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동안 미스테리로 남아있던 간 줄기세포의 존재가 미국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HHMI)] 연구원이자 스탠퍼드대 교수인 로엘 너스(Roel Nusse) 박사는 “우리는 매우 오래된 문제 가운데 하나를 풀었다”며, “손실된 세포의 대체가 필요한 다른 모든 조직들처럼 간도 어떤 손상을 받거나 질병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어도 통상 증식하고 성숙한 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너스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8월 5일자에 발표했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각종 대사작용과 해독 및 살균작용 등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다른 장기에 비해 손상을 받아도 재생능력이 탁월하다는 특징이 있다. 간암 등으로 인해 60~70%를 잘라내도 점차 부피가 커지면서 제 기능을 발휘할 정도로 재생력이 높다. 간의 재생능력이 좋다는 것은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왕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성화된 간세포들은 분열 능력 상실”
간은 거의 대부분이 간세포(hepatocytes)로 구성돼 있다. 간세포는 고도로 특성화돼 비타민과 미네랄을 저장하고, 해독작용을 하며, 혈류에 있는 지방과 당(糖) 조절을 돕는 등 간이 수행하는 매우 다양한 과업을 처리한다. 간세포가 죽으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데, 새로운 간세포들의 원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적이 없다고 너스 교수는 말했다.
줄기세포는 항상 보충되면서 고유의 밀도를 유지하고, 기능이 더 특화된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줄기세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들이 자연사하게 되는 피부나 혈액을 비롯한 다른 조직에 새로운 세포들을 공급한다. 줄기세포는 골수나 피부 등 여러 곳에서 발견돼 활용되고 있으나 간에서만큼은 이 줄기세포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몇몇 과학자들은 성숙한 간세포들이 분열을 통해 일정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했다. 너스 교수는 이에 대해 성숙한 간세포들은 간기능을 수행하도록 매우 특성화됨으로써 분열할 능력을 거의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분화된 간세포들은 자체 내의 염색체를 증폭시키는데, 이럴 경우 각 염색체에 대해 통상적인 두 쌍의 염색체보다 더 많은 수를 갖게 되고, 이는 세포들로 하여금 더 많은 단백질을 만들 수 있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세포의 분할 능력을 손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간 줄기세포는 다른 간세포와 달리 두 쌍의 염색체들만 보유
너스 교수의 스탠포드 실험실에서는 줄기세포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 조절자인 Wnts라는 단백질족에 관심을 가졌다. 연구진은 다양한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확인하고 추적하기 위해 실험용 쥐를 조작해 쥐의 어떤 세포가 Wnt 신호에 반응하면 형광 표시가 되도록 했다. 그리고 여러 해 전부터 이 실험용 쥐를 이용해 간의 줄기세포를 찾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간센터의 위장병학자인 부르스 왕(Bruce Wang) 박사는 초빙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Wnt에 반응하는 형광 표시된 세포를 찾기 시작한 끝에 마침내 간의 중앙 정맥 주위에 무리 지어 모여있는 ‘줄기세포’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목표한 세포들을 발견한 후 이 세포들의 행태를 관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세포들은 신속하게 분열할 뿐만 아니라 꾸준히 보충돼 일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세포들은 성숙한 간세포들과 달리 오직 두 쌍의 염색체들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포들의 후손들을 1년 정도 추적 조사하면서 연구진은 이들이 변화되고 특수한 기능을 갖추는 한편 성숙한 간세포의 유전체를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너스 교수는 “이런 모습은 바로 줄기세포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단언했다.
간 줄기세포가 간암을 유발하는지도 주요 연구 대상
예상대로 간 줄기세포는 Wnt신호에 반응함으로써 줄기세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너스 교수팀은 줄기세포가 주위에 무리 지어 모여있는 중앙 정맥의 내피세포가 조직 속으로 Wnt 분자를 분비하는 것을 발견했다. 줄기세포 가운데 Wnt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 세포들은 곧 새로운 줄기세포로 분할되는 능력을 잃고 성숙한 간세포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줄기세포의 행동과 일치한다고 너스 교수는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새로 발견된 줄기세포들이 손상된 간 조직을 재생시키는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너스 교수는 이 줄기세포들이 성숙한 간세포로 발달하는 것과는 반대로 간암세포들도 이 줄기세포들로부터 복제돼 생겨나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8-0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