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진시황이 그토록 염원했던 영원불멸(永遠不滅)과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불사(不死)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로장생의 꿈은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지난 9일자 보도를 통해 미 스크립스 연구소(TSRI)와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공동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켜줄 새로운 신약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이 약이 심장 기능 및 근골격을 개선시켜서 노화로 인한 증상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 링크)
노화 세포만을 공격하여 노화를 지연시키는 신약
사람이 늙는 이유는 세포 분열이 정지된 노화 세포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신체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화된 세포가 쌓이면 쌓일수록, 노화의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과학자들이 동물실험을 통해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면, 노화가 개선되는 현상을 발견하면서 이를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실제로 메이요 클리닉이 4년 전에 시행한 임상 실험에서 연구진이 실험용 쥐의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자, 노화관련 질환을 덜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수명도 25퍼센트(%)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을 기반으로 노화 속도를 늦추게 하는 방법을 찾던 공동 연구진은 곧바로 문제점에 봉착했다. 건강한 세포들에는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도, 목표로 하는 노화 세포만을 공격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연구진은 노화 세포들도 세포인 만큼, 스트레스나 손상을 유발하는 여러 인자에 저항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저항 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단서로 하여 해결방법을 찾기로 의견을 모았다.
본격적인 규명 작업에 들어간 연구진은 노화 세포들이 세포소멸(apoptosis)이나 예정세포사(programmed cell death) 같이 자신을 손상시키려는 생체 프로그램 인자들에 저항할 수 있도록 노화 세포들이 ‘생존촉진 네트워크(pro-survival networks)’를 구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발견은 유망한 신약 후보를 찾는데 있어서 주된 기준을 제공하였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사용 가능한 46개의 제제를 검색했다. 그리고 그 결과 두 가지 성분인 항암제 다사티닙(dasatinib)과 소염제로 사용되는 퀘세틴(quercetin)을 후보 물질로 선택했다. 퀘세틴의 경우는 붉은 양파나 자두, 그리고 크랜베리 등 각종 과일과 채소에서 흔히 발견되는 천연 식물 추출물이다.
세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에서 이들 물질은 노쇠화된 세포들의 사멸을 유도했다. 관련 실험을 진행하며 연구지는 이들 물질들이 각각의 독특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다사티닙은 노쇠화된 지방 전구세포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었고, 퀘세틴은 노쇠화된 상피세포와 골수 줄기세포를 없애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두 제제를 조합하는 경우였다. 연구진이 두 제제를 조합하여 노화관련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더욱 효과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것을 막았다. 이 같은 조합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제제에 대해 연구진은 세놀리틱(senolytic)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복합 치료 방식의 제제로 암 치료에도 활용 예정
연구진은 세놀리틱 제제(senolytic agents)가 실험용 쥐의 건강 및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조사하는 테스트에 착수했다.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폴 로빈스(Paul Robbins) 박사는 테스트에 앞서 “이번 연구가 환자의 건강수명(healthspan)을 안전하게 연장시키거나, 혹은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나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향한 큰 걸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스트 결과 늙은 쥐의 경우는 단 한 차례의 투약만으로 심근 기능이 5일 안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항암 방사선 요법으로 약화된 실험용 쥐의 운동 능력도 현저하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스크립스 연구소의 조교수인 로라 니던호퍼(Laura Niedernhofer) 박사는 “이들 제제가 심근 기능과 운동 지속성을 향상시켰고, 골다공증과 노화를 감소시켰으며, 건강수명(healthspan)을 연장시켰다”고 밝혔다.
그녀는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노화가 가속(accelerated aging) 되고 있는 실험용 동물을 사용했는데, 놀랍게도 어떤 경우에는 이들 신약을 단 한 차례만 투약한 것으로도 확실한 결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효과는 치료 후 적어도 7달 정도 계속 지속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메이요 클리닉의 제임스 커크랜드(James Kirkland) 박사는 “이번 테스트에서 사용된 세놀리틱 제제들의 프로토 타입은 노화와 관련된 복수의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어떤 노인이 노화로 인해 심근 기능이 약해지고, 골다공증이 생겼으며, 근력이 현저히 약화되었을 때, 이러한 증상들을 하나씩 치료하기보다는, 한꺼번에 질병군을 지연시키거나 경감시키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공동 연구진은 세놀리틱 제제가 암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보통 암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화학 약물은 왕성하게 분열을 보이는 세포를 골라 공격하지만, 그러다 보니 암세포뿐만 아니라 분열이 많은 머리카락 생성 과정을 역시 화학 약물이 공격하여 탈모라는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세놀리틱 제제의 경우는 수명이 다한 세포만을 골라 공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조작하여 노화 세포가 아닌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다면 화학 약물에 의한 부작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이 같은 전망들에 대해 로빈스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 약물을 투입하는 임상실험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번 테스트 과정 중에서도 이들 약물들의 장기간 이용에 따른 부작용의 가능성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세포의 노쇠화가 여러 질병 및 병태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세놀리틱 제제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인 것만큼은 틀림없다”라고 강조하며 “나타나는 부작용의 경우는 이를 감소시키는 물질의 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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