않는다면 어떨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렌조 박사와 그녀의 연구팀은 쥐의 지방세포에 있는 안키린 B유전자를 완전히 해체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을 여러 번 되풀이 했다. 그랬더니 역시 해체된 안키린B유전자를 가진 쥐들은 뚱뚱해졌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 지방세포는 정상쥐처럼 먹고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두 배로 커졌다. 게다가 이 쥐들은 나이가 들거나 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체중이 더 늘었다.
로렌조는 “우리들은 지방세포에 있는 지질의 축적이 늘어나는 것이 간과 근육으로 넘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조직에서의 지방의 비정상적인 축적이 염증으로 발전하고 인슐린반응을 교란시킨다.
이는 타입II 당뇨병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 같은 유사한 현상이 인간에게도 나타나면서 비만이 사람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8.4%가 보유
로렌조 박사는 여러 번의 생화학실험을 수행한 다음, 변형된 안키린 B를 제거하는 것이 Glut4 단백질의 역동성을 바꾸는 것을 발견했다. Glut4는 포도당이 지방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는 단백질이다.
결과적으로 안키린B 단백질의 변이가 홍수의 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홍수의 문이 열려서 포도당이 정상세포보다 더 빨리 세포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로렌조 박사는 만약 사람에게도 안키린B의 변이가 같은 메커니즘을 불러올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안키린B 변이는 백인의 1,3%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8.4%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전체로 보면 수 백 만명에 달한다. 로렌조 박사는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지방세포를 배양해보니 역시나 포도당을 높은 비율로 빨아들이는 것을 발견했다.
쥐들이 점차 살을 찌는 시기는 약 10달 정도 되는 시점이었는데 이는 사람으로 치면 45세쯤 되는 나이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1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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