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신경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연례회의에서 한 연구보고서가 큰 주목을 받았다.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 보고서였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박테리아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억력을 회복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이 연구 결과를 입증하려는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박테리아의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23일 ‘사이언스 뉴스’는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박테리아가 건강 수호천사로 재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테리아는 몸에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질병과 관련된 세균으로는 결핵균, 파상풍균, 콜레라균 등이 있다. 이러한 균들은 체내에 감염되면 빠른 속도로 퍼지며, 공기나 물, 음식 등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테리아가 사람 마음 변화시킬 수 있어
반면 피부, 구강, 대장, 질 등에 존재하는 균들은 인간과 공생하면서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몸에 좋은 박테리아도 있다. 우유를 발효하는 과정에 사용하는 젖산 박테리아(요구르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요구르트를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더스와 같이 인체에 유익한 박테리아를 증가시킨다. 이런 유산균들은 비타민B와 비타민A, 비타민K 등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이는 전반적으로 신체를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화기계통도 튼튼하게 해준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런 박테리아들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특히 소화기관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테리아들이 인간 뇌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을 통해 동물, 더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소극적인 성격의 쥐에게 박테리아를 접종한 결과 용감하고 활동력 있는 쥐로 변모했다.
사람들도 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연구 결과에서 특별히 부양된 박테리아를 먹은 임상실험 참가자들의 뇌 활동이 활성화됐으며, 특히 스트레스와 걱정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고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은 소화기관 내에서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어떤 과정을 통해 뇌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밝혀낼 경우 알츠하이머 같은 치명적인 뇌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들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박테리아 간의 공존관계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사람과 박테리아가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진화해오면서 서로 뒤얽힌 나무처럼 함께 성장하면서 조화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인간·박테리아, 정신적으로 공존 관계
UCLA의 위장병학자인 크리스턴 틸리쉬(Kirsten Tillisch) 박사는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자신의 몸에서 활동할) 박테리아를 타고 난다”고 말했다. 때문에 요구르트가 사람 뇌에 영향을 미칠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요구르트를 컨트롤 하든지, 아니면 요구르트가 사람을 컨트롤하든지 둘 중의 하나인데, 어느 한쪽에 책임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서로 긴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동일한 삶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틸리쉬 박사는 사람들이 인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혼합물의 유전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아일랜드 코크 대학의 뇌과학자 존 크라이언(John Cryan) 박사는 “그동안 미생물이 인간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체에 이로운 박테리아를 주입한 알약을 통해 사람의 정신질환을 치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정신과 의사인 테드 디낭(Ted Dinan) 박사는 미생물이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의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는 2000년 캐나다 중남부 도시인 워커톤에서 일어난 홍수를 잊지못하고 있다.
홍수로 인해 도시 주민의 절반 가량이 두 종류의 박테리아, 대장균과 캄필로박터에 감염됐다. 소수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는 존 크라이언 박사와 함께 홍수로 인해 유입된 박테리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마을 주민의 우울증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두 사람은 홍수 때 밀려온 악명 높은 박테리아들이 사람 뇌에 영향을 미친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다양한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동물 실험에서 박테리아 없이 태어나 성장한 쥐는 온갖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경우에는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기억력이 매우 낮거나 비사회적인 행위를 하고 있었다.
쥐를 통해 박테리아와 뇌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그는 지금 사람 뇌를 대상으로 박테리아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복잡하과 방대한 방식으로 사람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향후 이 연구 과정을 통해 사람 뇌와 박테리아 간의 새로운 상관관계를 밝혀내는데 집중되고 있다. 디낭 박사는 사람에 따라, 혹은 동물에 따라 그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어떤 과정을 통해 뇌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밝혀낼 경우 그 파급력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치매, 알츠하이머 등 뇌 관련 불치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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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3-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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