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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1-18

미국, 슈퍼박테리아에 환자 사망 26개 항생제에 모두 내성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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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듣지 않는 악질적인 박테리아(슈퍼버그)가 나타나 미국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최근 인도에서 살다 온 70대 여자가 슈퍼버그에 걸려 사망했다고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심코 먹는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키운다.  ⓒ Pixabay
무심코 먹는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키운다. ⓒ Pixabay

지난해 9월 네바다 주 리노에서 사망한 여자 환자는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했다. 사망한 여자는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26개의 항생제에 모두 내성을 보여 치료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가 항생제도 듣지 않는 악성 박테리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에서 감염, 미국 병원서 사망    

인도에서 오래 동안 거주했던 사망자는 다리 대퇴골(넓적다리 뼈)이 골절돼 여러 번 인도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는 대퇴골 골절에 이어 골수염도 앓아 인도에서 수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환자가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입원했던 것은 지난해 6월이었으나, 차도가 없자 지난해 8월 중순 미국으로 옮겨 치료를 받다가 9월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인도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이 환자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환자는 NDM1변이에 감염됐다고 한다.

미국 질병본부는 환자가 ‘카바페넴 내성장내세균’(CRE)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장내 세균에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인 생긴 CRE 감염은 일반인에게는 큰 영향이 없지만 중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어서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도 CRE 감염 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 여성환자를 공격하던 박테리아는 보통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로 불리는 박테리아로 주로 요로감염증을 유발한다.

환자가 입원했던 네바다주 병원은 병원이 가진 14개 약품을 모두 사용했지만 듣지 않아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로 샘플을 보내 추가 시험을 했다. 그 결과 미국안에 있는 26개 항생제로도 이 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미국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폐렴간균. ⓒ CDC
미국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폐렴간균. ⓒ CDC

의료계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환자가 슈퍼버그에 노출돼 사망할 것이 우려됨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영국 공공보건학회는 한 해 항생제가 듣지 않아 사망하는 환자는 70만명에 이르지만, 2050년에는 이 숫자가 무려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도 점점 심각해지는 슈퍼버그에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담을 열기도 했다.

슈퍼버그가 무서운 것은 점점 더 항생제를 남용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면서, 슈퍼 박테리아는 점점 늘어난다. 2013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는 ‘2010년 미국 병원에서 처방한 항생제 중 절반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는 분석이 게재됐다.  돼지나 소 닭 등 가축 사료에도 항생제를 넣어 먹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는 점점 더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매년 200만명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2만3000명은 박테리아 감염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다고 미국 의료계는 추정하고 있다.

항생제 남용 막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 서둘러야

이미 알려진 대로,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적응하면서 내성을 갖는 매우 영리한 미생물이다. 보통 병원에서 환자에게 어떤 항생제로 치료하다가 듣지 않으면 다른 항생제를 처방한다.

그러나 박테리아는 새로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뿐 아니라, 한 번 내성을 갖게 된 그 유전자를 물려주기 때문에 항생제에 듣지 않는 박테리아는 점점 더 늘어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테리아도 진화해서 인간이 만든 여러 가지 의약품에 점점 더 대응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사가 아무리 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점점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영국 공공보건학회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세계적으로 항생제 판매는 40% 늘어났다.  관계자들은 한편으로는 항생제 남용을 막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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