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미국 상무부 산하의 정부 기관이다. 의료 분야를 제외한 과학·공학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약 68억 달러(약 8조 원) 수준. 총재와 부총재를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에서 인준 절차를 거친다.
지난 6월 방한한 수브라 수레쉬(Subra Suresh) 총재는 KAIST에서의 강연을 통해 "NSF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NSF는 1960년대 너무 실험적이라 여기던 GPS연구를 지원해 오늘날 모바일 기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1970년대에는 제조업에 필요한 수학모델 개발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제조업 혁신에 기여했고, 1990년대엔 기초수학연구 지원을 통해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술 구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목적은 21세기를 대비한 학생 창의성 개발
NSF에서는 또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지원, 여성 과학인 양성, 저개발국가 과학자 교육 후원,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과 관련, NSF에서 매우 포괄적인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 과학교육이다. 그리고 최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과제는 21세기를 대비한 학생들의 창의성 개발이다. 최근에는 융합교육에 많은 자금을 지원 중이다.
이달 들어 FRSA(Fellows of the Royal Society of Arts)에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프로젝트 주제는 'Art of Science Learning'. 과학수업에 예술을 접목해 학생들의 창의와 혁신성을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지원금은 정확히 265만4천895달러(한화 약 30억원)로 이번이 두 번째 지원이다.
FRSA의 이전 명칭은 RSA(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다. 테드(TED)와 같은 공익기관으로 과거에 과학, 공학, 예술, 건축, 언론 등 뚜렷한 업적을 갖고 있는 인물들, 2만7천여 명의 학자,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FRSA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Art of Science Learning firm'이란 기업을 설립했다. 책임자인 하비 세이프터(Harvey Seifter)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깨울 교육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다.
현재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 더 나아가 나라 전체에 적용할 과학·예술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NSF 측은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면서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STEM 아이디어를 예술 기법으로 표현
NSF 측은 최근 연구비 지원과 관련된 회합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중요한 교육실험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향후 교육혁신 과정에 있어 중요한 '이노베이션 인큐베이터(Innovation Incubator)'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SF는 이 프로젝트를 미국식 융합교육인 STEM, 즉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STEM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있어 그래픽, 내러티브, 비주얼 디스플레이 등 예술적인 기법들을 적극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또 다른 기관에서도 유사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NSF는 국가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에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NEA의 빌 오브라이언(Bill O'Brian)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 융합 프로젝트가 미국 경제는 물론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 프로젝트 지원이 늘어나면서 과학기술계, 예술계 모두 NSF의 이런 조치를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일은 NSF에서 이 융합 프로젝트의 명칭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ArtStem', 'STEAM', 'ArtsSmarts' 등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인 'STEAM'은 한국에서 이미 진행 중인 'STEAM(융합인재교육)'과 같은 명칭이다.
한국에서 현재 실시 중인 'STEAM'은 미국식 융합교육인 'STEM'에 예술(Arts)의 첫 자를 추가한 이름인데, 이를 미국에서 사용할 경우 'STEAM'이란 이름이 다시 역수출(?) 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어떻든 지금 학생들의 창의성 개발을 위해 애쓰는 미국 교육계의 흐름은 과학과 예술 융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 융합 패러다임이 미국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지, 국가 차원에서 이미 예술과의 융합교육을 시작한 한국인들이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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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9-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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