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2017 바이두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에서는 특별한 영상이 공개됐다. 리옌훙 바이두 CEO가 자율주행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 이 영상 속에서 운전석에 앉은 이는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 있는데도 차는 차선을 바꾸면서 안전하게 주행했다.
그런데 다음날 중국 교통관리국은 바이두에 경고문을 보냈다. 영상 속의 자동차 주행이 교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 당국은 그 행위 자체가 안전 운전을 방해하는 행위로써 벌금 및 벌점 부과 사유가 되며, 차선을 바꿀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부분 등도 교통위반에 해당된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이 소식이 화제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만약 중국 당국이 벌금을 부과할 경우 교통법을 위반해 적발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의 검색 사이트로서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바이두는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검색한다’는 말 대신 아예 ‘바이두한다’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다. 지난해 바이두의 매출액은 약 11조 7100억원으로서 당기 순이익만 해도 약 1조 93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바이두가 최근 자율주행차량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어 화제다. 해당 영상을 공개한 개발자 대회에서 루치(Qi Lu) 바이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플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50개 협력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달 착륙 프로그램 이름 따서 명명
아폴로 프로젝트란 자율주행차량의 개발 및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프로젝트로서, 역사적인 달 착륙 프로그램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지난 4월 최초로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개방형 플랫폼이므로 어떤 자동차 업체든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
오픈소스 플랫폼인 아폴로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및 공개 소프트웨어 스택, 참조형 하드웨어, 차량용 플랫폼, 장애물 인지, 궤도 수정, 차량 제어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개발도구를 포함해 자율주행차량 내부에 필요한 모든 주요 기능이 포함된다.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협력사는 중국의 자동차 업체인 FAW 그룹, 체리자동차, 창안자동차그룹, 장성자동차를 비롯해 세계적인 공급업체인 보쉬, 콘티넨탈, 구성품 제공업체인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ZTE, 벨로다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국 포드와 인텔, 독일 다임러는 물론 동남아 제일의 모바일 차량 예약 업체인 그랩, 글로벌 내비게이션 및 매핑 서비스 제공사인 톰톰 등도 참여한다. 그밖에 자동화 관련 스타트업 회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치 바이두 COO는 아폴로 프로젝트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즉, 관련 업계의 모든 사업자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새롭고 완벽한 자율주행차량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중국 기업이다. 2014년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후 2015년 중국 내에서 자율주행차량 시험 주행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중국 기업 최초로 미국 내 공공도로에서 시험주행 허가를 취득했다. 시작한 지 단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아폴로 프로젝트의 목표는 내년까지 고속도로 및 시가지에서의 기술적용을 완료한 후 2019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바이두는 지난해 5월 안후이성 우후시와 공동으로 자율주행차 운영 지역 건설을 발표했다.
구글 따라잡기 위해 아폴로 프로젝트 시작
자율주행차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GM, 포드 등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 외에도 자동차 산업과 연관이 없던 기업들의 참여 및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다. 바이두를 비롯해 글로벌 IT 기업이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업체 간의 협력 및 파트너십 관계 형성이 빈번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들 기업의 경우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동차 대량 양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고급 기술력, 그리고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서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다.
바이두가 라이벌로 여기는 구글의 경우 지난해 12월 회사 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웨이모(Waymo)로 분사했다. 현재 200만 마일 이상의 시범 운행거리를 기록해 모든 경쟁기업 대비 가장 많은 관련 데이터를 축적한 구글은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을 대거 스카우트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글 역시 완성차 업체인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FCA)로부터 연구용 차량을 제공받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바이두는 구글의 웨이모를 따라잡기 위해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아폴로 프로그램은 즉시 적용이 가능할 만큼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링컨 MKZ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수정 없이 자율주행 기능을 바로 적용할 수 있으며, 다른 자동차 모델에도 약간의 수정만 하면 적용이 가능한 상태라는 것. 미국의 스타트업 ‘오토노모스터프’에서는 아폴로 프로그램을 탑재한 자동차를 사흘 만에 제작하기도 했다.
바이두는 앞으로 개발자들에게 아폴로와 관련한 데이터, 오픈소스 코드, API 등을 제공하는 등 점진적인 기술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두와 구글 같은 IT 대기업들이 자율주행차량의 개발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경쟁함에 따라 자율주행차량의 실제 도입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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