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에게 먹이를 덜 먹이고 칼로리를 제한하면 평균보다 더 오래 살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 그렇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측이 서로 대립해 온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가 찍혔다. 과학계가 오랫 동안 기다려온 보고서에 따르면 붉은 털 원숭이(rhesus monkeys)에게 칼로리를 제한해 먹이를 주면 실제로 더 오래 그리고 더 건강하게 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위스컨신-매디슨 대와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는 지난 수년 동안 노화 연구에서 가장 논쟁거리였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적으로 협동연구를 수행한 끝에 처음으로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협동연구는 위스컨신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의 리키 콜맨(Ricki Colman) 선임 연구원과 위스컨신-매디슨 의대의 로절린 앤더슨(Rozalyn Anderson) 부교수, 그리고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원이자 비인간 영장류 핵심시설(Nonhuman Primate Core Facility) 책임자인 줄리 매티슨(Julie Mattison) 박사와 라파엘 드 카보(Rafael de Cabo) 선임 연구원 겸 변환 노년학과 책임자가 참여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7일자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립노화연구소와 위스컨신-매디슨대 영장류 대상 연구 상충
포유류에 대한 칼로리 제한이 수명에 미치는 연구는 1930년대부터 시작됐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0~40% 수명이 연장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영장류를 대상으로 두 가지 주요 연구가 진행됐다. 먼저 국립노화연구소는 1987년 붉은 털원숭이에게 칼로리 제한 연구를 실시한 후 2012년 8월에 임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칼로리 제한은 동물들의 건강에 유익하기는 하지만 평균 수명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스컨신 대학에서는 국립노화연구소보다 2년 뒤인 1989년에 같은 연구를 시작해 2009년에 예비 수명 결과를 그리고 2014년에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를 제한한 영장류는 대조군에 비해 노화 관련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36.4%에 불과하고,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사망할 확률이 대조군의 56.2%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양쪽 지지자 사이에 논쟁과 대립이 있어왔다.
논문 교신저자 중 한 사람인 앤더슨 교수는 “이같이 상충되는 결과는 칼로리 제한 패러다임을 통해 노화를 이해하고 무엇이 노화 관련 질병의 취약점을 만드는지를 확인해 보려는 시도에 의문의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말했다.
실험 대상 원숭이의 연령대와 먹이 달라서 차이 발생
그러던 차 경쟁하던 두 연구소가 각자의 연구에 활용했던 원숭이 200마리 이상에 대한 자료 등을 분석해 협동연구를 수행하면서 두 연구가 왜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로 두 연구에서 제한 급식을 받은 원숭이들은 연령대가 달랐다. 비교 연구 결과 다 자란 원숭이와 나이든 원숭이들은 덜 먹는 것이 도움이 됐으나 더욱 젊은 원숭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실험용 쥐를 이용한 선행 연구와 크게 다른 점이었다. 쥐 실험에서는 어린 나이에 칼로리 제한 급식을 할수록 유익한 점이 더 많았다.
두 번째로 NIA의 나이든 원숭이 실험그룹 대조군이 위스컨신대의 대조군 원숭이들에 비해 먹이를 덜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을 덜 먹게 되니 위스컨신대의 대조군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NIA의 나이든 원숭이 그룹 실험에서 제한급식군과 대조군의 생존율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결과는 위스컨신대의 자료와 비교했을 때 유익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장류가 섭취하는 음식 양은 작은 차이라도 노화와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제한 급식과 칼로리 제한, 성인 이상 연령에 맞춰 실시해야
세 번째로 두 연구소의 연구에서 원숭이들에 대한 급식 구성이 매우 달랐다. NIA 원숭이들은 자연식을 주로 섭취한 반면 위스컨신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분양돼 온 위스컨신대 원숭이들은 설탕이 많이 든 가공식품을 먹었다. 이 때문에 위스컨신대 대조군 원숭이들은 NIA의 대조군보다 더 살이 쪘다. 이것은 급식을 제한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먹느냐가 지방의 양과 신체 구성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식이와 지방, 인슐린 감수성 사이의 관계에서 핵심적인 성차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암컷 원숭이들이 수컷에 비해 지방이 주는 부작용에 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새로운 통찰은 영장류에게 특히 중요할 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유사하게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종 보고서는 칼로리 제한이 실제로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라는 점을 확인해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칼로리 섭취에 따른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보고가 영장류 실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과 나이, 식이, 성별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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