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삼지만 해내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금연이다.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다 알고 있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스개 소리로 ‘담배 끊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말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하지 않으면 금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있다.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담배를 원하는 뇌 부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분자이미징 과학연구센터의 연구팀은 작년 1월 미국립과학원회보를 통해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특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10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다른 사람의 흡연장면을 보여준 뒤, 실험을 실시하였다. 바로 흡연할 수 있는 상황과 잠시 동안 흡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누어 흡연 욕구도를 조사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기능성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fMRI)를 사용하였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흡연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전두엽 피질 중 눈 가까이에 있는 안와전두피질에서 흡연 욕구가 형성되었다. 나아가 금방 흡연할 수 있는 조건에서는 좌전두엽에 있는 배외측전두전야도 함께 활성화되었다. 반대로 작용을 억제하자 관자놀이 속의 활동도 저하되어 흡연욕구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청소년기부터 일찍이 담배를 피기 시작하면 뇌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담배를 끊기 어려워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청소년기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경정신약물학’(Neuropsychopharmacology)를 통해 발표된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원과 UCLA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16세에서 21세 사이 청소년 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42명 중 흡연자는 18명이었으며, 흡연자들은 평균 15살 때부터 흡연을 시작하였고 현재는 하루 6~7개비 정도의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구팀이 이들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하여 뇌를 촬영한 결과, 판단력과 관련이 있는 대뇌피질 부위인 우측 섬엽의 두께가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서 더 얇게 측정되었다.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사이에 위치한 섬엽은 뇌의 다른 부위보다 니코틴 수용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부위에 손상이 가면 니코틴에 의존하는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담배를 어린 나이 때부터 피우기 시작하면 뇌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담배를 끊기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담배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의존성이 강해지면 뇌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담배 피우면 뇌가 부식되기도 한다”
담배가 뇌에 미치는 악영향은 또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배우고 기억하고 추론하는 능력에 손상을 입힌다. 뇌를 부식시키는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은 ‘나이와 노화’(Age and Ageing) 저널을 통해 2012년 11월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50세 이상인 남녀 8800명을 대상으로 건강과 생활방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뇌의 인지능력을 검사하였다. 예를 들어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거나 1분만에 얼마나 많은 동물 이름을 댈 수 있는가 등을 테스트 한 것이다. 원래 이 연구는 뇌의 상태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증과 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연구였다.
이들은 각각 4년 후와 8년 후에 다시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병 위험은 인지능력 저하와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또한 일관성있게 인지능력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과 고혈압이 인지능력을 떨어뜨리고 치매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비만보다도 흡연이 뇌에 더욱 큰 손상을 입힌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연구들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담배가 특히 뇌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생체시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담배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수많은 연구 논문을 통해 검증되었으며, 그 중에서는 수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올해 초 발표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연구는 흡연이 ‘생체시계’에 주는 악영향에 주목하였다.
생체시계는 우리 몸에 마치 시계가 있는 것처럼 시간에 따른 인체의 생체 리듬을 주관하는 것을 말한다. 뇌를 중심으로 폐와 간 등 각 기관에도 존재하는데,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였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흡연이 뇌와 폐의 생체시계 활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흡연을 하면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숙면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수면 부족은 인지능력 저하, 불안감,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흡연이 폐 뿐만 아니라 신경 생리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담배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 이것이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일부 기독교인들에겐 ‘악마’로 여겨지게 되었다. 광해군 시절 한반도에 들어온 담배는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고 충치 예방에 쓰이기도 하였다. 이때만 해도 금연 정책이라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01년 1월 금연 종합대책 마련에 따라 금연 정책은 강화되었으며,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면서 금연 정책이 일반화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외치는 실정이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는 옛 말이 틀린 것 없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을 수 있는 요즘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daum.net
- 저작권자 2014-03-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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