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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7-08-10

사람 뇌 닮은 반도체칩 '뉴로모픽' 인공지능 구현에 적합… 초저전력 정보처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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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SF영화 ‘인셉션(Inception)’에는 다른 사람의 꿈에 침투하여 그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고, 생각마저 바꾸도록 만드는 기상천외한 기술이 등장한다. 바로 ‘메모리 임플란트(Memory Implant)’라는 기술이다.

메모리 임플란트 기술을 선보인 영화 '인셉션'의 한 장명
메모리 임플란트 기술을 선보인 영화 '인셉션'의 한 장명 ⓒ 인셉션 홈페이지

주인공은 이 기술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두뇌에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거나 추출해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요원한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전문가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된 기술 중 하나로 메모리 임플란트 기술을 꼽고 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 보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메모리 임플란트 기술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반도체칩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컴퓨팅 구조로는 메모리 임플란트처럼 엄청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기술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현재의 컴퓨팅 구조로는 미래의 전력 공급 불가능

지난해 이세돌 9단을 이기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떠올려 보면 현재의 컴퓨팅 구조가 가진 근본적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300여대의 기업용 서버를 결합하여 만든 알파고는 1000개가 넘는 중앙처리장치와 200개에 가까운 그래픽처리장치, 그리고 100만개가 넘는 메모리반도체로 이루어져 있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거나 다음 수를 계산하기 위해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부품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껏 바둑 한 판을 두는데 이렇게나 많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꿈 속 기억을 처리하고 변경하는 작업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부품들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품의 숫자도 문제지만, 이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공급하는 전력 문제도 현 컴퓨팅 구조에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 반도체 수만 계속 증가한다면 오는 2040년에는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약 1억 개의 화력발전소가 마련되어져야 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뉴로모픽칩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반도체칩을 말한다
뉴로모픽칩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반도체칩을 말한다 ⓒ SK하이닉스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이유는 현재의 컴퓨팅 시스템이 가진 구조 때문이다. 반도체는 크게 연산을 하는 CPU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로 나뉘는데, CPU와 메모리 간에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많은 전기를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사람의 뇌는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더라도 사용하는 전력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수퍼컴퓨터는 메가와트(MW)급 전력을 사용하지만, 사람은 기껏해야 20와트(W) 정도의 에너지만을 소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사람의 뇌가 별다른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막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뉴런과 시냅스를 잇는 방대한 연결 구조가 병렬로 이루어진 덕분이다. 특히 시냅스의 경우는 일을 하거나 하지 않을 때 수시로 이어졌다 끊어지면서,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산업계는 오래 전부터 소요 전력이 적은 반도체 개발에 매진해 왔는데, 최근 들어 인간의 뇌를 닮은 반도체인 ‘뉴로모픽(neuromorphic)칩’이 개발되면서 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컴퓨팅의 실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뉴로모픽칩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반도체칩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칩은 뇌의 작동 방식을 최대한 실리콘에 구현하여 만든 작은 칩을 말한다. 칩 안에는 여러 개의 ‘코어(Core)’들이 존재하는데, 이 코어에는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몇 가지 전자 소자들과 메모리 등이 탑재되어 있다.

코어의 일부 소자는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의 역할을 담당하며, 메모리칩은 뉴런과 뉴런 사이를 이어주는 시냅스 기능을 담당한다. 이렇게 인공 뉴런 역할을 하는 코어를 사람의 뇌처럼 병렬로 구성하기 때문에 이전 프로세서에 비해 훨씬 적은 전력만으로도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뉴로모픽 기술을 사용하면 데이터 처리 과정을 한 번에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에너지 소비량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이와 동시에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고 연산하는 능력까지 증가하게 된다.

연산 능력이 증가하게 되는 이유는 뉴로모픽 칩 스스로가 학습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용자의 행동과 습관 그리고 주위 환경까지 인지하여 작동하는 똑똑한 컴퓨팅 시스템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퀄컴사가 개발한 뉴로모픽칩 '제로스'
퀄컴사가 개발한 뉴로모픽칩 '제로스' ⓒ Qualcomm

따라서 뉴로모픽칩이 내장된 컴퓨터는 이전의 반도체칩 기반 컴퓨터들처럼 미리 프로그램 된 방식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주변 상황을 감지하여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처리 능력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뉴로모픽칩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 회사로는 IBM과 퀄컴, 그리고 인텔 등이 있다. 2012년 인텔은 뉴로모픽칩 설계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한 바 있고, 다음해에는 퀄컴은 뉴로모픽칩의 일종인 제로스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이어서 그 다음해인 2014년에는 IBM이 딥러닝을 할 수 있는 트루노스(TrueNorth) 칩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뉴로모픽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그 수요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머신러닝 등의 신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해야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고, 특히 목소리 인식과 이미지 인식 분야에 있어서 뉴로모픽칩은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뉴로모픽칩 시장은 2016년의 660만 달러 규모에서 2022년에는 2억 7290만 달러 시장으로 연평균 86%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8-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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