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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2018-01-02

미래 농업은 제조업… 비법은 ‘식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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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 채소를 동시에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방식의 식물공장.  ⓒ 만나CEA
물고기와 채소를 동시에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방식의 식물공장. ⓒ 만나CEA

기온과 강우량에 구애받지 않는 수확은 농부들의 오랜 꿈이었다. 닿을 수 없을 듯했던 그 꿈은 유리온실과 비닐온실 덕택에 조금은 실현됐다.

미래의 농업은 극적인 변화로 제조업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변화의 주역은 햇빛, 물, 토양, 인력 등 제약을 모두 극복하고 공산품을 찍어내듯 작물을 생산하는 ‘식물공장’이다.

IT를 농업에 접목한 식물공장은 ‘스마트 팜’이라고도 한다. 햇빛을 활용하는 기존 온실에서 파종, 급수, 난방 등을 일부 자동화한 ‘부분제어형’, 건물 안에서 햇빛마저 LED(발광다이오드)로 대신하고 모든 요소를 자동화한 ‘완전제어형’으로 나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식물공장 시장규모는 2016년 90억 달러(약 9조8천억 원)에서 2022년 184억 달러(약 20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IT와 만난 농업… 빠른 재배, 월등한 수확량

식물공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월등하고, 땅을 적게 차지하므로 도심·근교에 지어 물류비도 절약할 수 있다. 농약을 안 쓰므로 안심할 수 있고, 맛과 영양소 조절도 가능하다.

식물공장 역사는 반세기를 훌쩍 넘는다. 1957년 덴마크의 크리스텐센 농장이 컨베이어벨트로 작물을 나르고, 부족한 햇빛을 고압 나트륨 램프로 보충한 게 효시다. 완전제어형 식물공장은 1985년 일본 츠쿠바 과학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히타치 제작소가 11년간 공들인 성과였다.

1990년대 초반 LED가 광원으로 쓰이면서 실용화가 시작됐다. LED는 동일 전력 기준으로 식물에 쪼이는 빛의 세기가 백열등, 형광등보다 높다. 식물에 따라 여러 색의 빛을 조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오늘날 일본의 식물공장은 정부의 대폭적 지원에 힘입어 400여 곳을 헤아린다. IT대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파나소닉은 2013년 싱가포르에 상추, 무 등 40여 종의 상품작물을 재배하는 공장을 지었고, 샤프는 2014년 두바이에 딸기공장을 설립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후지쯔다. 아직 실험 수준인 다른 기업들과 달리 2016년 이와타에 축구장 12배 크기의 대규모 식물공장단지를 조성했다. 휴대폰, 반도체 등 주력사업을 접은 뒤 새로운 동력이 절실해서다.

이곳에서는 흙 대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에서 작물이 자란다. 인력은 거의 중·노년층이지만 컨베이어벨트 덕분에 적은 힘으로도 수확할 수 있다. 영양분이 부족하면 비료가 자동 공급되고, 온도가 18도를 넘으면 창문이 열리거나 냉방기가 가동한다.

경작지가 충분한 미국은 도심형 식물공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땅값이 비싸 대개 수직형이다. 2004년 설립된 에어로팜은 7층 높이 공장에서 연 1천t의 채소를 생산한다. 선반을 층층이 쌓아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물과 천을 활용한 특허기술로 수확기간을 4분의 1가량 단축했다.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2억 달러(2천170억 원)를 투자한 ‘플렌티’도 주목받는 기업이다. 계단식 논처럼 물이 차례차례 떨어지는 구조를 고안해 기존 선반식보다 물을 훨씬 적게 쓴다. 맷 버나드 플렌티 대표는 “물 소비량이 일반 농업의 1% 수준”이라며 “생육속도는 2~5배, 수확량은 150~350배”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도 식물공장의 강자다. 태양광과 LED를 동시에 활용하는 부분제어형이 많은데, 네덜란드 내에서 소비되는 토마토와 파프리카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 뒤늦게 속도… ‘규모의 경제’는 요원

우리나라의 식물공장은 다소 출발이 늦었다. 농촌진흥청은 1990년 수경재배, 2001년 완전제어형 식물공장 개발에 착수했다. 2009년에는 남극 세종기지에 컨테이너 식물공장을 설치했다.

다행히 빠르게 실용화 단계에 올라 민간으로 기술이 이전되고 있다. 2014년 인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에 설치된 ‘마리스가든’이 대표 사례다. 병원에 조성된 세계 최초의 식물공장으로 직원, 환자, 실버타운 거주자 등에게 채소를 제공하고 있다.

벤처기업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2년 애그로닉스는 1년근 인삼을 3~4개월 만에 2년근으로 만드는 수경재배 기술을 개발했다. 항노화 성분인 사포닌 함량도 노지 인삼보다 많다.

만나CEA는 물고기와 채소를 동시에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활용했다. 물고기 배설물과 양식장 물이 식물의 양분이 되고, 식물이 정화한 물은 다시 양식장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다. 물 사용량은 노지 재배의 5%에 불과하다. 2015년 카카오는 이 회사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중견·대기업의 참여도 잇따른다. 2017년 8월 교원웰스는 가정용 식물재배기 ‘웰스팜’을 출시했다. 가정에서 싹을 틔우기 어렵고 시판 모종은 농약이나 벌레 차단이 어려우므로, 식물공장을 통해 정기적으로 유기농 모종을 공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4년 세종시에 ‘두레농장’을 만들어 농가에 보급할 식물공장 기술을 시험 중이다. 농민들의 호평 속에 홍천, 성주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다만, 일본처럼 대기업이 직접 식물공장을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LG그룹은 3천800억 원을 들여 새만금에 대규모 식물공장과 연구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수확물은 전량 수출하겠다고 밝혔지만, 농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결국 사업이 좌초하고 말았다.

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2018-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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