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부의 르완다(Rwanda)에 대덕연구단지의 기술과 인력을 이용한 기술대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르완다연합대학교(UAUR United African University of Rwanda) 설립추진위는 20일 주한 르완다 대사 일행과 함께 대덕연구단지를 방문, 출연 연구소를 돌아보며 기술협력가능성을 타진했다.
UAUR 설립추진위원장인 이창기 박사는 엠마 프랑수아즈 이숨빙가보(Emma-Françoise Isumbingabo) 대사, 클로드 간자(Claude Ganza) 참사관 등과 함께 전자통신연구원, 화학연구원, 기계연구원 등을 잇따라 방문하고 기술협력 및 이전 방안을 논의했다.
방문단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기계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커피 재활용기술이다. 이 연구원의 최연석 박사는 마시고 난 커피 가루를 400~500℃로 가열시킨 뒤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름을 추출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아프리카 르완다는 커피가 많이 나는 국가여서 방문단 일행은 커피를 재활용하는 이 기술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커피에서 원유 추출 기술에 큰 관심
지난 2012년에 처음 발표한 최 박사의 ‘바이오원유(Biocrude-Oil) 생산기술’은 원료를 급속가열한 뒤 다시 급속 냉각해서 원유를 만드는 기술이다. 원유 추출 원료로는 톱밥 등도 사용할 수 있으나, 최 박사는 “커피숍에서 사용하고 남은 커피가루가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계연구원에 설치된 파이럿 플랜트는 시간 당 20리터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으며, 연구팀은 10배 규모의 새로운 파이럿 플랜트를 짓고 있다.
방문단은 기계연구원의 자기부상열차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단 단장인 신병천 박사는 “자기부상열차는 소음이 없고 경사도가 궤도열차보다 높으며, 마찰이 없기 때문에 유지보수비용이 매우 적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같은 조건이면 자기부상열차에 경제성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전자통신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국가통신기술개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최영범 전자통신연구원 부원장은 프로젝트 별로 기술협력이 이뤄진다고 설명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방문단은 이어 전시관을 들러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체험했다.
르완다는 국토 26,338㎢에 인구 1200만 명으로 국토면적이나 인구가 우리나라의 각각 1/4 수준이다. 1994년에 수십 만 명이 사망한 내전을 겪었으나, 그 후 폴 가가메 (Paul Kagame) 대통령의 열정적인 지도력에 힘입어 치안이 매우 안전하고 투명성이 높은 국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폴 카가메 대통령은 올 1월 아프리카정상회의(AU African Union) 의장에 선임됐다.
올 10월 개교 예정인 르완다연합대학교는 보석디자인과, 메카트로닉스 콘텐츠과, 유아교육과 등 3개 학과로 시작할 예정이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Kigali)에 부지를 마련하고 골조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설립추진위원장인 이창기 박사는 “르완다는 우리나라 KT에서 광통신망을 설치했으며, 투명한 행정과 매우 안정된 치안으로 아프리카로 진출할 때 관문으로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국가”라고 말했다.
보석디자인과는 원석 형태로 해외에 수출하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보석을 가공하는 기술을 가르칠 계획이며, 유아교육과는 높은 출생률을 보이는 아프리카의 신생아 교육에 매우 필요하다. 올해 안으로 대학 설립허가를 받아 내년 쯤 교육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기 박사는 “우선 기술대학으로 시작하지만, 3년에서 5년 안으로 종합대학으로 발전시킨 뒤 20년 안에 아프리카의 10대 공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연구-산업 연계형 대학 추진
이 대학은 특히 처음부터 산학협력 및 기업육성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대학교 내부에 학교설립과 동시에 기업설립을 지원할 인큐베이터를 만들기로 하고, 아프리카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모집하고 있다. 연합대학 학생들도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실습을 병행하는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다.
르완다 산업단지설립추진위원장인 백종태 박사(카이렌 대표)는 “단순한 인력만 양성해서는 좋은 이공계 대학으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험을 살려 처음부터 대학-연구소-기업을 결합해서 발전하는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대덕연구단지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프리카 지역에 맞는 지속가능한 기술을 이전하는 한편, 은퇴를 앞 둔 연구인력의 새로운 터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낮은 출생률로 인구가 줄어들 위험에 빠졌지만, 아프리카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미래학자들은 아프리카의 앞날을 밝게 보고 있다. 아프리카에 기술대학을 설립해서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아프리카 발전에 새로운 방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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