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재배에도 치유의 개념이 적용되면서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정신적·육체적 문제를 식물 재배를 통해 치유하려는 ‘원예 치유 프로그램’이 뜨고 있다.
원예 치유 프로그램은 식물을 키우며 얻을 수 있는 특별함과 편안함을 이용한 신개념의 치료 사업으로서, 암ㆍ치매 환자들의 정신적 안정은 물론 학교폭력이나 노인자살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식물로 불리고 있는 다육식물
원예 치유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식물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호응이 좋은 식물은 바로 다육식물(succulent plant)이다. 다육식물이란 사막이나 높은 산 등 수분이 적고 건조한 날씨의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땅 위의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을 말한다.
다육식물이 원예 치유 프로그램에서 호응이 좋은 이유에 대해 원예 전문가들은 앙증맞은 생김새와 질긴 생명력이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육식물이 ‘다육이’라는 애칭과 함께 ‘애완식물’ 또는 ‘반려식물’로도 불리는 이유다.
다육식물은 사람들의 주거환경이 대부분 아파트로 변하면서,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4~5년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될 만큼 공간을 밝히는 능력이 탁월한데다, 화분 모양에 상관없이 잘 녹아들기 때문에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육식물이 겨울에 주목을 받는 것은 공기정화 식물과 관련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다육식물인 선인장이나 산세베리아 등은 낮에는 기공을 닫아 수분 손실을 줄여주다가도, 밤이 되면 기공을 열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최고의 공기정화 식물로 변화한다.
따라서 실내 환기가 쉽지 않은 요즘과 같은 추운 겨울에, 실내 공기정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적절할 때 산소를 내뿜어주는 다육식물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품종이 많은 것도 다육식물의 장점이다. 커다란 꽃송이 모양의 ‘펀퀸’ 이나 화분에서 흘러내리듯 자라는 ‘쐐기풀주머니’ 같은 다육식물은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품종이다. 더불어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드는 품종이나 은색으로 반짝이는 품종 등 기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 품종들도 상당히 많다.
실내에서 주로 키우다 보니 다육식물은 햇빛이 없어도 잘 자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완전한 오해다. 다육식물도 다른 식물만큼이나 햇빛을 좋아한다. 따라서 겨울에만 실내에 두고, 다른 계절에는 실외에서 기르는 것이 좋다.
특히 잎의 색이 변하거나 웃자라게 되면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그럴 때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놓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충분하게 햇빛을 받도록 한다. 또한 실내에서 키울 때에는 통풍이 잘되지 않는 곳이거나, 습기가 많은 장소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물을 주는 방법도 상당히 중요하다. 다육식물은 비가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물을 얻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 적응한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잎에는 항상 수분을 다량으로 머금고 있다.
그런 이유로 다육식물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을 준다고 생각하고, 흙 속까지 마르면 물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너무 자주 물을 주면 뿌리가 썩어서 마를 수 있기 때문에 시들해질 무렵쯤에 주는 것이 좋다
다육식물은 비오톱에 강점이 있어
다육식물이 반려식물이나 애완식물로 불리며 다른 식물들보다 더 인간의 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이유에 대해, 생태전문가들은 비오톱(biotope)에 강점이 있는 식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비오톱이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물들의 작은 서식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신조어다.
예를 들면 친환경 식물벽을 의미하는 바이오월(Bio wall)을 들 수 있다. 다육식물을 책상 주위의 벽에 심거나, 물이끼를 덮은 합판에 심어 복도의 벽으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자연친화적 인테리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바이오월은 다육식물의 자연 정화 기능을 활용하여 실내 공기를 맑게 해주고, 여름철과 겨울철에는 실내온도를 낮춰주거나 높여주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처럼 원예업계에서 새로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다육식물이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힐링푸드(Healing Food)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들어 힐링푸드로 각광을 받고 있는 다육식물은 아이스플랜트(Ice Plant)다. 아프리카 나미브사막이 원산지인 이 저온성 식물은 줄기와 잎에 얼음결정과 같은 모양이 나타나 있어 아이스플랜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채소지만 항산화 작용과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지방연소 및 혈당조절 등의 효능까지 있어 성인병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각종 요리에 사용되고 있는 프리미엄 기능성 채소로 인정받고 있다.
한 가지 흠이라면 발아율이 낮고 성장속도가 느려 수확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겨울철 고소득 작물로서, 시설농가들의 연작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대체작목으로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아이스플랜트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의 관계자는 “이 다육식물이 주스 및 샐러드, 그리고 쌈 채소 등으로 섭취할 수 있어 식감이 좋으며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다육식물에 대한 관심이 국내를 넘어 중국으로 까지 전해지면서 이제는 수출전략 종목으로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다육식물 수출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3년 8만 달러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00만 달러 이상 수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농업기술원의 관계자는 “다육식물 수출확대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향상 등 경제적 효과가 현재 연간 25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고 전망하며 “국내 원예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다육식물 수출을 통한 농가경영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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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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